안녕하세요? 무술년, 황금 개의 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벽두부터 무슨 일인지는 다들 아실 테고.
네, 당연히 오랜만에 서평 남길 겸, 책을 권해 드리려고 왔죠.
그동안 뜸했잖아요.
도서명: 미스터 모차르트의 놀라운 환생
저자: 에바 바론스키
* 이 소설은 아이프리 도서관 9번 문학에 4번 일반 부분에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 소개글 서평
이 책을 다운받은 이유는 제목 때문이 아니었다. 물론 ‘모차르트’라는 유명한 음악가가 현대에 환생했다는 대목이 끌리기는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이목을 잡은 것은 책에 파트별로 쓰인 ‘라틴어’였다. 묘하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매력을 느꼈다.
‘레퀴엠’을 작곡하다 운명을 다한 모차르트. 그가 현대에 살아나 어떤 발자취를 이어갈지, 또 미완의 곡 레퀴엠은 어떻게 될지.
뭔가 진지하면서도 마냥 무겁지는 않은, 유머의 냄새가 폴폴 풍기는 소설.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소개한다.
천재의 막가는 현대 환생기, 예술을 향한 커튼콜!
클래식을 주제로 얘기를 나눌 때면 단골로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베토벤, 바흐, 헨델, 슈베르트와 함께 당당히 한 자리를 꿰차는 인물. 그 이름하여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
혹시 그의 초상화를 본 적이 있는가? 음악 교과서에서든 음악실에서든 한 번은 봤을 법한 그 인물. 본인도 약시였을 때 천재 음악가를 본 적이 있다. 음악실에서 선생님이 가지고 계신 CD를 통해.
그 사진이 엄청 강렬했나보다. 눈이 깜깜한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걸 보면. 빨간 연미복에 금장 무늬. 부리부리하고 큰 눈, 진한 눈썹과 유난히 높은 콧대, 꾹 다문 얇은 입매, 끝으로 모차르트의 확연한 특징 M자형 가발. 사실 이 가발만 봐도 그가 모차르트임을 단박에 알아볼 수 있다. 시력이 나빠도 베토벤과 헷갈리지 않는다.
교양과 기품은 모르겠지만 자신감을 드러내는 자태임은 확신할 수 있다. 남들이 말하는 신동, 천재라는 수식어가 초라할 정도로 초강력 포스를 드러내는 그 모습. 위대한 업적 탓인지 은연중에 경외감까지 느껴진다. 아무리 날고 기는 음악가라도 모차르트를 마음대로 비벼대는 꼴을 연출해서는 안 될 듯한 인상파. 음악 감상도 정중하게 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위대한 모차르트님이 현대에 떡하니 환생을 하셨다. 이 책은 바로 그 시점부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1791년 12월 5일에 죽었어야 하는 모차르트가 2006년의 어느 날 빈에서 부활한다. 일어나보니 딴 세상, 임종 당시의 기억이 생생한 그는 잠에서 깨자마자 갑자기 21세기를 살게 된다. 아니, 하느님은 왜 그를 다시 이런 세상으로 보냈단 말인가?
미완성으로 남아있는 ‘레퀴엠’을 완성하라는 숙명으로 이해한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 그러나 현대에 적응하기란 도무지 쉬운 일이 아니다. 전기, 전화, 변기, 지하철, 자동차, 스피커, CD플레이어를 보고는 넋을 놓는다. 현대 복장, 음악시장의 판세, 신분증명제도, 화폐, 사상적 기류에서는 문화적 이질감을 느낀다. 그리고 대화하는 인간들에게는 얼간이 취급을 당한다.
하기사 중세에서 현대로 뚝 떨어졌으니 당연하다. 이 부분이 아주 자세하게 나오는데, 새삼 우리가 누리는 것들이 얼마나 짧은 시간에 걸쳐 이루어진 것인가를 느끼게 한다. 유쾌하고 코믹한, 그런 한편으로는 혼란스러운 사건 사고 가운데서도 모차르트는 음악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는다.
“새벽부터 밤에 잠들 때까지 작곡을 해. 심지어는 잠 속에서도 음악이 나를 내버려두려 하지 않아. 음악은 계속 내 안에서 싹트고, 5월의 잡초처럼 돋아나고 있어. 그래서 작곡하는 것은 결코 억지로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현재의 상태야.”
모차르트는 어느 시대에 태어난다 해도 음악가일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실제 성격이 어떻든 적어도 작가의 글 속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인간 됨됨이는 확 깨는 인물로 나온다. 천재 음악가님은 무일푼 부랑자로 떠돌다가 표트르라는 바이올린 연주자를 만나고 그와 함께 바에서 어영부영 연주를 하며 지낸다. 바에서 ‘재즈’를 접한 그는 즉흥연주에 맛을 느끼며 음악 장르를 넘나들며 피아노 연주를 하고 인정받는다.
그러나 정작 돈을 벌 수는 없었다. 경제관념이 쥐꼬리 만큼도 없는 그는 술이나 마셔가면서 표트르에게 얹혀산다. 게으름과 엉성한 시간관념으로 자기 좋을 대로 움직이는 모차르트. 그 꼴을 보면 그가 만들어내는 음악적 완벽함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정말 음악밖에는 답이 없는 인물. 다른 것에는 영 젬병인 사람. 그와 동시에 자신이 모차르트임을 증명할 수 없는 그.
현대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지만 그 여인에게 자신을 밝히는 순간 일은 뒤틀리고, 그는 정신병원에 보내진다. 그런 무책임하고 허랑방탕한 21세기의 삶 속에서도 ‘레퀴엠’의 완성은 정점에 다다른다. 하지만 끝내 ‘라크라모사’만은 그의 손끝에서 펼쳐질 수 없었다. 그리고 12월 5일 그는 또 한 번의 죽음을 맞게 된다.
소설에서 모차르트의 위대한 음악성은 아주 잘 나타나 있다. 작가가 모차르트에게 경외심을 품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동이자 천재인 이 음악가는 전생과 환생 모두를 음악에 헌신한다. 끊임없이 마음과 머릿속에서 음악 그 자체로 샘솟는 영감. 그리하여 음악은 그의 영혼을 꽉 사로잡고 있다.
모차르트가 전 일생을 그저 자신에게서 흘러나오는 음악들 안에서 지냈다는 것이 너무 동화적이었다. 그런 엄청난 대곡들을 단번에 그려내고, 연주하고, 변형하며, 모방할 수 있다는 천재성.
저자는 작품의 전개를 레퀴엠의 순서에 따라 나누었고, 그 부제와도 상통하는 소재를 가지고 모차르트의 부활기를 그려냈다. 환생, 즉 여분으로 주어진 삶마저 ‘레퀴엠’을 위해 쓰는 천재. 또 한 번의 삶이 온전히 레퀴엠의 삶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것이 뭐라고 표현하지 못할 감동으로 다가왔다.
다만 일상생활의 모습은 정말 진짜로 형편이 없었다. 모차르트가 죽기 직전의 정신상태, 즉 박약한 인격체 그대로 21세기를 만났고, 빈대처럼 빌붙으면서 뻔뻔하고 책임감 없는 인간상으로 그려진 건 멘붕에 가까운 타격이었다. 내 로망을 돌려내! 음악 선생님의 CD에서 본 그 오만한 작곡가의 이미지는 어쩌라고?
물론 시대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존경심이 도저히 발휘될 수 없는 캐릭터였다. 가령 마도라는 여자를 만나 하룻밤 사랑을 하는 장면이라든가, 미래에 대한 계획 없이 사랑에만 몰두하는 성격 등이 낭만적이라기보다 연민을 자아냈다.
무슨 의도로 이런 극단적인 성격과 태도를 연출했는지는 모르겠다. 모차르트를 천재에서 인간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서? 넘사벽 악성에서 그저 한 분야에 특출한 인간으로 여기게 하려고?
아니, 아무리 의도가 좋다고 해도 말이다. 소설에서 나오는 이런 대책없는 캐릭터는 비호감이다.
이 책 ‘미스터 모차르트의 놀라운 환생’은 화려한 필력이라든가, 치밀한 구성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사건의 진행을 통해 보여주는 모차르트의 심리와 상황 전개가 흥미로운 소설이다. 천재 악성에 대한 놀라움보다는 그에 대한 친근함을 심어준달까.
더불어 작품 안에서 그의 음악이 대중들에게 쉽게 어필이 되도록 이끌어준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모차르트의 음악 한 곡을 듣고 싶어진다. 솔직히 독서하면서 정신을 차려보니 모차르트의 음악을 재생해 놓고 있더라. 그래도 몇 번을 강조하지만 실제로 모차르트를 만난다면 글 속에서처럼 생활력 제로의 이런 꼴이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현대에서 모차르트의 죽음도 그다지 어울리진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책을 덮은 지금, 작가에게 드는 의문이 있다. ‘왜 굳이 틀을 깨는 캐릭터를 취했을까’ 하는. 그러나 막가는 성정의 그였기에 21세기에서도 자유롭게 많은 작곡을 하며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지 않았을까.
모처럼 상상력 풍부한 작가의 재미난 발상을 읽으며 귀여운 모차르트의 삶을 만났다. 앞으로 한동안 모차르트의 깨끗하고 맑은 음악을 들으면서 저자가 부여한 독특한 감성을 듬뿍 느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