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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남정맥 서북산~여항산 구간 기암절벽에서 내다보는 '그 푸른 물' 남해바다
낙남정맥은 낙동강의 하구인 김해시 대동면 매리에서 동신어산(459.6m)으로 올라 서쪽으로 남해를 끼고 나란히 계속 달려 나아가다 끝머리에 북으로 기수를 돌려 지리산 영신봉(1,651.9m)까지 치달아 오르는, 한반도 남단에 형성된 막내격인 정맥이다.
그러나 그 형국이 백두대간의 꼬리를 이어 나가면서 대간의 연속선 상에 일구어진 대간의 끝마무리가 되므로 오히려 대간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하나의 대간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게 바로 낙남정맥이기도 하다.
이렇듯 남쪽 멀리 있으므로 수도권에서는 접근이 쉽지 않아 찾는 이가 드물지만, 반대로 접근이 쉬운 영남쪽 등산인들은 많이 찾고 있다. 그러나 낙남정맥의 들머리인 김해시나 마산, 진주 등이 고속버스와 열차편 이용이 쉽고 하산 후에도 교통편이나 숙식 관계 등이 용이한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 게다가 매 구간마다 남녘의 명산들이 심심치 않게 계속 나타나므로 등산의 묘미를 더한다.
그중에도 서북산(738.5m)~여항산(770m) 구간은 낙남정맥의 중간쯤에 위치하면서 기암절벽을 이룬 산세가 돋보이고, 구불구불 돌아가는 형국이 마치 용이 달아나는 모습이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감탄케 한다. 이 두 산이 700m급에 불과하지만, 등산 기점이 되는 한치고개가 불과 해발 150m이므로 능히 1,000m대 산과 맞먹는다.
이러한 명산이 경남 함안군 여항면과 마산시 진전면, 진북면에 걸쳐 있으면서 마치 배불뚜기처럼 불쑥 솟아 있다. 산행은 한치에서 먼저 봉화산(647.2m)에 오르는 것을 시작으로 서북산과 여항산을 차례로 넘어 오곡재로 내려서는 약 17km 코스가 된다.
여기서 끊어도 되지만 여력이 있으면 오곡재를 건너 522.8m봉으로 올라 발산재까지 약 11km 더 전진하는 것이다. 이 구간도 비록 이름이 없을 뿐이지 암릉이 아기자기한 산세를 이루고 있어 찾아볼 만하다.
한치로 가려면 우선 마산 합성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진동행 버스를 타야 한다. 진동에서 한치까지는 버스가 뜸하므로(1~2시간 간격 운행) 기다려야 한다. 한치는 이름 그대로 아주 널따란 고개다. 어찌나 평탄한지 전혀 고개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도 표고는 150m나 되고 자세히 살펴보면 밋밋한 언덕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고개 양쪽으로 마을이 형성되어 있고(정현리), 그것도 제법 큰 마을이 그저 평지처럼 들어서 있는 게 자연스럽다. 고개 동쪽으로 광려산(750m)이 올려다보이고, 그 건너편(서)으로 봉긋 솟아오른 봉우리가 봉화산이다. 봉화산은 예전에 봉수대가 있었다고 한다. 이 두 산을 연결하는 한치고개가 정맥을 연결하면서 분수령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워낙 평탄하다 보니 비가 떨어져서도 어느 쪽으로 흘러야할지 한동안 머뭇거려야 할 것만 같다.
여기에 충열공 이방실 장군 기념비가 세워져 있어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이방실 장군은 고려 충렬왕 24년(1298년) 함안군 여항면 내동에서 태어나 고려 공민왕 8년(1359년)과 11년에 홍건적의 외침을 물리쳐 존망의 위기를 누차에 걸쳐 구한 명장으로 후에는 서북면 도지휘사로 제주됐다. 그려 500년 역사를 지킨 4성군과 16공신 중 한 사람으로서 현재 경기도 연천군 마산면에 소재한 숭의전에 배향되어 국가에서 춘추로 제사를 지낼만큼 우리 민족사에 큰 인물이다.
그 옆에 야외자동차영화관 광고판을 보면서 측백나무가 늘어선 방풍림을 지나 밭 가운데를 가로질러 정맥팀의 표지리본이 더러 띄는 소나무숲길로 접어들게 된다. 한치에서 봉화산까지 표고차 약 500m를 담숨에 올려쳐야 하므로 만만치 않다.
오름길이 점점 급해지면서 왼쪽(남)으로 약 15분쯤 올라가면 능선분기점인 십자로 갈림길이다. 사방이 키다리 소나무로 둘러싸여서 깨끗한 분위기가 우선 좋다. 오른쪽(서남)으로 꺾어 안부로 내려섰다가 아카시아 나무며 억새풀이 널린 잡목지대를 지나쳐 진달래군락지를 끼고 급경사를 올라가게 된다.
15분쯤만에 너럭바위 앞을 지나고 5분쯤 더 올라가면 다섯 갈래로 갈라진 희안한 소나무가 나타난다. 중키의 참나무숲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낙엽에 덮인 채 코가 닿을 듯한 오르막길로 숨가쁘게 20분쯤 오르면 봉화산이다. 1:50,000 지형도에는 이 지점이 봉화산으로 표기되어 있으나 1:25,000 지형도에는 북쪽 능선 끝에서 1km쯤 떨어진 봉우리에 표기돼 있다. 언뜻 보기에도 북쪽 봉우리가 좀더 높아 보인다.
약간의 공터가 있을 뿐 삼각점도 없고 전망도 시원치 않다. 하지만 그늘이 좋아 쉬어갈 만하다. 봉화산 파산봉수대는 기념물 제220호로 지정된 문화재이기도 하다.
조선 전기에 축조되어 후기까지 경상도 방면의 직봉(直烽) 2기 중 간봉(間烽) 2기로서 기능을 수행했으며, 진해 가물포 봉수를 받아 의령 가막산에서 봉수에 연결하는 역할을 맡았다.
왼쪽(남)으로 꺾어 평탄한 능선길로 약간 내려가는듯 하다가 억새밭으로 나서며 지도상에 650m로 표시된 봉우리에 이른다. 아무 글씨도 보이지 않는 삼각점이 박혀 있다. 싸리나무와 억새가 늘어선 참나무숲길로 들고 얼마 안 가서 키를 억새밭이 나온다. 아래로 약 30m쯤 푹 꺼진 곳이 나타난다. 비가 오면 늪지대로 바뀔 곳이다.
전망이 탁 트이면서 북으로 방금 지나온 정상쪽 풍경이며 그 오른쪽(동) 건너로 광려산의 모습이 잘 바라보인다. 왼쪽(남동) 능선 갈림길을 따라 10분 남짓한 거리의 능선 끝 봉우리가 평지산(592m)이다. 이름이 그래서인지 정상조차 민둥하여 별 특징이 없다. 서쪽 아래로 임도가 서북산으로 이어지고 여항산으로 이어지는 정맥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정말 보기 좋다.
고압송전탑 오른쪽(남서)으로 꺾어 전망 좋은 바위능선으로 내려서며 억새풀과 싸리나무로 덮인 기암지대를 지나 뚝 떨어지면 임도가 나타나는 십자로 안부다. 일대에 억새밭이 대단하다. 폭 3m쯤의 방화선을 따라 평탄한 능선길이 5분쯤 이어지다가 임도가 갈라지는 더 아래쪽 안부로 내려서고, 다시 급경사가 되면서 3~4분쯤 올라간 공터에서 약간 오른쪽으로 돌아 오르면 임도 갈림길을 지나게 된다.
10분쯤 더 오르면 삼거리인데, 임도가 지나는 잣나무숲 위로 표지리본이 수북하게 나붙어 있다. 급경사가 되면서 오른쪽(서북)으로 꺾어 다시 코가 닿을 듯한 오르막을 따라 한 차례 오르면 전망이 탁 트이는 능선분기점에 이르면서 헬기장터가 나온다. 여항산이 바로 앞에 마치 배가 떠가듯 둥실 떠 있다.
그 갈림길 입구에 '서북산 738.5m' 라고 쓴 자연석 표지석이 보이고, 그 아래 95년 11월에 세운 오석으로 잘 다듬은 서북산전적비가 자리잡고 있다.
사방으로 트인 전망이 너무나 좋다. 지나온 봉화산이며 광려산 뒤로 이어지는 정맥이 파도치듯 일렁이고, 남쪽으로 진동리 포구 아래 남해 바다에 점점이 떠있는 섬들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마산이 고향이라는 노산 이은상 선생의 노래가사가 절로 떠오른다. 북서쪽으로는 여항산에서 다시 남쪽으로 꺾어 돌아 깃대봉(520m)으로 나아가는 정맥이 잘 조망된다.
서쪽 능선길로 들어 철쭉나무가 늘어선 평탄한 내림길로 나아가다 능선분기점에서 오른쪽(북서)으로 꺾어지며 652m봉에서 멈칫 하더니 약간 왼쪽으로 꺾어 떨어진다. 25분만에 십자로 안부가 나오는데, 왼쪽(남서) 하산길에 별천학생야영수련장 표시가 되어 있다.
경사가 급해지면서 15분만에 능선분기점에 이르러 왼쪽(서)으로 기암이 눈길을 끄는 암릉을 따라 진달래나무가 늘어선 사이로 나아가면 710m봉이 된다. 다시 오른쪽(북서)으로 꺾어 안부로 내려서서 20분 정도 오르면 전망이 확 트이는 곳에 널따란 헬기장터가 나온다. 역시 사방으로 트인 전망이 시원하지만 동남쪽으로 훤히 트였을 뿐 여항산 정상쪽은 가린다.
오른쪽(북)으로 꺾어 완만하게 안부로 내려서서 한동안 완만한 상태로 나아가가 경사가 급해지면서 20여 분만에 암벽이 가로막는 삼거리에 이른다. 오른쪽은 우회길이다. 암벽틈을 비집고 자란 장송의 멋진 광경을 올려다보며 로프가 설치된 20m쯤의 암벽을 기어오른다. 바위턱을 넘어서면 우회길과 만나는 곳에 위험 표지가 보인다.
아릉을 따라 봉우리 하나를 넘어서면 이정표가 서 있는 삼거리안부다. '좌촌 2.6km, 서북산 5.9km, 마산재 2.8km, 정상 0.2km' 라고 적혀 있다. 암벽지대로 올라 로프가 설치된 바위틈을 10분쯤 오르면 '여항산 700m' 라고 음각한 계란 모양의 정상표지석이 나온다.
함안의 진산이기도 한 여항산은 일대에서 그 중 높고 모양새도 특이하다. 마치 배가 떠가는 듯한데 이 산의 형세가 남쪽이 높아 가로막고 있으면서 북쪽이 낮아 물이 들어오면 배가 넘어온다는 지리적 모순을 없애기 위해 산이 낮아 배가 건너갈 수 있다는 한자의 뜻으로 여항(艅航)이라 했다고 한다. 즉 배를 타고 넘어갈 수 있는 산으로 전하여 지리적 결점을 막도록 했다는 얘기다.
정상 일대는 기암절벽을 이룬 풍경이 돋보인다. 남으로 서북산 연릉이 뻗어나아가다 봉화산으로 건너 동으로 달아나는 정맥이 가물가물하다. 왼쪽(동) 아래 봉성저수지며 1035번 도로가 빠안히 내려다보이고, 남쪽으로 되돌아 내려가는 정맥이 고사천 아래서 뚝 떨어지며 발산재를 내려서는 게 훤히 내려다보인다.
비좁은 암릉을 지나쳐 100m쯤 가면 장송이 나래를 펴고 있는 아래에 쉬어가기 좋은 공터가 있다. 잠시 평탄한 암릉길로 나아가다 억새밭으로 덮인 능선분기점이 나오는데, 널따란 헬기장터 한쪽에 이정표가 보인다. '미산령 3.5km, 샘터 0.9km' 라고 적혀 있으나 오곡재 표시는 없다.
왼쪽(서)으로 꺾어 암릉을 따라 내려가는데 돌로 쌓은 산성터 흔적이 보인다. 돌밭을 지나 바위능선 끝에 이르면 급경사로 떨어져 내려 임도가 가로지르는 십자로안부의 널따란 공터가 나온다. 여기가 미산재인데 지도 상에는 아무 표시가 되어 있지 않다.
소나무숲으로 들어서서 국수나무가 줄을 잇는 잡목숲으로 올라가다 25분만에 삼거리 암봉에 이르는데, 여기가 지도 상에 미산령으로 표시가 된 지점이다. 전망이 열리는 동쪽 건너로 여항산의 모습이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기암연릉이 제대로 보이므로 여기서 바라보는 모습이 제대로인 것 같다.
오른쪽(서북) 갈림길로 올라가면 미산령(661m)인데, 여항산쪽에서 마치 봉수대처럼 보이던 봉우리다. 왼쪽(남서)으로 꺾어 뚝 떨어져 안부로 내려섰다가 다음 봉우리로 올라서자 돌무더기가 몰려 있는 봉우리에 이르는데, 여기가 지도 상의 554m봉에 해당될 듯하다.
보기좋은 소나무숲으로 15분쯤 뚝 떨어져 평탄한 안부로 내려선다. 바람골인 듯 지나치는 바람이 시원하다. 키다리 소나무숲 능선을 따라 내려서면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어느 쪽이건 결국 임도에서 만난다. 왼쪽(남서)의 숲길로 들어서서 한동안 내려가면 절개지에 이른다. 절개지를 내려서면 비포장도로가 가로지르는 오곡재(일명 비실재)다.
여기까지 오는 길에 경남도민일보의 큼직한 황색 리본돠 다른 리본들이 계속 나붙어 있어 이것만 잘 찾아가도 정맥을 따라가기 쉽다. 여기서 마칠 경우에는 남쪽으로 임도를 따라 약 7km쯤 내려가 봉암리 2번 국도로 내려선다. 오곡재는 교통편이 좋지 않아 미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더 전진하려면 길 건너 절개지 위 잡목숲으로 들어가야 한다. 잠시 나가다 왼쪽(남)으로 꺾어 잠시 평탄한 안부를 지나쳐 점점 오른쪽(남서)으로 휘듯 꺾이며 올라가면 530m봉에 해당된다. 동쪽 건너로 여항산 정경이 보기 좋다. 약간의 공터에 적설량 표시목이 박혀 있어 자칫 삼각점으로 오인하기 쉽다.
키다리 소나무숲을 내려가다가 옛 무덤 3기가 보이는 안부를 지나쳐 다시 오르면 522.9m봉에 이른다. 오곡재에서 약 1시간 거리다. 북쪽으로 오곡리 일대가 내려다보이고, 오른쪽에 거대한 기암이 돋보이는 연릉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기서 왼쪽(남)으로 꺾어 평탄한 소나무숲길로 나아가다 급경사를 내려서면 20분만에 무덤 흔적만 남은 공터를 지나 평탄한 안부로 내려선다. 간벌을 하지 않아 마구 자란 키다리 소나무숲 사이로 헤쳐가며 완만한 길을 따라 내려서면 십자로안부다. 그늘도 좋고 바람도 좋아 쉬어갈 만하다.
다시 10분만에 335m봉에 이르고, 5분만에 느티나무 거목이 버티고 선 안부로 내려선다. 곧 오르막이 완만하게 이어지고 왼쪽(동) 아래로 임도와 나란히 10분쯤 나아가다 전망이 트이면서 20여 기의 무더이 있는 370m봉에 이른다. 내림길로 들면서 강양 이씨 무덤 등 대형 무덤 2기와 그 아래 무덤 3기가 있는 공터가 나온다.
다시 소나무숲으로 이어지는 평탄한 내림길이 약간 왼쪽(남)으로 꺾어 안부로 내려서고, 30분만에 290m봉에 오른다. 가는 줄기의 키다리 소나무숲으로 5분쯤 내려가면 10평쯤 공터가 나오는데 이장터인 듯하다. 왼쪽으로 임도를 계속 끼고 잡목숲을 헤쳐 나아간다. 30분만에 무덤을 지나, 다시 15분만에 고압송전탑이 세워진 안부에 이른다. 널따란 공터가 썰렁하다.
장송군락으로 들어서서 15분쯤 올라가면 마지막 봉우리라 할 수 있는 326m봉이다. 오른쪽(서)으로 방향을 꺾어 소나무숲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봉우리 하나를 넘어서고, 왼쪽(남)으로 꺾어 곤두박질하듯 내려가면 차 소리가 들리는 발산재다.
절개지 아래로 내려서면 화장실이 나오고, 전망이 트이면서 2번 국도인 발산재휴게소가 나온다. 여기서 동산리행 시내버스 편으로 두 정거장(약 5km)을 가면 일대의 명소인 동산온천장이다.
*** 경남 함안군에 있는 여항산(艅航山)은 해발744m에 불과한 산이지만 함안사람들이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하며 자랑으로 여겨 `함안하면 여항산, 여항산하면 곧 함안'임을 강조한다. 남해고속도로의 함안 ~ 군북 구간에서 남쪽 중앙에 3~4개의 봉우리가 한 멧줄기에 가로로 연이어 꽤나 우람하게 솟아 눈길을 끄는데 이 산들이 여항산과 서북산이다. 함안사람들이 자랑하는 산에 걸맞게 깊은 골짜기와 수려한 계곡에다 기슭이 넉넉하고 봉우리는 바위로 이루어져 기상이 대단하다. 경상남도가 이 산에다 대규모 관광단지를 조성하려고 함도 이런 빼어난 산모양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지역민들은 이 단지 조성에 대하여 자연을 파괴할 소지가 많다며 반대하고 있다. |
첫댓글 3월의 첫 산행지로 뽑힌 여항산~ 벌써부터 기대가 큽니다.꼼꼼히 탐독해서 산행의 즐거움을 더 느껴봐야겠네요.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