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당선인의 양도세 중과 완화에 집 팔까 아니면 말까 복잡해진 다주택자 셈법
NEWSIS, 박성환 기자, 2022.04.05.
규제 완화 기조가 뚜렷하고, 집값이 또 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집을 팔지 말지 판단이 서질 않네요.
서울과 경기도 안양에 아파트 2채를 보유한 박모(48)씨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년간 한시적으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완화를 발표하면서 주택 처분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박씨는 "다음 달 중으로 두 채 중 한 채를 팔면 양도세와 보유세 부담 모두 줄어들기 때문에 기회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주택 처분까지 시일이 촉박하고, 추가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선뜻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고 전했다.
다주택자들이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에 대한 중과세율을 1년 동안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결정하면서 다주택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보유세 과세기준일인 6월1일이 앞두고, 양도세와 보유세 부담을 덜기 위해 집을 팔 것인지, 보유세 부담을 안고서 추가 규제 완화를 기대하고 버티기에 나설지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를 투기 세력으로 규정하고, 징벌적 수준의 세금을 부과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2021년 6월1일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조치를 시행했다. 주택을 1년 미만으로 보유한 뒤 거래하면 양도세가 기존 40%에서 70%로, 2년 미만의 경우 60%로 올렸다. 여기에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p(포인트), 3주택자는 경우 30%p가 더해지면서 양도세 최고세율은 75%까지 인상됐다. 또 지방세를 포함하면 최대 82.5%까지 올라간다.
인수위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조치를 1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최상목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는 3월 31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 배제는 과도한 세 부담 완화와 부동산 시장 안정 차원의 조치로, 국민 여러분께 약속한 공약"이라며 "3월23일 발표한 공시가격이 크게 상승해,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대응 조치를 우선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 정부에서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배제 방침을 4월 중 조속히 발표하고, 발표일 다음날 양도분부터 적용되도록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요청한다"며 "현 정부에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새 정부는 출범 즉시 시행령을 개정하고 5월10일 다음날 양도분부터 양도세 중과를 배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주택자 대상 양도세 중과세율을 낮춰 퇴로를 열어주고, 주택 거래 정상화를 통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다.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시장에 매물이 늘어나고, 적정 수준에서 거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양도세 중과 완화 조치에 따라 다주택자들의 거래세와 보유세 부담이 줄어든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이 양도세 중과 완화안을 토대로 시뮬레이션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래미안 푸르지오(전용면적 84㎡)를 보유한 3주택자가 해당 아파트를 19억원에 팔고, 3억원의 차익이 남았다고 가정하면 양도세가 1억5000만원에 달하지만, 중과 유예를 받을 경우 7300만원으로 줄어든다.
부동산 시장에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로 매물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다만, 서울 외곽 등 비강남 지역에서 매물이 증가하고, 고가 주택이 밀집된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에서는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전·월세 제외)은 5만978건으로 나타났다. 25개 자치구 중 매물이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강남구로, 인수위가 다주택자 양도세 1년 완화를 공식화한 지난달 31일 이후 나흘 만에 187건(-4.6%)이 감소했다. 이어 서초구(-3.3%), 강북구(-2.8%), 송파구(-2.5%)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매물이 늘어난 곳은 마포구(1.4%)와 노원구(0.3%), 성북구(0.2%), 구로구(0.1%), 광진구(0.1%) 등이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로 절세용 매물 출회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통령 인수위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기간을 1년으로 단축한 것은 매물 출회 효과를 극대화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완화가 결저오디면서 매물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서울 강남권 등 전통적으로 주택 수요가 많은 지역과 재건축이 예정되거나 추진 중이 단지를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두드러 질 것"이라며 "상품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주택부터 매물로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NEWSIS, 박성환 기자의 기사 내용을 보완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