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최고의 수학자이자 발명가인 아르키메데스(BC 287~212·조각상)의 이론이 첨단기술을 통해 빛을 보게 됐다.
영국 더 타임스는 2000여년전 아르키메데스의 원고를 「멀티스펙트럼 기법」을 통해 판독해낼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고 30일 밝혔다.
전문가들은 아르키메데스의 수학이론이 집대성된 이 원고가 완전히 해독된다면 현대 수학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미적분뿐만 아니라 천문학, 천체물리학, 반도체 공학 등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스 식민지인 시라쿠사 출신의 아르키메데스는 『10개 연대가 한 노인의 머리를 당하지 못했다』라는 로마군내 자탄의 소리까지 이끌어낸 무기발명의 천재이기도 하다.
그는 제2차 포에니 전쟁의 와중에서 로마군 병사에 의해 살해당했다.
문제의 원고가 그동안 잠을 자고 있었던 이유는 이 원고의 가치를 모르는 중세의 한 수도사가 원고가 씌여진 송아지 피지(皮紙)를 「재활용」하려고 그 위에다 기도문을 썼기 때문이다.
이렇게 묻혀 있던 원고를 되살려낼 첨단기술이 바로 멀티스펙트럼 기법이다. 이 첨단기술은 원래 화성 표면의 암석 등을 구별해내는 데 쓰이는 우주공학의 산물이다.
미래를 풀 수 있는 열쇠가 될지도 모르는 이 아르키메데스 원고는 지난 950년 한 필경사가 아르키메데스의 원본을 손으로 베껴 쓴 복사본이다.
당시 동로마제국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에서 만들어진 이 원고는 55개의 도표를 포함해 아르키메데스의 주요 이론이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해독작업을 진두지휘하게 될 영국의 윌리엄 노얼 박사(문서보존학)는 『이번 작업은 극도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세의 수도사가 재활용을 위해 원고를 모두 반으로 가르고 순서도 엉망으로 뒤집은데다 90도 회전까지 시켜 원고를 제대로 재구성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르키메데스 원고는 지난 1920년 일반에게 존재사실이 알려졌다. 15~19세기에는 유대지방의 사막 한가운데 있는 수도원에 방치돼 있었다.
1830년이 돼서야 예루살렘 주재 그리스 정교 총대주교에게 넘어간 뒤 다시 콘스탄티노플로 돌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주 미 볼티모어 월터스 미술관에서 일반에게 공개된 원고는 오는 9월5일까지 전시된 후 전문가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해독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