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모터쇼 역시 소형화와 친환경이라는 최근의 주제가 주류를 이뤘다. 최근의 트렌드 때문에 과거에 비해 그 개성이 조금은 퇴색된 모습도 있었다. 제네바 모터쇼의 특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스포츠카와 수퍼카가 있긴 했지만 그 수가 줄었고 관심도 예전만 못했다. 다운사이징과 친환경은 식상한 주제라고 할 수 있지만 외면할 수 없는 발등의 불이다.
모터쇼뿐만 아니라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지는 문제가 다운사이징과 친환경이다. 둘은 같은 말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의미는 약간 다를 수 있다. 다운사이징은 어쩌면 당장의 현실적인 문제이고 친환경은 가까운 미래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 둘을 잘 해나가는 회사가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있으며 현재 잘 나가는 회사의 특징 중 하나이다.
규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2000년대 중반부터 소형차가 뜨기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중요하다고 인식된 것에 비해 전면으로 떠오르지는 않았다. 2008년과 2009년에 대단히 어려운 시기를 지내면서 소형화와 친환경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발등의 불은 다름 아닌 판매이다. 많은 나라들이 정책적으로 고연비 차의 판매를 유도했고 메이커들은 차를 팔기 위해 제품 전략을 수정했다.
2010년부터 다시 판매가 살아나긴 했지만 제품 전략이 과거로 돌아가진 않는다. 오히려 더 강화되고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회사는 물건을 팔아야 현재를 살 수 있고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즉 자동차 회사는 차를 팔아야 한다. 차를 팔기 위해서는 시대가 요구하는 바를 최대한 맞춰야 최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지금은 메이커에게 무리한 다운사이징을 요구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다운사이징은 말 그대로 줄이는 것인데, 여기에는 차와 엔진 같은 부분이 모두 포함되는 개념이다. 우선 엔진의 다운사이징은 배기량을 줄이는 것이다. 배기량을 줄이는 대신 터보를 더해 더 큰 배기량의 자연흡기 엔진을 대체하지만 출력은 최소 동등 수준을 확보한다. 연비는 당연히 좋아져야 한다. 요즘 신차 중 연비가 좋아졌다는 이유로 출력이 줄은 차는 정말로 드물다. 당연히 둘 다 좋아져야 어디 가서 명함이라도 내밀 수 있다.
이게 가능하기 위해서는 터보가 필수다. 대중 브랜드부터 프리미엄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터보를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체감상으로 가솔린 엔진은 자연흡기보다 터보가 더 많지 않나 싶을 정도다. BMW에 이어 벤츠도 터보로 돌아섰다. 신형 A 클래스의 가솔린도 전부 터보다. 우리는 지금 자연흡기 엔진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차는 소형차가 대세다. 아이러니하게도 신차는 나올 때마다 차가 커진다. 거의 그렇다. 그러던 것이 요즘에는 조금 주춤해졌다. 어느 정도는 차체 키우는 것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대신 엔지니어링의 발전으로 인해 차체는 그대로여도 실내 공간은 더 커졌다. 혼다 시빅이나 푸조 208이 한 예다. 과거에 비하면 소형차 자체도 많이 팔린다.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북미도 소형차의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조차 엔트리 급 또는 소형차 라인업을 늘리는 추세다. 이 세그먼트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이고 최근 트렌드 중 하나이다. 독일 3사 및 렉서스와 인피니티도 이 시장을 겨냥해 신차를 출시했거나 계획하고 있다.
지금은 혼돈의 시기이기도 하다. 어느 것이 정답일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어느 하나를 택해서 올 인 할 수 없다. 일단은 전기차가 될 거 같이 보이지만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디젤과 하이브리드는 경쟁이 아니라 같이 공존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디젤 하이브리드의 수 역시 지금보다는 한결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을 발전시켜 내연기관의 효율이 높아지고, 요즘 신차의 연비가 좋아지는 것에 대해서는 감탄할 수밖에 없다. 결국 규제가 기술을 발전시키는 모양새가 되고 실제로 자동차의 역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다운사이징과 친환경이 더 이상 이슈가 되지 못한다. 이는 반대로 말하자면 완전히 자동차 업계의 ‘기본’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