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날엔] 베를린 장벽이 지나가던 포츠담 광장이 1991년부터 2000년까지 진행된 재개발 사업을 통해 새로운 광장으로 탄생했다. 사진은 91년 포츠담 광장의 모습. |
▶ [지금은] 현재 소니 빌딩과 다임러 건물이 들어선 새 모습. |
도시도 이젠 브랜드다. 정보혁명에 힘입어 세계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국가간 경쟁 못잖게 도시간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름난 상품이 잘 팔리듯, 도시도 특색과 명성이 있어야 이 다툼에서 유리하다.
무한경쟁에 내몰린 도시들은 산업 경제기반의 변화와 도심 환경의 소생을 노리는 재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경제기반에 알맞은 공간구조와 물리적 환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뉴욕.런던.파리.보스턴 등 이른바 글로벌 시티들은 80년대부터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활발하게 벌이면서 한때 슬럼화했던 도심으로 다시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되살아난 도심들은 '도시 마케팅'의 핵심으로 등장했다. 세련된 건축, 구미 당기는 쇼핑 기회, 장려한 이벤트들은 관광 상품이 됐다.
여러 도시에서 전개되고 있는 '구도심의 소생'은 세계 경제체제의 변화와도 직결된다. 뉴욕시립대의 도시사회학자 수전 펜슈타인 교수는 글로벌 시티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이유로 세계 자본의 규모가 커지고 그 흐름이 빨라진 점, 세계 전체로 분산되는 제조업을 통제하기 위해 중앙 집중적인 헤드쿼터의 위치가 중요해진 점, 그리고 정보통신을 비롯한 기술적 인프라의 발달과 확산을 든다.
'베를린은 유럽에서 가장 큰 건설 현장이며, 앞으로 20년은 이렇게 지속될 것이다.' 베를린 주정부 국제담당관 코넬리아 포츠카가 표현한 베를린 재개발 현장의 모습이다.
파리에서는 19세기 중반 나폴레옹 3세의 파리 대개조 이후 가장 큰 재개발 사업이라고 자랑하는 미테랑 국립도서관 주변 제13 구역의 재개발이 한창이다. 뉴욕은 파괴된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재건하고 2020년까지 1천7백여만평의 업무.상업 공간을 확충하기 위한 사업을 로어 맨해튼과 허드슨 야드 등에서 진행하고 있다. 런던은 20년 가까이 논란을 빚어온 도크랜드 재개발을 성공적으로 끝낸 뒤 템스강 주변을 재개발하는 중이다. 세계의 대도시들이 벌이는 도심 재개발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민간 중심 재개발=각 도시정부는 민간 개발업자와 호흡을 맞추는 재개발 방식을 주로 채택하고 있다. 민간투자를 통한 재개발의 장점을 강조하는 쪽에서는 이것이 도시의 경제력을 회복시키는 성장 엔진이 될 수 있으며, 고용 창출에 큰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21세기에 도시가 살아 남으려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민간투자에 의한 도시개발이 도시의 공공성을 낮추고 부유층의 공간을 만드는 데 치중한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워터프런트(水邊 공간) 개발=여러 도시의 도심 재개발이 수변 공간을 대상으로 했다. 뉴욕의 배터리 파크, 런던의 도크랜드, 도쿄의 오다이바 개발이 대표적이다. 산업화 시기에 사용하던 부두와 항만 공간이 20세기 들어 방치됐던 것을 도심 업무 공간으로 살려냈다.
보스턴은 80년대 부두 공간의 재개발에 이어 도심을 지나가던 고가고속도로를 지하화하고 그 위를 녹지로 바꾸는 소위 '빅 디그(Big Dig)' 공사를 통해 활짝 열린 도심공간을 만들어냈다. 수변공간 개발은 도시 내 버려진 공간의 재활용인 데다 물이 주는 조망 효과가 뛰어나 21세기의 새로운 개발 패턴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거점 개발=포츠담 광장.배터리 파크.도크랜드에서 보듯이 일부 지역을 거점으로 골라 집중 개발하면서 그 효과를 시 전역으로 퍼뜨리는 전략이 채택된다. 런던 도크랜드의 경우 캐너리 훠프를 중심으로 초고층 업무.상업 빌딩들을 지어 주변에 주거 시설과 레저 시설이 들어서도록 유도한 뒤 이 변화가 런던 동부 전역의 개발로 이어지게끔 유도했다. 밀레니엄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추진되는 템스강 연안 개발계획은 강 주변의 오래된 발전소를 미술관으로 바꾸는 등 일련의 문화 인프라 건설을 통해 템스강 연안 전체로 효과를 파급시키고 있다.
◇복합 용도 개발=업무.상업.주거 및 레저 시설을 복합적으로 배치해 하루 24시간, 일주일 7일 내내(24-7) 활기를 잃지 않는 공간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업무 시설만 있을 경우 밤에는 죽은 도시로 변하기 때문에 사무실들과 주거.상업 시설이 공존하도록 설계한다. 뉴욕 로어 맨해튼에선 '24-7'을 목표로 건물들이 1층 도로변에 레스토랑이나 카페.소매점 등을 유치하면 세금감면과 보조금 지급을 비롯한 각종 혜택을 준다.
신혜경 전문기자.도시공학박사<hk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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