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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인 법사님의 마곡사 사찰 안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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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정혜자 |
| 처음 보는 얼굴 30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공주 태화산 마곡사의 실직자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참여자들. 22세에서 65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남녀가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2박 3일간 같은 공간에서 지낸다. 수련생들마다 독특하고 예쁜 별명들을 소개한다.
자신의 씨앗을 세상에 뿌려주는 ‘민들레’, 겨울에도 계속 푸르른 ‘솔’, 감동 깊게 읽었던 소설 ‘데미안’, 따듯한 시선으로 중생을 내려다본다는 ‘붉은 달’, 진짜가 아닌 가짜라는 ‘나이롱’. 수련회 기간 동안 이름대신 별명을 부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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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색함을 풀어주는 ice break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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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정혜자 |
| 어색한 분위기를 깨는 프로그램, Ice breaking. 두 사람씩 손을 맞잡고 앉아 상대방의 장점을 이야기 한다. 주로 외견상 보이는 것에 국한된 것들이다. “치아가 가지런해요”, “피부가 곱습니다”, “미소가 아름답네요” 등등. 게임도 한다. 술래가 되지 않기 위해 몸으로 부딪히는 과정을 겪으며 어느 정도 서로에 대해 가졌던 서먹함이 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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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우 공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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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정혜자 |
|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고,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처음 해보는 발우 공양. 각자 먹을 만큼만 덜어 먹는다. 소리도 내지 않는다. 마지막 김치 한 가닥으로 그릇을 씻고 숭늉으로 헹구어 자신이 마신다. 세제 한 방울 쓰지 않는다. 음식 쓰레기도 나올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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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틀이 넓어진 손가락 카메라로 모두들 찰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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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정혜자 |
| 마곡사 포교스님인 마가스님이 마음 여행에 대한 안내를 한다. “우리가 여행을 갈 때는 사진기 꼭 가지고 가지요? 여러분이 가지고 오신 사진기를 꺼내 보세요. 제 얼굴 클로즈업해서 찍어 보세요. 다음에는 방안의 풍경이 잡히게 찍어 보십시오. 이제 시야에서 손가락이 안 보일만큼 넓혀서 찍습니다. 이 사진기가 자신의 마음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자신은 어떤 카메라로 상대를 세상을 바라보고 있습니까?“ 틀에 대한 이야기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고정된 사고방식, 기준이 틀이다. 틀이 없어진 사람이 부처고 예수라는 설명이다.
수련생들이 가지고 온 핸드폰을 거두어 간다. 세상과 연결되어 있는 끈. 그것마저 놓아버리고 온전히 쉬라는 뜻이다. 주저하는 모습들이 역력하다. 어쩔 것인가. 로마에 왔으니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를 명상하기. 짝을 지어서 눈을 감은 채 파트너의 손에 이끌려서 걸으며 자기의 인생을 이야기 한다.
돌아오는 길은 파트너가 눈을 감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 준다. 입김으로 밤공기를 가르며 도란도란 짝을 지어 걷는 그들 위로 별이 총총하다.
돌아와 명상에 대한 느낌을 발표한다. 다 열어 보여주지 않았다는 생각에 찜찜하다는 솔바람님, 시간이 부족했지만 편안했다는 샘님, 내가 엄마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다원님. 아직 수련생들은 “생각”과 “느낌”이 잘 분리가 되지 않는다. 주로 “생각”만을 이야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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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명상후 팀원들이 몸으로 만드는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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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정혜자 |
| 다음날 오전 프로그램은 감사명상. 수련생들에게 쌀 한 톨이 주어진다. 4명이 한 팀으로 쌀이 밥상에 오르기까지 과정을 100가지 적어보기. 대부분 농사에 경험이 없다. 과정을 세분하는데 온갖 상식을 총동원 한다. “농사짓는 농부의 입장이 되어 보니 힘든 노동에 감사하게 되었어요.”, “이렇게 구체적으로 농사를 생각해 보기는 처음인데요.”, “쌀 한 톨에 주어지는 햇빛, 비, 농부의 노고를 생각할 때 저를 위해 애쓰신 부모님과 여러분들이 생각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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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중 담소를 나누다 기자를 향해 웃는 수련생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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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정혜자 |
| 오후 일정은 태화산 산행이다. 무장을 단단히 하고 삼삼오오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 가파른 산길, 낙엽 썰매도 불사한다. 온천욕을 마치고 나서는 얼굴에 닿는 눈. 발그레하게 상기된 얼굴들에 미소가 가득하다. 도우미 스님에게 여쭈어 보니 쌓일 만큼 내리기는 처음이란다. 눈 내리는 풍경 속에 돌아와 마주한 차향. “첫 잔은 말 그대로 첫 키스 같은 느낌이며 둘째 잔은 조금 더 익숙해지고, 마지막 셋째 잔은 온전히 차 맛 그대로” 라고 차를 풀어 주시는 도우미 해인 법사님. 모두들 눈에 취하고 차에 취한 채 노래도 불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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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내리는 마곡사 대광보전과 5층 석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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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정혜자 |
| 밤에 진행되는 죽음 명상. “한 시간 후에 죽는다고 생각하고 미웠던 사람, 미안한 사람, 정리를 하세요. 정리를 해도 해도 안 되는 것은 유서에 쓰도록 합니다” 마가 스님의 죽음에 대한 인도를 받으며 모두들 숙연해 진다. 가만히 앉은 채 눈물을 떨어뜨리는 수련생도 있다. 유서를 읽으며 감정이 북받쳐 올라 제대로 읽어지지 않는다. 지워지지 않는 찌꺼기들을 촛불에 태우며 그들은 다시 태어났다. 좋은 시나리오를 한편 쓰고 싶다는 무소유님, 엄마와 세계 일주를 해보고 싶다는 다원님,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달덩이님. 새로 태어나서 그들이 해보고 싶은 일들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000님, 슬픔과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하시기를”어느덧 헤어짐의 시간. 마가스님, 묘운스님과 나머지 수련생 일동이 연화대에 앉은 이를 향해 3배를 한다. MBC 라디오 리포터로 온 곽지연씨도 절을 받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편하고, 이렇게 절을 받으니 정말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힘내서 열심히 살기 바라요.”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소감을 이야기 할 때 울먹임으로 이어진다. 수련생이 수련생에게 부처님에게 올리는 예를 다하여 3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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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템플스테이 지도스님과 수련생 기념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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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정혜자 |
| “여러분이 편안하게 쉬는 방법을 배워 갔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항상 생각들로 머리를 굴리고 있어요. 제대로 쉬는 사람이 거친 세파에 나가서 일해 볼 용기를 얻는 거거든요. 자신의 맡은 역할에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십시오. 그렇게 멋지게 살다가 사라지는 겁니다.” 마가 스님의 마지막 인사말이다. 그리고 수련생들과 나누는 깊은 포옹. 우울함도, 괴로움도, 억울함도 모두 사라진 자리. 어느새 자신감으로 충만한 얼굴이 되어 힘찬 발걸음들이 마곡사 산문을 나서고 있다. |
첫댓글 바람님 동작 장난 아니네요 ^^ 얻어간 편안함을 생각하며 썼읍니다. 더 많은 이들이 그 편안함을 얻어 가기 바랍니다. 템플스테이 스텝 여러분과 수련 동기들 벌써 보고 싶네요
나이롱님 기사쓰시느라 수고하시었네요 ^*^ 날마다 행복한 부처님되소서 _()_
기사내용~ 사진~ 다 너무 좋아요. 감사합니다. 나이롱님~^_^ 마곡사 놀러오세요. 제가 맛있는 차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을께요. 늘 건강하시구요. 우리 실직자템플스테이 다녀가셨던 분들 언제라도 오세요~ ^_^
오늘에야 글을 읽게됐네요. 2박 3일 동안 같이 했던 법우님들 그리고 마가스님 감자스님 초롱꽃님 세미씨 ..... 모두들 눈에 생생합니다. 성불.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