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다. 아무리 즐거워도 배가 불러야 흥이 나는 것처럼 천년고도 경주를 만나기 전 가볍고 풍족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성동시장 분식골목을 소개하고자 한다.
경주역 맞은편에 위치한 성동시장 주차장에서 우측으로 난 골목으로 들어서면 양 옆으로 떡볶이, 순대, 김밥 등 분식으로 가득한 분식골목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먹거리가 흔치 않았던 70년대부터 가게가 하나둘씩 생겨나 지금의 골목이 형성됐다.
▲ 경주역 맞은편에 위치한 성동시장 '분식골목'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김밥이다. 여행길에 없으면 섭섭한 음식이라 더욱 그리웠는데 제 맛이다. 속에 특별한 것 없이 우엉만 들어갔는데 고급재료로 속을 채운 김밥 맛과 견줄 만하다.
▲ 30년 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우엉 김밥'
김밥을 마는 아주머니는 "일제 강점기 때 언니랑 함께 일본에서 우엉을 넣고 많이 먹었어. 그때 먹었던 것이 생각 나 우엉을 넣은 김밥을 만들어 판지가 벌써 30년이 넘었네. 김밥에 우엉을 넣은 것은 아마 대한민국에서 우리 집이 원조 일 꺼야"라며 두 줄을 도시락 상자에 예쁘게 담아서 내준다. 가격도 한 줄이 아닌 두 줄에 2,500원으로 판매되고 있다.
그 옆에 계신 아주머니는 이것도 맛보고 가라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찜통에서 순대를 꺼내 들고는 먹기 좋게 잘라 입에 넣어주신다. 순대소에 들어간 청양고추와 경상도 특유의 맛장(쌈장에 탄산음료를 풀어 물게 만든 장)이 어우러진 게 별미다.
"경주 시내 어딜 가든 순대 맛이 똑같아~ 전부 우리 집에서 떼어가니까 그럴 수밖에 없지." 라며 순대를 한 봉지 가득 담아 내주신다.
▲ 국수, 청양고추 순대, 떡볶이 등 성동시장 분식골목은 다양한 먹거리로 관광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성동시장 분식골목에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금세 지역주민들부터 관광객들까지 가게를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가벼운 주머니 사정에 배부르고 맛있게 먹을 수 있기에 곳곳에서 사람 살아가는 향기가 피어났다.
30년 째 이곳에서 떡볶이 장사를 해온 진미분식 사장님은 "먹거리가 없던 시절 어렵게 공부하며 시장에서 끼니를 때우던 학생들이 성공해서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찾아온다니까. 그때 참 보람을 느껴~"라며 태양초를 곱게 빻아 새빨갛게 익어가는 떡볶이를 만들어 냈다.
▲ 20여 가지의 반찬들을 마음껏 즐길수 있는 '시장 뷔페식당'
성동시장에는 분식골목뿐만 아니라 이른 아침 7시부터 문을 여는 곳이 있다. 이곳은 바로 성동시장의 명물이라 불리는 시장 뷔페식당이다.
시장 한 켠에 10여 개의 음식점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들 식당에는 계란말이, 소시지, 멸치볶음, 명태껍질부침, 가자미조림 등 때깔 좋은 20여 개의 반찬이 펼쳐져 있다.
특히 명태껍질부침은 명태의 얇은 껍질을 기름에 한번 튀겨내 양념장에 무쳐내는데 질깃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명태껍질무침의 매콤함과 어우러진 뜨끈한 밥 한 숟갈은 어느새 입맛을 사로잡는 밥도둑이다.
이곳 반찬들은 재료가 가진 고유의 맛을 잘 살려 부담 없고 신선한 맛을 내고 있다. 후식으로 나오는 야쿠르트는 여행의 재미를 더해준다.
이렇게 성동시장에서는 다양한 음식들을 저렴한 가격에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이런 행복의 기쁨은 넉넉한 인심에 두 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