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생각나게 하는,
호박잎, 된장, 풋고추 몇 개
솔향 남상선/수필가
외출하려 문을 여니 문고리에 호박잎을 담은 비닐 봉투가 매달려 있고, 바로 그 밑에는 애호박 3통과 풋고추 몇 개, 된장그릇이 손을 기다리고 있었다.
알고 봤더니 갈마 아파트 주민 류제숙 동대표가 갖다 놓은 거였다. 호박잎, 된장그릇, 풋고추 몇 개가 무슨 요술을 부렸는지 옛날 울 엄마 모습을 떠오르게 했다.
울 엄마의 슬쩍 데친 시퍼런 호박잎에다 된장, 풋고추 몇 개로 꽁보리밥 한 그릇을 게 눈 감추듯 하게 했던 어린 시절 골동품 추억이 되살아나 날 울컥하게 했다.
숱한 세월이 지났건만 호박잎, 풋고추, 된장만 보면 아직도 그에 얽힌 어머니 모습, 정성, 사랑이 눈에 선하여 눈시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류제숙 여사를 알게 된 것은 불과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이지만 그 동안에 여사는 따뜻한 가슴으로 나를 여러 번 울렸고 눈시울을 뜨겁게 해 주었다. 일류 요리사 저리 가라 하는 맛있는 영양식 김치 솜씨에 내 혀를 여러 번 놀라게 했다. 입맛이 없었을 땐 별미가 되는 고추장, 된장으로 구미를 살려주는 일도 종종 있었다.
김치통, 고추장병, 된장그릇을 비롯한 애호박, 호박잎이 여사네 집에서 우리 집으로 자리 이동한 횟수가 종종 있었다. 감사하면서도 미안한 생각에서 한 마디 했다.
“주변에 챙겨야 할 분들이 저 말고도 많으실 텐데 저까지 신경 쓰시게 해서 죄송하고도 감사합니다. 정성, 사랑,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류제숙여사께서 태연하게 하시는 말씀이,
“미안해하지 마셔요, 별 거 아니지만 이렇게 주변에 사시는 분들하고 콩 한 쪽이라도 나눠 먹고 싶은 심정에서 하는 일이니 저도 즐겁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주는 기쁨보다 받는 기쁨을 앞세우는데, 류제숙 동대표님은 주는 기쁨, 베푸는 즐거움으로 사시는 분이셨다. 요즘처럼 저밖에 모르는, 각박한 세상에 사람 냄새 물씬 풍기며 따뜻한 가슴으로‘더불어 사는 세상’만들기에 선봉장이 되시는 분이셨다.
그야말로 하해 같은 용광로 가슴이요, 무르녹이는 따뜻한 가슴이 아닐 수 없다.
뭐라 해도‘인간성 부활’의 불쏘시개가 되는 분이심에 틀림없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베풂의 삶’이기에 더욱 값지고 칭송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공자의 말씀에 <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는‘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이란 말이 있다. 삭막한 세상에 자기 가족, 자식들 건사하기만도 어려운데‘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는 여사님의 생각이 더욱 존경스럽고 자랑스럽기 그지없다.
여사님 생각에 누가 되는 말을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시경에 나오는‘녹명(鹿鳴)’이란 말이 스쳐간다. ‘녹명(鹿鳴)’이란 <먹이를 발견한 사슴이 다른 배고픈 동료 사슴을 향해 힘께 먹자고 부르는 울음소리>다. 여타의 짐승들은 먹이를 발견하면 혼자 먹기에 급급하고, 먹다 남은 것은 어디다 숨길 것인지 은밀한 곳을 찾느라 허둥대는데, 사슴만은 오히려 울음소리를 높여 배고픈 동료들을 불러 함께 나눠 먹는다니 기림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사람으로 말하면‘더불어 사는 세상’을 갈구하는,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이 덕행의 신호를 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짐승이지만 실로 본보기가 되는 기림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갈마ⓐ에‘녹명’을 실천하는 류제숙 여사 같은 분이 계시어서 내 가슴까지 덩달아 따뜻하게 데워지고 있다. 여사 덕분에 음지가 양지로 돼가는 느낌이다.
온 인류가 형제처럼 훈훈한 정으로, 따뜻한 마음으로, 화기애애하게 사는‘사해동포주의(四海同胞主義)’를 실천하는 분이어서 마음이 더욱 푸근해진다.
여사의 이 거룩한 정신이 주민들 가슴마다 파고드는 교화, 감화가 되어 그야말로 살 맛 나는 갈마 ⓐ 주민들의 복지 향상이 앞당겨 졌으면 좋겠다.
류제숙 여사는 불우한 이웃이나 독거노인을 위해 김치를 담가 나르고 고추장을 퍼 가고 있다. 나 같은 사람에게도 김치나 고추장을 담아오고 호박잎을 따다 주며, 애호박을 3통씩이나 가져오고 있다.
존경스럽게도 사슴의 울음소리‘녹명’에 배어 있는 정신을 구현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저 살기만도 바쁜 세상에 칭송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그 따뜻한 가슴과 심금을 울리는 덕행의 모습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인향만리,덕향만리(人香萬里,德香萬里:사람의 향기는 만 리를 가고, 덕의 향기도 만 리를 간다.)란 말도 있듯이 아마도 류제숙 여사를 일러 하는 말인 것도 같다.
살면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사랑을 다 주고도 더 주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으로 사는 사람이라 했다. 또 가장 축복 받는 사람은 베풂을 미덕으로 여기며, 순간적인 손해가 닥쳐와도 감수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삶에서 가장 존경받는 사람은 덕을 베풀고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 했다.
류제숙 여사님이 바로 그런 분이어서 더욱 존경스럽고 칭송받아 마땅한 분이라 하겠다.
진정으로 삶의 교훈을 되새기게 하며, 깨닫게 해 주시는 분이어서 느꺼운 감사를 드린다.
울 엄마 생각나게 하는,
호박잎, 된장, 풋고추 몇 개!
용광로는 감정 없는 쇠붙이를 녹이지만
따뜻한 가슴은 만인의 마음까지 데워주고,
눈보라 설한풍, 동토의 겨울도 녹여 준다.
호박잎에, 된장, 고추장, 열무김치, 풋고추 몇 개로
울 엄마의 사랑도 만들고 그립게도 하는 류제숙 여사님,
겨울도, 마음도 녹이는 가슴으로 만세를 울리는 녹명이 되리라.
첫댓글 호박잎, 고추, 된장 그리고 나눔 실천가와 그 분의 따뜻한 향기를 높이고자 필력의 힘을 쏟으신 솔향님의 향기를 또 느낌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