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여행 29 - 전철을 타고 이치조지역에 내려 엔코지를 거쳐 시센도를 구경하다!
교토 여행 4일째인 2024년 11월 22일 난젠지 南禪寺( 남선사) 와 에이칸도 永觀堂(영관당) 에 철학의길
(哲學の道) 을 보고..... 게아게역에서 지하철로 케이한산조 (京阪三条) 역과 데바치야나기역
에서 환승해서 키후네구치 (貴船口) 에 내려 33번 버스를 타고 키후네 진자 (貴船神社) 를 구경합니다.
다시 전철을 타고 니노세역(二ノ瀕) 에서 내려 하쿠류엔 (白龍園) 을 구경한 후에 다시
전철을 타고 데바치야나기역 (出町柳) 역에서 환승해 케이한 전철로 이치조지역
(一乘寺) 역에서 내여 17분을 걸어서 단풍이 아름답다는 엔코지 (圓光寺) 절을 봅니다.
인터넷 예약을 하지 않고 온지라 문 앞만 보고는 4~5분을 걸어서 교토시 좌경구 영세공양 ( 左京區
永代供養) 에 있는 시센도 詩仙堂(시선당) 에 도착했는데 여긴 장산사( 丈山寺) 라고도 불립니다.
정식 이름을 “오토쓰카” 라고 하는 여기 시센도 詩仙堂(시선당) 는..... 메이지 시대에 고미즈노오 상황
(後水尾 上皇) 의 별장인 슈가쿠인리큐 (修学院離宮) 자리 라는데 옛 건물 그대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히가시야마산(동산)의 북쪽 기슭에 자리한 이치조지 경내에 자리잡은 시센도 詩仙堂
(시선당) 의 입장료가 700엔인걸 본 마눌이 이번에도 들어가지 않을려고
하기에... 절대로 안된다! 후회한다, 여긴 반드시 보아야 한다고 우겨 함께 들어갑니다.
옛 시골 풍경 모습이 남아있는 한적한 곳으로 시센도의 문을 지나면 팔대신사 (八大神社) 도리이가
보이고 그 다음은 '이치조지'(一乗寺) 절 인데.... 시센도는 이치조지 경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치조지 (一乗寺) 에는 전설적인 검성(剣聖) 미야모토 무사시 (宮本武蔵) 가 소나무
아래서 결투를 벌였다는 한 그루 소나무 ( 一乗寺下がり松) 가 서 있으며
한 30미터 쯤 되돌아 나오면...... 대나무로 소박하게 꾸며진 시센도 입구 문 입니다.
그러니까 수십차례 진검 승부에서 단 한번도 패하지 않아 검성 (剣聖) 이라고 불리는 저 미야모도
무사시가 머물던 곳이며 마루에 앉아 정원을 바라보면서 명상을 하기 좋은 절이기 때문입니다.
시센도 (詩仙堂) 는 무사 출신 이시카와 조잔 (石川丈山) 이 조영한 정원으로 '이시카와 조잔' 은 일본 역사
에서 보기 드문..... 무인이지만, 시인이자 서예가 이고 건축가로서 여생을 보냈는데 16세의
어린 나이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측근이 되었고, 1600년의 세키가하라 (関ケ原) 전투에 참전 했습니다.
후에 이에야스가 쇼군이 되고 조잔이 33세가 된 1615년, 토요토미 가 (豊臣家) 를 멸망시킨 '오사카
여름 전투' 때는...... 명령을 어기고 적진에 뛰어들어 적장 셋을 죽이는 혁혁한 무공을 세웁니다.
큰 전공을 세웠으니 영지나 관직이라도 바랠만도 하지만 그는 오히려 무사 생활을
접고 은거하며 학문에 전념하였다는데..... 먼 지방인 히로시마에서 교사로
일한지 15년이 되었을 때, 모시고 살았던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 가셨다고 합니다.
그후 홀로 교토로 와서 쇼코쿠지 (相国寺) 근처에 터를 잡고 살다가 1641년 59세가 되었을
때..... 노년을 보내기 위해 이치조지 (一乗寺) 아래에 시센도 불당을 지었다고 합니다.
이시카와 조잔 (石川丈山) 은 이곳에 서원(書院) 을 지으면서.... 중국의 대표적 시인 36명의 초상화를
당대 유명한 화가인 '가노 단유' 에게 그리게 하고 초상화 위에 그들의 대표작을 써넣었다고 합니다.
시센노마에 걸려있는 초상화인데.... 그가 선정한 시인들의 초상을 주실 (主室) 에 걸어
두었던 것이 이유가 되어 '시센도(詩仙堂, 시선당) 라고 불리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는 한평생 결혼도 하지 않고 좌우를 둘러보지 않고 한길로 각고의 노력을 한 끝에 예서 (隸書) 와
한시 (漢詩) 의 대가 (大家) 가 되었으며, 또한 문인차 (文人茶) 의 창시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시센도 (詩仙堂) 는 시(詩) 를 쓰듯 꾸며진 정원이니.... 바깥 문을 들어가면
양쪽으로 대나무 밭이 이어지며 완만한 돌계단 길을 오르게 됩니다.
그리고 돌계단이 끝나는 곳에는 영산홍 꽃이 피어 있으며 현관 로바이칸
(老梅関) 으로 들어서면...... 바로 벽에 시문 (時文) 이 보입니다.
다다미방에서 보면 서원 (書院) 으로 이어진 넓은 툇마루 아래로 확 트인 앞뜰이 한눈에
들어오며 뒷마루에서 바라보는 앞뜰은 선종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레산스이
(枯山水, 마른 산수) 정원으로 흰 모래를 빗질로 낸 아름다운 선을 문양처럼 그려 놓았습니다.
시센도에는 흰 모래 정원 주위에 다양한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으니....
봄이면 깔끔하게 손질된 철쭉이 연못 주변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불당 (佛堂) 에는 주실 (主室) 시센노마 (詩仙の間) 에 중국 시인 36명의 시와 초상화가 사방을
감싸고 있고.... 현판에 걸려있는 '시선당 (詩仙堂)' 은 그가 쓴 예서체 (禮書體) 명필 입니다.
서재 시라쿠소 (至楽巣) 입구에는 영국 왕이 황태자 시절 다이애나 비와 다녀간 사진이
걸려있는데.... 영국 왕실에서 황태자 방문지로 교토의 수많은 명찰을
놔두고 하필 작고 잘 알려지지 않은 시인의 정원을 선정한 이유가 분명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젠 (禪, 선, ぜん) 을 직접 체험해 보고 싶었던 모양인데.... 서구에서는 일본 불교,
그 중에서도 선(禪) 이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으니, 학원 같은 곳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명상을 하면서 수련을 하고 있으며 원래는 산스크리트어 dhyana 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문득 나옹 화상 (懶翁和尙) 의 누님이 동생인 나옹에게 읊었다는 "부운(浮雲)" 이라는 선시
로서, 태어남과 죽음을 한조각 뜬구름(一片浮雲 ) 의 기멸(起滅) 에 비유한 시가 떠오릅니다.
空手來空手去是人生 (공수래공수거시인생)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이여
生從何處來 死向何處去 (생종하처래 사향하처거) 날 때는 어느 곳에서 왔으며, 갈 때는...
生也一片浮雲起 (생야일편부운기) 나는 것은 한 조각 구름이 인 듯 하고
死也一片浮雲滅 (사야일편부운멸) 죽는 것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지는 것
浮雲自體本無實 (부운자체본무실) 뜬 구름 자체는 본래 자체가 실이 없나니
生死去來亦如然 (생사거래역여연) 죽고 사는 것도 역시 이와 같도다
獨一物常獨露 (독일물상독로) 그러나 여기 한 물건이 항상 홀로 드러나
湛然不隨於生死 (담연불수어생사) 담연히 생사를 따르지 않네!
정원은 언덕받이를 잘 활용해서 두 개의 중층 단으로 나눠 꾸며 놓았는데,
조잔은 이곳 지형이 울퉁불퉁하여 '요철이 심한 곳에 있는 보금자리'
란 뜻으로 이 집을 오토즈카 (凸凹巣, 요철과) 라고 이름 지었다도 합니다.
고르지 못한 지형을 역으로 이용하여 중층적 변화를 준 듯한데.... 계단 길 주변에는 등나무
나 단풍나무 등 여러 수목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언덕을 꾸미고 있으며,
계단길 주변의 수목들과 윗쪽의 불당 아래로 내려가면 작은 폭포가 떨어져 연못을 이룹니다.
그 폭포와 함께 '대나무 물받이 통' (僧都, 승도) 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연자방아 찧듯 일정한 간격으로 리듬을
돋구어 주며....... 흐르는 물의 중력을 이용, 대나무 마디에 물이 채워지면 바위를 땅! 하며 치는 구조입니다.
당시 물받이는 사슴이나 멧돼지를 밭에서 쫓아내는 수단이었는데, 오늘날 까지 시센도 불당의 적막을 깨는
소리로 남아있는 것이며, 아래 정원에는 연못을 조성하고 주위에 온갖 꽃이 피어난 꽃밭을 이루고 있습니다.
1716년 진언종의 승려가 처음으로 임명된 이래 대를 잇는 승려가 시센도 불당을 계승
하다가 1743년 간인노미야 친왕의 지원을 받아 불문에 들어간 비구니가 직을
이어받아 비구니 또는 선승이 관리하니 조동종 에이헤이지 절의 말사 소속이랍니다.
시센도를 나와서는 다시 15분을 걸어서 이치조지에키 ( 一乘寺駅 일승사역) 으로 돌아왔는데
원래 계획은 여기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전철을 타고 데바치야나기역 (出町柳) 에서 내립니다.
통로를 걸어서 다른 데바치야나기역에서 케이한압동선 (京阪鴨東線) 을 타고 6정거장
도후쿠지역 (東福寺) 역에 내려 걸어서 도후쿠지 東福寺(동복사) 를 보는 것이었습니다.
도호쿠지 東福寺 (동복사) 는 동사 (東寺) 동쪽으로 동산구 본정에 있는 사찰인데
본당과 보문원에 개산당이 있으니 통천교에서 바라보는
단풍이 아름다우며 그외 삼문과 혼방정원에는 2천그루 단풍나무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늦가을인지라 이미 해가 지고 있으니.... 지금 간다고 쳐도 절에
들어갈수 있을지도 불투명한지라 포기하고 기요미즈데라로 가기로 합니다.
이치조지에키 ( 一乘寺駅 일승사역) 역에서 전철을 타고 내려가다가 데바치야나기역(出町柳) 에서 내려서
다른 데바치야나기역에서 케이한압동선 (京阪鴨東線) 을 타고 기요미즈고조역 (清水五条) 에서 내립니다.
여기에서 버스 EX 100 을 타면 고조자카 (五条坂 오조판) 에 갈수 있다지만 버스가
올 생각을 하지 않는지라...... 그냥 15분 정도 거리니까 걸어가기로 합니다.
큰 도로를 따라서 걸어가는데...... 중간에 서양인들이 일본 옷을 입고는
큰 칼을 들고 서로 대련을 하는 모습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일본도는 전세계에서 가장 날카로운 검이라고 하는데 위험해 보이기도...
첫댓글 허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수원사는 김성길입니다
백수가 하는일없이 바빠서 너무 오랜만에 선생님카페에 들럿습니다.
너무 너무 죄송합니다.이제부터라도 자주 틈나는데로 선생님여행기보러 들러겟습니다.
일본여행기 잘 보겟습니다.
안녕히계십시요.
수원에서 김성길올림.
허선생님 모처럼 들러서 한가지 질문 드려도 될련지요?
허선생님 제가 아시는분이 최근에 아프리카여행을 가서 카페에 여행장소 사진을 올려주시는데
혹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희망봉이 있고 희망곶이 따로 잇는지요?
제가 희망봉은 여러번 들었엇는데 희망곶은 처음들어서 여쭈어봅니다.
희망봉은 포루투칼의 탐험가 바로톨로뮤 디아소가
1487년에 8월에 인도를 향해 신항로개척에 나섯다가 폭풍과 선원들의 반대에 부딪쳐서 신항로 개척을 포기하고 이듬해
1488년 5월에 귀국길에 오르다가 발견햇다고가 항해중에 발견햇다는것이 희망봉이죠?
그러면 이것이 희망곶이랑 같은곳인지 아니면 다른곳에 희망곶이 따로 잇는지 궁금해서 여쭈어봅니다
수고하십시요. 김성길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