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응각스님은 수행자의 덕목으로 “신심을 내어 수행하고 원력을 보여야 할 것”을 강조한다.
완연한 가을날씨다. 청명한 바람이 불국사 경내를 휘감아 돌고, 가을 수학여행차 사찰을 방문한 청소년들의 재잘거림이 다보탑, 석가탑에 걸려 있다. 청운교, 백운교 앞 늙은 느티나무는 벌써 노란 단풍잎을 가득 매달고 있다. 이제 조락(凋落)을 보여주며 세월의 무상한 진리를 보여줄 것이다. 불국사 종무소 옆에 위치한 불국사 승가대학(강원)도 단풍잎들과 조화를 이룬다.
강주 응각(應覺)스님을 만난 지난 16일은 마침 ‘불국강당’ 학승들이 모두 동화사에서 열리고 있는 체육대회에 간 터라 조용하기 이를 데 없다. 평생 학승으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응각스님으로부터 부처님의 가르침과 세상을 살아가는 혜안(慧眼)이 무엇인지 경청했다.
“벌써 1년6개월이 넘었습니다. 96년 은해사 종립승가대학원을 1기로 졸업하고 은사스님이 주석하시는 불갑사에 조금 있다가 80년 불국사에서 전강을 받은 인연과 현주지 종상스님의 청으로 불국사에 오게 되었네요. 병마와 씨름하느라 어렵긴 하지만 지금은 많이 회복되어 미래 한국불교의 동량들을 양성해 내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현재 내 모습은 인과의 법칙 따른 것
모습.소리.촉감에 끌려다니지 말아야
-불교가 어렵다고들 하는데 부처님이 후세에게 남긴 가르침의 참뜻은 무엇인가요.
“불교는 인과(因果)의 도리를 가르치는 종교입니다. 〈일체유부경〉에 이르기를 ‘가히 백 천겁을 지나더라도 지은 바 업(業)은 없어지지 않나니 인과 연이 서로 만나는 그때, 과보의 도리를 도리어 받나니라’고 설해져 있지요. 인과의 도리를 분명하게 말씀하신 가르침입니다. 나를 현재의 모습으로 있도록 한 근본법칙이 무엇인가 하는 너무도 당연한 도리입니다. 선한 씨를 심으면 선한 열매가 열리고, 악한 씨를 심으면 악한 열매가 열린다는 선인선과(善因善果), 악인악과(惡因惡果)의 도리를 가르치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부처님께서도 이 인과(因果)의 법칙을 설하신 것인가요.
“석가모니 부처님은 6년 고행 끝에 정각을 이루고 감탄하며 ‘아! 기특하고 기특하도다, 중생들이 모두 이와 같은 지혜(智慧)와 덕상(德相)을 갖추었건만, 다만 망상(妄想)에 집착되어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구나. 다만 이 망상에 대한 집착만 여읜다면 바로 일체지(一切智), 무사지(無師智)를 얻게 되는 것을’이라고 말했지요. 일체중생에게 누구나 훌륭한 지혜와 덕상을 구비한 불성이 있다는 것을 깨달으신 부처님께서 49년 동안 한결같이 진리에 의지하여 지혜롭게 실천하여 부처가 되는 길을 말씀하셨습니다. 그 내용의 핵심은 인과의 법칙이지요. 그래서 우리 불자들은 인과의 법칙을 무시하고 욕망과 분별 때문에 원한을 품고 모습에 끌려가고 소리에 끌려가고, 심지어는 촉감에 끌려가는 우매함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우리 불자들을 이런 잘못된 물결에 휩쓸려서는 안 됩니다.”
-스님은 승가대학 강주로서 어떠한 덕목을 학인들에게 가장 강조하는지요.
“수행자로서 계율을 가장 중시해 지켜갈 것을 가르칩니다. 자고로 수행자는 신심(信心)을 내어야 하고, 수행(修行)을 해야 하고, 원력(願力)을 보여야 합니다. 이 세가지 덕목은 커다란 솥을 떠받치는 발(足)과 같은 것입니다. 여기에는 계율이 근본을 이룹니다. 성철스님께서는 “출가란 조그만 가정과 가족을 버리고 큰 가족인 온 세상을 위해 사는 것이다. 출가의 근본정신은 자기를 완전히 버리고 일체를 위해 사는데 있다”고 가르치셨습니다. 요즘은 수행인들 가운데도 자리이타(自利利他) 정신을 망각하고 이기적으로 사는 자리(自利)에 치우치는 이들이 있는 듯하여 안타깝습니다. 계율을 여법하게 지켜나가는 수행자의 참 모습을 견지한다면 출가본연의 자세도 실천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불교신문 독자들에게 희망을 안고 살아갈 수 있는 덕담 한마디 해 주십시요.
“우리사회가 많이 혼탁합니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정치적으로 혼탁해 초래된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바른 길을 가지 않고, 돈에 눈이 멀다보니 윗사람에 대한 도리도 못 지키게 되는 결과를 불렀어요. 정도(正道)는 사회를 투명하게 하는 희망의 등불과도 같다고 보면 됩니다. 원효스님의 화쟁 사상을 이야기해 주고 싶습니다. 너와 내가 없는 우리라는 하나 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면 다툼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란 존재를 너무 앞세우지 않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다툼은 없어질 것입니다. 불자이건 아니건 우리 국민들이 원효스님의 가르침처럼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희망이 가득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불국사 승가대학 강주 응각스님은 1971년 지종스님(원로의원, 불갑사 조실)을 은사로, 서옹스님을 계사로 백양사에서 득도했으며 1974년에 법주사에서 석암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이후 스님은 해인사 승가대학과 불국사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한국불교의 동량을 양성하는 학승으로서 살아왔다. 해인사 승가대학 강사, 학감을 거쳤고 1980년에는 당대의 대강백인 운기스님으로부터 불국사에서 강맥을 전수받았다. 경남 함안에 위치한 관음사에 잠시 머물렀던 스님은 1996년에는 은해사 종립 승가대학원에 1기로 입학하여 1999년에 졸업했다. 승가대학원에 입학한 스님은 위암판정을 받아 대수술을 하면서도 승가대학원을 졸업해 주변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은해사 승가대학원 졸업 후 은사스님이 주석하고 있는 영광 불갑사에 잠시 머물렀던 스님은 불국사 주지 종상스님의 청으로 2002년부터 불국사 승가대학 소임을 맡아 현재까지 후학들을 양성하고 있다.
첫댓글 법우님 감사드려요.()
원...별말씀을요...가게를 혼자 하다보니...이렇게 들어오기가 쉽지 않네요...이해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