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의 비밀 방아풀(오리방풀, 방애잎).
-어릴 때 나루터에서 민물매운탕을 하셨던 친구의 엄마를 잊을 수 없다. 지금이야 둑을 만들어 홍수의 피해가 거의 없지만 제방이 생기기 전에는 장마철만 되면 강물이 넘쳐 동네의 절반이 물에 잠기곤 했었다.
피난 아닌 피난을 해마다 하면서도 고집스레 그곳에서 장사를 하셨던 친구의 어머니자 우리들의 어머니. 오늘따라 새삼 그분이 그립다.-
6.25때 인민군의 군관이셨다가 전향했지만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평생 받으며 살며 아버지를 따라 묵묵히 매운탕과 잉어사시미, 어죽을 만들어 파셨던 우리들의 어머니.
지금은 하늘에 오르셨지만 이제서야 어머니의 손맛을 세상에 알립니다. 짓궂기로 소문난 구드레의 개구장이들을 언제나 미소로 반겨주셨던 사랑하는 우리의 어머니. 당신을 그리워하며 이 글을 씁니다.
오늘은 방아풀에 대해서 알아보겠는데요.
방아풀을 올리며 문득 친구의 어머니가 머릿속에 자리를 잡네요. 백마강과 삼천궁녀의 전설을 간직한 낙화암이 있었던 구드레는 부여에서도 가장 험난한 삶의 터였습니다.
한겨울에 강풍이 불면 정면으로는 도저히 마파람을 맞을 수없어 뒷걸음질로 마을에 들어서야했지요.
지금은 추억이 되었지만 고란사의 새벽종소리는 새벽 기상시간과도 같았습니다. 그때는 고란사의 종소리가 정말 싫었습니다. 할머님이 종이 울리면 깨웠으니까요. 낙화암 아래는 우리들의 수영장이었고 낚시를 하다 물에 빠져죽은 사람은 영낙없이 그곳에 붙어 맴맴 도는 우리들만의 비밀의 공간이 있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봄에는 끝없이 펼쳐진 백사장이 있어 축구도 하고 오래달리기도 하며 체력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군에서 개최하는 마라톤은 거의 우리가 상을 휩쓸다시피 했지요.
얘기가 또 길어졌네요.
방아풀은 들깻잎과 비슷하고 한국산허브라고 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뛰어난 방향효과가 있어 화분에 심어 거실에 놓으면 파리나 모기가 싫어해서 방충제로써의 역할도 톡톡히 합니다.
이 방아풀의 대를 말린 것이 한방에서 쓰는 '곽향'입니다. 필자도 곽향을 많이 쓰는데요. 독특한 향기가 한가득 방에 차면 은은하니 좋습니다. 황산화능력이 있어 인체의 독성을 제거하고 각종 질병을 예방하며 항암에도 좋지요. 로즈마리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노화를 방지하고 암을 예방합니다.
한약재로 쓰기도 하지만 예전에는 들깻잎처럼 나물이나 장아찌, 쌈으로도 즐겼으며 무엇보다 생선의 비린내를 제거하는데 최고의 향신료였지요. 지금은 많은 이들에게 잊혀져 잡풀로 취급을 받고 있지만 말입니다.
허나 아세요?
맛집으로 유명한 어죽집의 비밀이라는 노하우가 바로 방아풀입니다. 완벽하게 비린내를 잡고 입맛을 돋궈주기 때문에 어죽집은 방아풀을 쓰지 않으면 맛집이 될 수 없습니다.
봄의 어린 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고 매운탕이나 생선찜, 보신탕, 어죽 등의 향미료로 쓸 수 있습니다. 다 자란 잎도 상추나 다른 쌈과 섞어 쌈밥정식의 정예군으로도 쓸 수 있으며 빈대떡을 지지미 할 때 그 위에 얹으면 훌륭한 식감과 향을 느낄 수 있지요.
늦가을의 전초는 음건하여 한방의 약재로 쓰며 분말을 내어 모든 음식의 향신료로도 씁니다. 특히 해물찜을 할 때 비린내와 잡맛을 없애기도 합니다. 쌉싸름한 쓴맛이 있어 봄의 춘곤증이나 한여름에 떨어진 입맛을 붙잡아주기도 합니다. 풍치나 구취가 심하면 전초를 달인 물로 우물거리면 가그린보다 더 효과가 좋습니다.
방아풀의 향은 산초와 박하의 중간 쯤 되는데 위가 좋지 않으신 분들은 음건한 전초를 푹 달여 냉장보관하셨다가 위경련이 일 때 따근하게 드시면 속이 편해지며 장복을 하면 위경련이 사라집니다.
폐렴이나 기침이 심한 분 또는 두통에 시달리는 분들에게도 좋고요. 고혈압이나 당뇨, 중풍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어 즐겨드시면 성인병을 피해가실 수 있습니다. 특히 동맥경화나 항암에 좋은데요. 방아풀을 향신료나 조미료로 즐겨 사용하시면 십년 이상 젊어 보여 노화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위와 장을 보하므로 배탈이 나는 것을 예방하여 이질, 설사를 잡아줍니다.
음건한 전초를 적당한 크기로 썰거나 잘게 썰어 티백에 넣어 보리차처럼 드시면 좋은데요.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끈하게 꿀을 살짝 가미해서 드세요. 건강약차로 손색이 없을 겁니다.
매운탕이나 생선찜, 어죽에는 어린 순과 잎을 따다 그냥 넣거나 달여서 쓰면 비린내를 잡아주고 보신탕이나 흑염소탕, 토끼탕을 끓일 때 같이 넣어 끓이면 육질이 부드러워지며 맛도 살아나 그 맛이 한층 우러나 좋습니다. 그리고 줄기를 말린 곽향은 한방차를 끓일 때 같이 넣으면 감기예방은 물론 기관지천식, 가래를 잡아줄 뿐만 아니라 향이 은은하여 정감이 넘칩니다.
이제 서서히 방아풀 요녀석도 고개를 내밀 준비를 하고 있을 겁니다. 주변을 소홀히 하지 마시고 꼼꼼하게 살피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방아풀이었습니다.
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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