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간: 홍천군내면율전리하뱃재~1,075봉~각근치~응봉산(1,103m)~인제군상남면상남리 행치령
구간거리: 약18km 소요시간: 9시간30분
<가을하늘>
이번달에는 일요일이 다섯 번이라 전례에 따르자면 오늘은 특별산행일이다.
허나 특별산행이라고 하면 계절에 따른 특별한 테마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이 시기가 계절적으로 상당히
애매모호하다.
늦은봄의 철죽산행도 아니고 여름의 계곡산행은 지났고 가을의 단풍이나 억새능선 산행은 아직 이르고 겨울의
적설기등반은 더더욱 아니다.
그래서 등산객이 많이찾는 일반산을 정하기 보다는 차라리 조용하고 깨끗한 영춘지맥을 한구간 더 하는것이
낫지않겠는가 해서 정기산행을 하게됐다.
하뱃재 09시15분
<다시 하뱃재에 서서.....>
마을 시멘트도로를 따라 조금 들어가면 길 좌우에 보랏빛 상추와 파란 무가 길게 솟아오른 넓은 밭을 지난다. 요즘 상추값이 금값이라던데....
독립가옥 바로전 수양버들이 서있는 장소에서 좌측으로 밭뚝을 조금가다 우측으로 산소가 있는 장소를 지나 사면으로 오른다.
<빨간상추>
우측 산소로 오르지않고 계곡을 따라 계속 올라가도 되지만 이길이 지맥능선인것 같아 나와 대원 몇사람은 이길을 택한다. 조금 오르다보니 급경사에다가 낙엽송묘목과 가시덩쿨이 뒤범벅되어있어 넝쿨을 뚫고 나가기가 어려워 힘이 배가든다.
시작부터 길도 희미한 된비알을 만나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10시04분. 산죽밭이 있는 능선에 올라 한숨 돌린다. 지도를 보니 고도 약350m를 오른셈이다.
이곳부터는 능선길이 잘 나있다.
1,075봉 10시30분 ~ 11시00분
<굽이굽이 이어진 영춘지맥 능선>
이 근방에서는 매봉산이라고 불린다는 이 산은 높이에 걸맞게 아주 뾰족하다. 정상에는 삼각점과 약간의 공터가 있고 나무를 모두 베어놓아 시야가 아주 좋다. 파란 하늘아래 우리가 지났던 능선들과 앞으로 지나야할 능선들이 굽이굽이 이어저 나간다.
처음부터 급격하게 너무 높이 올라와서 모두들 힘이 소진됐다. 계곡으로 올랐던 대원들과 합류해서 술에
족발안주에 30분간 눌러앉아서 힘을 보충시킨다.
마냥 앉아있을수만은 없는일....우리가 올라왔던길로 조금내려가 좌측으로 내리막능선을 탄다. 즉 정상은
지맥에서 좌측으로 약간 벗어나 있다.
12시20분. 이어지는 날능선. 여기저기 바위가 툭툭 튀어나와있고 사이사이에 산철죽과 키작은 잡목이 꽉 차있어 지나는데 애로가 참 많다. 이리 걸리고 저리 걸리고...
오르내림도 심하다. 도상거리에 비해서 시간이 상당히 많이 소요된다.
더구나 심심찮게 노루궁둥이 버섯이 눈에 띄니 그냥 갈수도 없고, 따는길에 참나무에 쫙 붙어있는 헐크버섯도
따고, 커다란 능이버섯도 따야하고...할일이 참 많다.
<막간의 여유>
이 구간은 거의가 좌우사면이 급경사인 날능선이라 어디 넓게 앉아 식사할만한 장소도 마땅치않다.
13시05분~13시55분까지 좁은 비탈에 여기저기 모여서 점심식사를 한다.그 와중에도 버너에 버섯찌게를
끓여먹으니 그 맛이란....
14시17분. 시멘트 삼각점이 넘어저있는 봉우리에서 마루금은 우측으로 휘어저 나가고... 다시 이어지는 잡목숲이다. 14시57분. 삼각점 봉우리를 지나 다시 내리막...
무수히 많은 봉우리를 오르내린다. 오르내림은 많지만 특별하게 이름붙은 장소가 없어 지금 우리가 어디쯤
왔는지도 확실치않다.
각근치 16시35분
1,075봉에서 오는동안 아무런 하산로 표지가 없다가 여기에 오니 처음으로 안부 좌우에 하산로가 분명하고 특히 좌측으로 표식기가 많이 걸려있다. 일반등산객이 이곳으로 오르는 모양이다.
그다음부터 계속 오르막...고도 약250m를 올라간다. 있는힘을 다해서 몸을 한발한발 끌어올린다.
응봉산(1,103m) 17시00분
<응봉산 정상>
봉우리를 오르니 오래된 헬기장이 있고 정상은 이곳에서 우측으로 20m정도 벗어나 있다. 정상에는 삼각점외에 아무런 표지는 없으나 나무가 없어 전망은 아주 좋다.
시간이 너무 지체됐다. 잘못하다가는 하산전에 해가 질것 같다.
급히 핸드폰으로 미리 연락되어있던 서석 페리카나치킨집 승합차를 부르고 부리나케 내리막을 내려간다. 봉우리 하나를 넘은후 17시30분에 부럭 몇 개가 남아있는 오래된 헬기장을 지나고 17시46분에 삼각점 봉우리에서
지맥은 우측으로 90도 꺽인다.
18시15분. 마지막 삼각점 봉우리. 날은 이미 어두워젔다. 헤드렌턴도 없어 표식기찾기조차 어렵다. 그냥 능선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내려가는데 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나무에 걸려서 다시 돌아나오고를 반복한다.
행치령에 거의 다 내려왔는지 밑으로 하이에나 신호를 보내니까 미리 내려간 선두에게서 신호가 온다.
캄캄한 밤중이라 무진장 반갑다.
능선우측으로 길이 잘 나있다. 그 길인줄 알고 계속 갔는데 희미한 개간지 같은게 보인다. 이건 아닌것 같아 다시 돌아와서 직진능선을 찾아 내려간다. 뒤에 알아보니까 그 길은 목장으로 내려가는길이라고 한다.
앞에서 불빛이 보인다. 미리 내려갔던 대원이 후라쉬를 가지고 우리를 마중나왔다.
후라쉬를 들고 마중나온 대원을 보니까 백두대간 미시령구간 생각이 난다.
곧바로 시멘트 도로에 내려선다.
행치령 18시45분
<종착 지점>
시멘트 도로옆에는 홍천샘물이라고 쓴 커다란 안내간판이 서있고 우리가 부른 승합차가 대기하고 있다.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를 않지만 사실 이곳은 444번 도로상의 행치령이 아니다 .
주위가 캄캄하고 경황이 없어 이곳이 행치령이 아니라는 사실도 운전기사에게 들어서 알았다. 이곳에서 조금만 가면 된다고 하는데 다음에 지나면 될일이고 당장은 바쁘다고 서두르는 운전기사 성화에 차에 올라타기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