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식 / 옛집 감나무 『현대작가 시』... 현대작가 2023년 가을. 제17호... 2023.9.4. 발행
■ 안재식 『현대작가 시 』
- 옛집 감나무
。 현대작가 2023년 가을. 제17호
。 2023년 9월 4일 발행
。 정가 15,000원
옛집 감나무
안재식(1942~)
셋집을 전전하던 그 시절
남산에서 내려다본 서울은 사방 별밭이었다
저 많은 별 중에 내 별은 왜 아니 없을까
막소주 몇 잔에 하늘로 종주먹을 대곤 했다
황무지 개간하듯 모진 풍상 겪으며
어찌어찌 큰애가 초등학교 들어가던 해
내 별에 눈물로 문패를 달던 날
감나무 한 그루 기념으로 심었는데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그 나무처럼 도담도담 웃음소리 키우고
두통에도 파스를 붙이던 내 어머니
주렁진 홍등을 세어 보는 재미 쏠쏠했다
이제 세월이 흘러 삼십여 년
이빨 빠지듯 하나둘 뿔뿔이 흩어지고
내 어머니도 상여 타고 떠나가신 집
왁자지껄 들끓던 마당엔 허전함이 나뒹군다
연탄가스 들어찬 밤하늘 볼 새 없이
오며 가며 이 공간의 주인이란 뿌듯함에
날개를 달았던 지나간 날들이
감꽃처럼 뚝~ 뚝~ 멀어지고
내 별에 문패를 떼던 날*
눈물로 끌어안은 감나무, 물관이 감감하다
*내 별 : 서울 중랑구 묵1동 소재(1981~2011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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