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싸는 소리에는 특별한 힘이 있다>
영화 '똥 싸는 소리' 시사회가 열렸다.
먼저 조재형 감독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4년 전 사고로 전신마비 장애인이 되고 나서 첫 작품이기에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
이를 장애극복 운운하는 것은 극복이라는 단어의 불온함을 차치하고라도 부적절하다.
그는 이전에도 지금도 영화를 사랑하는 감독일 뿐이다.
오히려 장애를 갖게 되면서 영화의 세계가 더 넓어지고 더 깊어졌다.
'똥 싸는 소리'는 실로암사람들이 공동제작자로 참여한 영화다.
2021년 초 조 감독의 치료를 지원하기 위하여 모금한 돈이 영화의 밑거름이 되었다.
극영화 이기는 하지만 광주장애인가정상담소 김미숙 국장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았다.
영화의 촬영 장소도 실로암센터, 설순미 부장의 아파트, 오방장애인자립생활센터, 카페홀더 등 낯익은 곳들이 많았다.
조 감독은 시사회에 대해서 묻자 김미숙 국장이나 실로암사람들, 장애인들의 반응이 제일 궁금하다고 했다.
미숙도 장애여성 관련 영화 중에서 첫 번째 수작으로 꼽았다.
영화를 보다가 내가 출연한 장면에서는 얼굴이 달라올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는데 배영준과 박정혜 회원이 출연하는 장면은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영화 '똥 싸는 소리'는 오디션을 통해 주연급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났다.
카메오로 출연한 이문식 배우는 영화의 흐름에 활력을 주었다.
여주인공의 경우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의 특성을 디테일하게 연기해서 영화 속 '미숙'과 실제 '미숙'이 데칼코마니처럼 느껴졌다.
‘똥 싸는 소리'는 감동과 재미가 교차한다.
장애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지만 85년생 미숙의 일과 사랑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낸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가을날 미숙과 태식이 여느 연인들처럼 나란히 걸어가는 뒷모습이 아름다웠다.
반면에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영화의 말미에 미숙이 꿈속에서 남자 친구와 바닷가를 거니는 장면이 나온다.
굳이 비장애인이 되어서 뛰어다니는 판타지를 넣어야 하는지 물음표가 던져졌다.
남녀간의 이상적인 사랑이 비장애인이 되어야 가능한 것이 아니라 휠체어를 타고도 멋진 판타지를 꿈꿀 수 있다면 좋겠다.
이 영화의 강점은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레 장애 문제를 객관화시켜서 보게 하는 힘이 있다.
4년 차 '초보 장애인' 감독에게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도 대박 나고, 미숙 국장도 유명해지고, 조 감독도 차기 작품의 동력을 얻기 바란다.
'똥 싸는 소리' 극장 개봉을 기다린다. 개봉박두!
(2022.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