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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들의 신조어 된장녀가 사회적 이슈꺼리로 본격 부상했다.
간단한 웹서핑으로 건진 된장녀의 정의를 살펴보자.
된장녀 :
1. 외국 고급 명품이나 문화를 좇아 허영심이 가득찬 삶으로 일관하는 젊은 여성.
2. 전통적인 관습 중 여성에게 이로운 점은 당연시 여기고, 불리한 점은 불평등을 주장하는 여성.
1번의 정의만으로는 최근 된장녀 논쟁의 본질이 선명히 드러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된장녀 논쟁에는 된장녀들에게 경제적으로 수탈(?) 당하는 남성들의 분노와 조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1번의 정의가 2번의 정의와 결합되어야 전체 그림이 드러난다.
예컨대, 누군가가 밥값보다 비싼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명품으로 치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는 이슈성이 약하다. 그 비용을 복학생 선배가 부담하고 남자 친구가 부담할 때 남성들의 된장녀 공격심리가 발동되고 논쟁이 시작된다.
즉, 같이 밥먹고 차마시고 시간보낼 때 돈을 쓰는 것은 당연히 남성이어야 한다는 전통 관습은 그대로 받아들이고,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에서는 남녀평등을 부르짖는 된장녀의 이중적 행태....
그것이 된장녀 논쟁의 본질이다.
이 문제에 대해 페미니스트들은 "된장녀는 결국 외모 지상주의를 쫓는 남성들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요지의 논지를 펴며 "(남성들은) 욕심을 줄이든가, 지갑을 채우라"고 반격한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이야기다.
위에서 밝혔듯이 된장녀 논쟁의 본질은 된장녀가 자신의 럭셔리 라이프 유지비용을 남성들에게 의탁하는 지점에 있다. 물론 이용당하는 남성들의 변화도 필요하지만, 된장녀라는 오명을 거부하고자 한다면 스스로 자립하면 될 일이다. 된장녀 문제는 남성과 여성, 그 어느 한쪽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된장녀 논쟁에 열을 내고 있는 한국 남성들이
정작 본질적이고 큰 그림을 놓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우리 시대에는 경제적으로 자립한 여성들이 수없이 많다.
20대 후반, 30대 초중반으로 경제 생산 활동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이미 그 스스로가 당당한 소비의 주체다.
그들을 모두 싸잡아 '된장녀'로 취급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그녀들은 남성들에게 의탁하지 않고도 적극적으로 소비의 즐거움을 누리고 여가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동일한 연령대, 동일한 사회적 경제적 위치의 남성들이
기껏해야 친구들과 어울려 밤새 포커를 치거나 룸살롱에서 여자 끼고 술을 마실 때
그녀들은 그보다 비슷하거나 낮은 경제적 비용을 들여
각종 공연 정보를 찾아다니고 패션 정보를 접하고 자신을 가꾸고 투자하는 일에 매달린다.
그녀들이 적극 개척하고 확장시킨 영역이 바로 팬클럽들이다. 모델, 배우, 가수를 망라한 각종 연예인들과 여러 공연, 드라마, 영화의 팬클럽을 떠받치는 가장 큰 힘이 그녀들에게서 나온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녀들은 괴성만 지르는 '오빠부대'의 차원을 넘어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을 집단 구매하고, 좋아하는 배우의 출연작을 단체반복관람하기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누나부대'로 진화했다.
연상연하 또는 토이보이(연하의 남자친구) 같은 단어들이 스스럼없이 등장한 배경에 이 '누나부대'들이 있고, 경제적으로 남성들과 동등한 지위를 획득한 여성들이 있다.
'된장녀'를 조롱하고 공격할 때 남성들은 짜릿한 쾌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남성들이 '된장녀'를 비난하는 동안 경제적 능력을 갖춘 '누나들'이 소리없이 남성들을 포위하고 있다.
최근 대중문화계에서 남성들이 푹 빠질만한 섹시여스타 가수나 배우가 제대로 뜬 적이 있는가?
이쁘장하고 잘생기고 근육좋은 남자스타들은 한류다 뭐다 해서
한국 대중문화의 주요 아이콘으로 부상했지만 여성스타들의 활동은 저조하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누나들'의 등장으로 이미 대중문화 생산자들은 그 코드에 맞춘 컨텐츠가 돈이 된다는 점을 파악했다.
남성들이 기껏해야 인터넷 야동이니 야설, 일본 AV 등 음지 컨텐츠에 빠져 있는 동안
여성들은 대중문화 시장의 지형 자체를 바꿔놓고 있다.
남성들은 항변한다.
취업 문제에 시달리고, 가족도 꾸려야 하고,
늘 정신없이 바쁘게 생활고에 시달리다보니
여성들처럼 자신을 위해 마음대로 돈을 쓸 수 없다고...
정말 그러한가?
그래서 해마다 고시 합격률이나 기업 취업률에서 여성 비율이 끝없이 높아지고 있는가?
월말마다 날아오는 카드 청구서에서 룸살롱이니 섹시바니 어디니 술값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문제는 '된장녀'가 아니다.
글을 몰라 문맹이 아니라 문화를 어떻게 즐길 줄 모르는 문맹으로 퇴화한 남성들이다.
그 결과로 끝없이 대중문화 컨텐츠 시장에서 소외당하고 외면당하게 된 남성들이다.
골방에 처박혀 술 마시고 포커치고 PC를 두드리는 것 외에는 시간 보낼 길을 찾지 못하는 '골방남'들....
된장녀에게 빼앗기는 경제적 손실 문제는 차라리 사소한 문제다.
진정한 남성들의 위기는 바로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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