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방초의 계절
시나브로 세월은 흐르고 온 대지엔 녹음방초가 우거지는, 곧 이제 한여름이 코앞인 유월의 시작입니다. 불과 오월 초, 창가의 앙상한 나무 가지에 조그만 새순이 파릇파릇 돋아나더니 금방, 정말 눈 깜빡 할 사이에 잎이 무수히 우거져 온통 시야를 다 가려버립니다.
녹음방초, 푸르른 나무들과 풀에서 나오는 향기로운 초록내음을 일컷는, 꼭 이맘때를 의미하는 말이겠지요. 이러할 때면 옛날 중학교 교과서에서 읽었던 영문학자이자 수필가인 이양하선생님의 “신록예찬”이란 글이 다시금 생각이 납니다.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어주고 머리를, 정신을 씻어주고, 이세상의 모든 마음의 티끌을 씻어준다고 노래하셨지요. 비록 현실은 인간의 온갖 오욕 칠정에 세상이 탁해지고 혼돈이 극을 치닫지만, 이 신록의 계절에 우리 평범한 한사람 한사람들이라도 조용히 이 싱그런 초록내음 속에서 마음의 티끌을 하나하나 씻어내 보아야겠습니다.
어제 토요일 새벽, 집사람이 하늘과 노을의 한정식, 정승호 회원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일러줍니다. 여기가 새벽이면 한국에서는 토요일 저녁이었겠지요? 모여서 거나하게 한잔하시면서 이 마적놈이 생각나 한번 띠리링 눌러보셨나봅니다. 이 험난한 세상살이에 그래도 모여서 달리기도 하시고 또, 한잔 곁들이기도 하시고, 생각나면 전화라도 주시니 참으로 고맙고 반가울 따름입니다. 비록 직접 통화는 못했지만 반가운 마음은 그지없었습니다. 모두 사업도 잘 되시고 건강을 위해 달리기도 열심히 하시고 또, 기회가 되어 다시 뵙게 될 날도 온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 평범한 인생 나그네들의 삶의 기쁨이요 보람들이겠지요?
저는 지난 봄 학기를 이미 마치고 5월 초부터는 열심히 땀 흘리며 일하고 있답니다. 요즈음은 낮의 온도가 높아 일을 한 시간 당겨서 하느라 보통 새벽 5시 지나면 출근 준비에 서둘러 일터에 도착해 6시부터 작업에 들어가지요. 보통 때는 아이들 학교나 일반 직장처럼 7시에 시작하는데, 한국보다는 엄청 일찍이지요? 그 대신 오후에 일찍 끝나니 투 잡, 곧 두 가지 직장을 잡기가 그만큼 쉬운데, 요즈음엔 여기도 불황이 여간이 아니랍니다. 새벽에 출근하면서 보면 “Labor Ready" 사무실, 한국의 인력시장 혹은 직업소개소 같은 하루 일당직 근로자 대기실에 젊은 사람들이 제법 북적일 정도이니, 아메리칸드림을 접고 역이민이 늘어난다는 작금의 보도가 실감이 나는 요즈음이랍니다.
지금 밖은 봄비가 촉촉이 대지를 적시고 있습니다. 몇 년을 겪어보니 여기도 봄에 짧긴 하지만 며칠간 계속되는 우기가 있더군요. 보통 5월 중에 약 4~5일 줄창 비가 오는 날이지요. 지난 며칠 전 4~5일 오던 비가 그쳤었는데 오늘 다시 촉촉한 비가 소리 없이 나리고 있습니다. 지난주 5월 25일 공휴일인 Memorial Day(현충일)을 맞아 며칠 뉴저지 처고모님댁에 다녀오면서 여기에서는 구할 수 없는 일동막걸리며 소주를 조금 사다두었는데 오늘 마침 비오는 일요일이니, 부침개 구워 오랜만에 막걸리나 한 잔 걸쳐야겠습니다.
위의 글을 올리고 며칠 곰곰 생각해보니 멀리 떨어져 전후사정을 전혀 모르는 저같은 제 3자가 모든것을 버리고 떠나신 분에게 가볍게 이러니저러니 하는 것은 아무래도 인간의 도리는 아닌 것 같아 오늘 이렇게 들어와 일부 글을 지우게 되었습니다. 아예 삭제를 할까 하다가 답글 주신분도 계시고 또, 그외 주변얘기는 별 상관이 없겠기에 이렇게 일부 수정을 합니다. 혹 저의 글을 읽어시고 심기가 불편하셨던 회원분들께는 저의 경솔함에 깊이 사과의 마음을 전합니다. 생각이 다르면 부녀지간에도 찬바람이 쌩쌩 이는데 하물며 단지 취미가 같아 서로의 친목을 도모하는 이런 부담없는 회원들간의 공적인 공간에 굳이 민감한 얘기로 분위기를 어색하게 할 필요는 없는 일이겠지요? 부디 널리 양해 해주시기를...
이동률 선배님은 요즘 아주 성당 다니시는 재미에 흠뻑 빠지셨나봅니다. 저는 뜀박질에 땀을 쭉 뺀 후 들이키는 시원한 막걸리 맛에 고만 성당 나가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렸었는데 이 선배님은 두 가지를 잘도 해내십니다. 증산동 수색성당이 들어서고 벌써 100년의 세월이 흘렀군요. 저희 부부가 견진성사를 받고 우리 아이들이 차례로 영세를 받았던, 저의 가족에게는 잊지못할 마음 속의 추억의 성당이기도 하답니다. 이제는 이동률 선배님이 매주 문턱이 닳게 가까이 하신다니 반갑고, 마음은 콩밭에 두고 빈 껍데기만 왔다갔다 했었던 저의 지난날들이 눈에 선하네요. 늘그막에 높디 높으신 분과 사랑놀음에 빠지셨으니 나중에 한자리는 떼어논 당상, 혹 그분 앞에서 만나게 될 그 어느날 부디 모른다 하지 마시길...
100회 골드맴버를 꿈꾸시는 60대 청춘 조경래 대선배님, 저의 글만 올라오면 매번 과찬의 답글로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는 선배님 덕분에 늘 이 카페를 잊지 못하고 오늘날까지 마음으로나마 항상 가까이 하게 되었지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조경래 대선배님 덕분에 고동안 저의 글 올리는 재미도 제법 쏠쏠했었답니다. 그나저나 마라톤을 발로 뛰지 않고 손으로만 열심이니, 저의 회원 자격이 요즈음 아주 의심스럽게 되었습니다. 아래 이영란 회원님의 글에서 처럼, 아무래도 마라톤이 아쉽게도 저의 우선순위에서 그만 멀리 떨어졌나 봅니다. 아마도 우선순위를 되찾는 바로 그날이 바로 제 인생의 봄날이 디시 시작되리라 여겨진답니다. 조경래 대선배님의 100회째 마라톤도 구지 서두럴것 없이 아예 100세 되시는 그날 맞추어 하시지요?
저의 글 수정하러 들어와서는 괜히 미안하니까 몇 자 더 올려보았습니다. 이런일 저런일로 마음이 복잡할 때라도 함께 어울려 땀 흘리고 한 잔씩 나누는 회원들간의 그 끈끈한 정들이 우리네 인생살이에 많은 힘이 되지않나, 이렇게 떨어져 있어보니 실감이 나고 또 그리워도 집니다. 모든 회원님들 가내 두루 평안하시고 열심히 달리시고 건강하시길 빌면서, 불초소생 고만 물러납니다.
보스턴에서
신만식입니다.
첫댓글 신 마적님, 가족 모두들 안녕하시다니 반갑습니다. 오랫동안 소식도 전하지 못하고... 봄 학기를 마치셨군요. 5월24일은 수색교회 100주년 행사가 국방대학원 연병장에서 정진석 추기경님이 참석한 가운데 있었습니다. 어제는 행주교회 100주년 기념 미사에 참석하였지요. 올해 2월 김 추기경님 선종과 5월 전임대통령의 죽음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추기경님의 선종은 많은 분들께 평화와 희망을 주었는데 또 한 분의 죽음은 서울광장을 노란물결로 뒤덮고 구호와 시끄러움 대비가 되지요. 늘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안녕하신지요. 바쁘시겠습니다. 몸은 하나인데... 무엇이던 열심이시고 진지하신 선배님이 계셔서 멀리 떨어져도 마음은 든든하답니다. 늘 생각해 주시어 고맙습니다. 가족 모두 평안하시길...
선배님의 글을 접하니, 선배님의 일상이 눈에 선하네요.저도 광화문으로 노전대통령 노제도 갔다 왔는데 마음이 착잡합니다.아무쪼록 그분의 유언대로 국민 화합이 이루어지길 바랄 뿐 입니다.큰 딸과이 고국에 대해서 벌써 관심이 많은가 보네요.선배님 남산에서 운동하시고 난후에 막걸리 한잔 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머리속에 남습니다.선배님! 형수님과 가족들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 하시기 바랍니다.
반갑습니다. 하늘과 노을, 그리고 이 카페를 위해 부부가 열심인 모습이 이곳까지 눈에 선히 보입니다. 늘 잊지않고 기억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내도록 알콩달콩 재미있으시기를...
신형,글을읽어내려가다보니 반갑고 신형과가족눈에선하네요.그렇지않아도 술한잔하면서몇번전화해도 잘통화가안되는데 엊그제는 바다의날대회에완주하고 정승호씨하고유정규씨와함께호프한잔하면서 갑자기생각나서전화하니 사모님하고만통화했읍니다.미국도지금은경제가어렵지요 이곳도대외적으로는 이북의'핵'과'미사일'대내적으로는 노전대통령의죽음으로 앞으로 정치가시끄럽게돌아갈것같고 경제도어려워 사면초가에몰려 어디숨을대가보이지않소.이렇게골치가아플때면 뛰는게상책이지 않나 지난4,5월달에는 주말마다대회에나갔다오.몸은비록멀리떨어져있다해도 까페에서자주만나기바라며,가족모두건강하고 하는일잘되기바랍니다.
한형, 그날 저도 함께 했으면 꿀떡꿀떡 시원한 한잔이 꿀맛이었을텐데...전화 주셔서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한형 하시는 사업도 내도록 달리기처럼 번창하시길...
오랫만에 신마적의 안부를 들으니 참으로 반갑소. 경제도 어려운데 나라가 반동강이 난 것 같이 되어 어수선한데다 북한까지 저러니 여기는 진창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 같아 신마적의 선견지명이 부럽소. 그런데 이번엔 마라톤 얘기가 없네. 마라톤은 꾸준히 하고 있겠지요?
여전히 건강하시고 사모님도 모두 안녕하시지요? 소식도 제대로 못 드리고, 생각하면 늘 죄송하고 또 마음 한켠에 항상 고마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즐달하시길...
선배님~~~ 정말 반갑습니다. 이제 아이들도 많이 컸겠네요. 선배님만 생각하면, 제가 처음 경향마라톤 뛸 때 같이 페이스메이커로 뛰어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벌써 여러해가 지났네요..부부가 같이 보스톤에 선배님 함 뵈러 가야 하는데,,,나라를 지키느라 영,,,^^;;; 가족 모두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안녕하세요. 기억 해주셔서 반갑고 고맙습니다. 멀찍이서 떨어져나가 주었어야 했는데 주책없이 부부가 동반주하는데 걸림돌이 되어서 미안했었던 기억이 저도 납니다. 잉꼬부부가 나라를 너무 튼튼히 지키시느라 고마 비행기 회사 허리 휘면 어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