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오등동 산 중턱에 위치한 〈명마목장〉은 서울경마공원 박성구 마주가 운영하는 곳이다.
97년부터 경주마 생산에 뛰어든 박성구 마주는 이제 마주라기보다 생산자에 가깝다.
꾸준히 규모를 늘리고 투자한 덕에 초지 7만평, 총 9만평의 개인목장치고는 제법 큰 모를 갖췄다.
인력과 시설까지 고려하면 대규모 기업형 목장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정도.
서울경마장 조교보 출신의 목장장과 외국인 근로자 등 4명이 상시 거주하며
100여 두에 가까운 서러브렛을 관리하고 있다.
‘블루핀’과 ‘노던에이스’를 낳은 ‘텔레그랩로드’로 최근 각광받고 있는 명마목장을 소개한다.
〈제주=이희경 기자〉
씨암말 25두의 대규모 개인목장
경주마 생산이 10년을 훌쩍 넘겼음에도 명마목장이 자랑할 만한 대표마는 사실 많지 않다.
그럼에도 많은 경마관계자들이 목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쟁쟁한 씨암말들 때문이다.
5만 달러를 상회하는 고가 씨암말만 5-6두에 달하고
서울경마장을 주름잡았던 특색 있는 암말들이 교배를 시작하는 단계에 있다.
지난 10년 투자에 치중하면서 갖추려했던 틀이 이제 완성단계에 접어든 듯했다.
지금부터 나올 결과물에 예의 주시할 필요가 분명히 있는 목장이다.
박성구 대표도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간 수익이랄 게 없었습니다. 감가상각까지 고려하면 매년 막대한 손실을 입고있었지요. 초지나 육성 관리시설과 암말교체까지 거의 완성된 것 같습니다. 우리말들 이제 기대해도 됩니다”
관리자가 하루 3끼 꼬박 경주마들의 끼니를 챙기는 목장은 사실 거의 없다.
그만큼 손이 많이 가는 반면 인력까지 고용하면서 운영하는 건 부담이기 때문.
최근 대형목장들이 육성마 매입을 중단하면서 대다수 개인목장들이 전기육성에 골치를 썩고 있지만
명마목장은 일찌감치 직접 육성원칙을 고수해왔다.
기자가 찾은 이날도 1세마들은 모두 제주육성목장에서 훈련을 받고 있었다.
‘텔레그랩로드’ 다음 자마에 이목 집중
3번째 자마 ‘챔피언벨트’ 경매 최고가 1억1,600만 원
화제의 씨암말 ‘텔레그랩로드’는 박성구 대표가 혈통과 외모에 반해 직접 골라온 씨암말이다.
가격은 56,000달러, 한화로 약 6,600만 원이다.
북미 3관경주에서 활약했던 ‘라이언하트’의 자마를 임신한 채 국내로 들어와
포입마로 첫 자마를 낳았고 그가 ‘블루핀’이다.
경매에서 8천만 원 고가를 기록한 ‘블루핀’은 430kg에 불과한 작은 체구에도
끈끈한 근성과 결승주로에서의 폭발적인 힘으로 1군까지 올라 승승장구, 몸값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듬해 ‘디디미’와의 순수 토종 첫 자마를 배출했고
그는 1000m 데뷔전을 59초1에 주파하며 ‘에이스갤러퍼’를 6마신 차로 따돌렸던 바로 ‘노던에이스’였다.
4연승을 내달리며 지난해 3관 경주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혔지만
더비에서 골절상을 입은 뒤 안락사 해 관계자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그럼에도 단명한 ‘노던에이스’가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텔레그랩로드’의 세 번째 자마에게 모든 관심이 집중됐고 ‘엑스플로잇’과의 수말이 작년 경매에 상장됐다.
서울과 부경 관계자들의 경쟁 끝에 1억1,600만 원이라는 사상 최고가 기록을 썼다.
부경 김재섭 조교사의 관리를 받고 있는 ‘챔피언벨트’는 데뷔가 다소 늦어
2전 2위 1회, 3위 1회로 아직 첫 승을 올리지 못했다.
비싼 몸값 때문에 2세 때 무리하지 않았다는 후문.
그러나 박성구 대표는
“힘이 좋은 유형이라 다소 무리한다 싶을 정도로 강하게 다뤄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재 목장에는 2010년 생산된 ‘텔레그랩로드’의 네 번째 자마가 있다.
‘디디미’가 부마여서 ‘노던에이스’와는 전형제마인 셈. 암말이지만 여전히 관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목장의 10년, ‘델리시아스’‘소트’‘오리사’‘미스엔텍사스’
‘포킷풀어브머니’도 올해 합류
‘텔레그랩로드’외에 주목해야 할 씨암말이 몇 더 있다.
켄터키에서 고가에서 수입된 ‘델리시아스’‘소트’‘오리사’‘미스엔텍사스’ 등은
특히 박 대표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신예 씨암말들.
‘데퓨티 미니스터’ ‘디 히어’ 등 이들의 부마는 세계 경마계를 움직이는 대표 사이어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명마목장의 10년”이라고 장담한다.
서울경마장에서 외산 대표 스프린터로 활약했던 ‘스트레이트캐시’도 벌써 세 번째 자마를 냈다.
특히 올 봄 경매에 모습을 드러낼 ‘메니피’와의 2세마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최근 은퇴한 ‘포킷풀어브머니’까지 목장에 합류하면서 진용이 완전히 갖춰졌다.
작년 폐사한 ‘바바리아’의 아쉬움을 메워줄 것으로 박 대표는 내다본다.
老마주의 열정
시작은 ‘바바리아’였다. 마주 1세대인 박성구 대표의 첫 대상경주 우승마다.
3세 시절 첫 출전한 「스포츠조선배」에서 14마리 중 인기순위 12위였던 ‘바바리아’는
8마신 차 우승을 선사하며 박 대표의 시선을 경마로 잡아끌었다.
각종 대회에서 선전하며 박 대표와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바바리아’는
그러나 은퇴 후 갈 곳이 없었고 결국 박 대표를 목장사업으로 이끌었다.
내륙에서 시작했지만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 하에 박 대표와 명마목장은 2006년 제주로 이사했다.
1년 내내 서울 본가와 과천, 그리고 제주를 오가는 고된 일정임에도 박 대표는 여전히 정정했다.
하루는 마방에서 호흡기 질환에 걸리는 망아지들을 지켜보다 직접 지붕을 올라간 일도 있다.
경주마들에게 흔한 호흡기 질환이 의사출신인 박 대표의 마음에는 꺼림칙했던 것.
관찰 끝에 지붕으로 난 창에 붙은 새 배설물이 눈에 들어왔고
박 대표는 끌로 일일이 긁어낸 후 차단막을 설치했다.
‘포킷풀어브머니’가 온다는 소식이 날아들자
널찍한 마방을 준비하고 혼자 쓸 싱싱한 초지를 고르느라 박 대표는 또 분주해졌다.
열정이고 애정이다.
“‘무패강자’ 같은 말 하나 키워내려고 이러는 건데...”(웃음)
‘무패강자’ 그 이상을 볼 날이 머지 않은 것 같다.
▲주요 1-2세마
델리시아스자마(2010년 4월生 수 메니피/델리시아스)
무패가도자마(2010년 4월生 수 볼포니/무패가도)
스트레이트캐시자마(2010년 4월生 수 포리스트캠프/스트레이트캐시)
아워캅스태드자마(2010 5월生 암 양키빅터/아워캅스태드)
텔레그랩로드자마(2010년 3월生 암 디디미/텔레그랩로드)
소트자마(2009년 5월生 암 포리스트캠프/소트)
웨스턴버케인션자마(2009년 2월生 수 컨셉트윈/웨스턴버케인션)
스트레이트캐시자마(2009년 4월生 암 메니피/스트레이트캐시)
▲대표 씨암말
텔레그랩로드(미, 1998, Royal Academy/Green Boulevard)
포킷풀어브머니(미, 2004 러닝스태그/Ms. Deep Pockets)
델리시아스(미, 2004, Deputy Minister/Greyciousness)
소트(영, 1999, Zafonic/Sharp Point)
아흔아홉칸(한, 1991, 킹스키/국풍)
오리사(미, 2002, Devil's bag/Louis D'or)
미스엔텍사스(미, 1999, Dehere/Scou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