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문래예술공장
한때는 개발의 상징이었다. 서울의 근대화가 시작된 일제강점기, 영등포구 문래동 일대는 경성방직을 비롯한 면직물 공장이 힘차게 연기를 뿜어냈다. 해방 후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나 문래동의 공장은 다시 돌아갔다. 이번에는 면직물 대신 철강 제품을 만들었다. 우리 손으로 일구기 시작한 근대화,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바꾸고 산업의 뼈대를 이루는 철강이 문래동 공장단지에서 생산되어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녹슨 철판을 이용한 문래창작촌의 작품
문래창작촌 골목을 장식한 벽화
도시를 뒤덮은 개발의 열풍이 지나간 20세기 말, 문래동의 공장도 하나둘 이사하거나 문을 닫았다. 군데군데 이가 빠진 공장 지대의 허전함을 예술가들이 채웠다. 넓은 공간을 싼값에 쓸 수 있다는
매력에 그림이나 조각, 설치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입주했다. 그러자 철 지난 공장 지대의 삭막한
풍경이 조금씩 바뀌었다. 공장 담벼락과 철문, 거리 곳곳에 그림과 조형물이 생긴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예술가들이 모이면서 이곳은 '문래창작촌'이란 이름을 얻었다.
1000여 개 철공소가 있는 문래동을 상징하는 커다란 용접 가면 조형물
문래창작촌 인포메이션 부스 옆에 거대한 망치와 못 조형물이 있다.
새로 이주한 예술가와 터줏대감인 철공소가 어우러지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 점이 흥미롭다.
여전히 1000여 개 철공소가 있는 이곳에는 100여 개 작업실에서 300명이 넘는 예술가들이 활동
한다. '문래창작촌 인포메이션' 부스 옆에는 거대한 망치와 못, 커다란 용접 가면이 방문객을 반긴다. 예술가들이 입주한 낡은 공장 건물 옥상마다 텃밭 겸 꽃밭이 들어서고, 그 옆으로 벽화와 철제 조형물이 자리 잡았다. 덕분에 주말이면 카메라를 들고 문래동을 찾는 젊은이의 발길이 이어졌고, 이들의 취향에 맞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생겼다.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문래예술공장을 비롯해 문래창작촌 곳곳에 들어선 갤러리와 극장에서 1년 내내 다양한 전시와 공연이 펼쳐진다.
성수동 수제화거리의 벽화
수제화 장인을 형상화한 조형물
문래동의 도시 재생을 예술가들이 이끌었다면, 성수동 수제화거리는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앞장
섰다. 성수동에 수제화 매장이 모이기 시작한 때는 1990년대다. 일제강점기 서울역 인근 가죽 창고에서 시작한 수제화 매장은 1970~1980년대 명동에서 전성기를 맞았다가, 이후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성수동으로 대거 이동했다.
현재 이곳에는 수제화 매장과 공방뿐 아니라 가죽과 부속 업체까지 모여 대한민국 수제화의 메카가 되었다. 한때 대한민국 수제화를 대부분 생산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으나, 외환 위기 이후 하락세를 거듭하다 2009년 서울성동제화협회를 설립하면서 다시 한 번 도약 중이다. 협회의 노력에 지자체도 화답하여 성수동 일대를 '수제화거리'로 만들고, 다양한 볼거리와 쇼핑·체험 공간을 운영한다.
지하철 2호선 성수역에 마련된 구두 테마 갤러리 '슈스팟 성수'
수제화 공동 판매장 'from SS'의 상징, '고양이의 빨간 꿈'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지하철 2호선 성수역에 마련된 구두 테마 갤러리 '슈스팟 성수'다.
수제화거리를 찾기 위해 성수역에 내린 사람은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수제화의 어제와 오늘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성수역을 나서면 수제화 공동 판매장 'from SS'가 방문객을 맞는다.
강남의 명품 숍 못지않은 외관에 '대한민국 수제화 명장 1호'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구두를 만든
유홍식 명장을 비롯한 여러 장인이 직접 운영한다. 맞은편에는 새로운 수제화 공판장 'SSST'가
자리 잡았다. 11개 구두 공방이 마을 기업을 만들어 운영하는 곳이라, 남녀노소 누구나 다양한
제품을 원 스톱으로 쇼핑할 수 있다.
옛 정수장을 활용한 서울숲 '나비정원'
콘크리트 구조물을 뒤덮은 덩굴식물
성수동 수제화거리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데 있는 서울숲의 '나비정원'도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수명이 다 된 정수장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그대로 활용해,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나비가 가득한 정원을 만들었다. 각종 덩굴식물이 콘크리트 기둥을 장식하듯 싸고도는 정원은 사진 동호회의 단골 출사 장소다.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서울숲에선 추석 연휴 기간에 민속놀이와 재즈 음악회 등이 열린다(나비정원은 월요일 휴관).
명동 재미로에 있는 만화 체험 공간 '삼박자만화공방'과 만화 박물관 '재미랑'
성수동과 문래동 중간쯤에 자리 잡은 명동 '재미로'는 예술로 다시 태어난 또 다른 공간이다.
지하철 4호선 명동역 3번 출구에서 서울애니메이션센터까지 이어지는 약 600m 거리를 만화 캐릭터로 꾸몄다. 여기에 만화 박물관 '재미랑', 만화 체험 공간 '삼박자만화공방' 등이 들어서 재미를 더한다. 재미로가 끝나면 만화 세상을 본격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 이어진다(서울애니메이션센터는 월요일·공휴일 휴관).
국립민속박물관의 추석 풍물놀이 공연<사진제공·국립민속박물관>
추석 연휴에는 경복궁 옆 국립민속박물관을 찾아도 좋다. 해마다 추석이면 풍성한 한가위 행사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올해도 추석 연휴 기간인 10월 5~6일에 다양한 민속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추석 당일 휴관).
2014년 용산에 문을 연 국립한글박물관
한글날 나들이 계획을 잡았다면 용산에 자리한 국립한글박물관이 어떨까. 올해는 10월 8~9일에
'세계의 유산 한글, 아이들과 함께'라는 주제로 한글날 571돌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글 티셔츠 만들기 체험, 한글날 특별 공연 <세종, 인재를 뽑다> <햇님 달님 이야기>, 어린이 특별 전시 해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된다.
<당일 여행 코스>
문래창작촌→재미로→성수동 수제화거리→서울숲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문래창작촌→재미로→서울애니메이션센터→국립민속박물관
둘째 날 / 성수동 수제화거리→서울숲→국립한글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