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키팅 선생님’으로 기억되던 배우 로빈 윌리엄스의 사망 소식이 전 세계에 전해졌습니다. 화면 속에서 그는 늘 밝게 웃으며 우리에게 희망을 건네던 사람이었기에, 그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충격으로 남았습니다.
영화 속에서도, 현실에서도 로빈 윌리엄스는 언제나 친절하고 따뜻한 얼굴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이름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웃음과 위로가 함께 따라옵니다. 개인적으로는 1998년 개봉한 영화 〈패치 아담스〉가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심리학을 공부하던 시절, ‘웃음과 인간적 관계가 치료가 될 수 있다’는 이 영화의 메시지는 제 마음에 오래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로빈 윌리엄스가 연기한 패치 아담스는 연기라기보다, 그 사람 자체처럼 느껴졌습니다. 마치 스크린 속 모습이 그의 실제 삶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우리는 그가 오랜 시간 홀로 감당해왔던 또 다른 현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에 닿게 됩니다.
우울증은 정말 우리가 떠올리는 그 얼굴만 하고 있을까요?
1. 우울증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요?
우리는 흔히 우울증이라고 하면 어두운 방안에 홀로 앉아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실제 우울증은 훨씬 더 평범하고, 때로는 눈부시게 밝은 모습 뒤에 숨어 있기도 합니다.
2023년 독일의 비영리 단체인 독일 우울증 지원 및 자살 예방 재단(Deutsche Depressionshilfe)은 이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At second glance(다시 보기)' 캠페인을 발표했습니다.
2. 다시 보아야 보이는 진실 (At second glance)
이 포스터를 처음 보면 지하철에 앉아 있는 무표정한 중년 남성 '스테펜'이 보입니다. 하지만 시선을 조금만 옮겨 배경을 보면, 친구들과 환하게 웃고 있는 또 다른 '스테펜'이 있습니다.
광고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이 본 행복한 표정은 진짜일까요, 아니면 무표정한 그 모습이 진짜일까요?"
이 캠페인은 우울증이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큼 명확하지 않다는 사실을 꼬집습니다. 로빈 윌리엄스가 스크린 뒤에서 홀로 싸워왔을 고독처럼 말이죠.
[캠페인 정보]
캠페인 명 : At second glance (다시 보기)
제작 : Grabarz & Partner (Hamburg)
대상 : 독일 우울증 지원 및 자살 예방 재단
메시지 : "우울증은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명확하지 않습니다."
3. 로빈 윌리엄스가 남긴 유산 : 관심의 재정의
로빈 윌리엄스의 아내 수잔 슈나이더는 사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그는 세상 모든 사람이 웃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폭풍은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누군가의 '밝은 모습'만 보고 안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너머를 다시 보는(At second glance) 따뜻한 시선을 갖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괜찮아 보여서 몰랐어"라는 말 대신, "요즘 마음은 좀 어때?"라고 물어봐 주는 작은 관심 말입니다.
로빈 윌리엄스가 우리에게 주었던 웃음들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 소리 없이 웃고 있을 또 다른 '로빈'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낼 때입니다.
혹시 이 글을 본 말하지 못한 '로빈'이 있다면 마음건강을 다루는 전문기관에 방문하셔서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