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배운지 모르게 배운다
나는 "자, 이제부터 공부하자"라며 시작하는 공부를 혐오한다.
어렸을 때 집에서 내 별명이 '연필깎이'였다.
정작 공부하기보다 준비가 훨씬 장황하고 길었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었다.
나는 배우는 줄도 모르며 즐기다 보니 어느덧 깨우치는 공부가 가장 바람직한 공부라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은 지금 학교와 학원에서 왜 배워야 하는지도 모르는 과목을 수강하고 있다.
개중에는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그를 달성하기 위해 열정을 쏟아붓는 기특한 아이들도 분명 있지만, 다수의 아이들은 차마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못하고 선생님의 편달을 거역하지 못해 공부의 끈에 묶여 끌려가고 있다.
이런 아이들에게 배움이 즐거울 리 만무하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시작해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우리는 거의 20년을 학생 신분으로 산다.
100세 인생으로 치더라도 인생의 첫 5분의1이나 되는 시간을 앞으로 다가올 인생을 위해 희생하며 사는 셈이다.
그 5분의 1 인생이 즐겁고 신나는 아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아이에게도 동일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인권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학교와 입시라는 제도 안에서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아이들의 인권은 진정 거들떠볼 가치조차 없는 것일까?
모름지기 인생은 인간은 살아가는 모든 순간을 사람답게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와 뉴 멕시코주 산타페에는 세인트존스대라는 독특한 대학이 있다.
이 대학에는 다른 대학들에 있는 강의, 교수! 전공이 없다.
이 대학에서 공부한 조한별은 《세인트존스의 고전 100권 공부법》에서 세인트존스대에는 '가르쳐주는' 수업이나 '가르침을 받는' 수업이 아니라, '스스로 익히는' 수업만 있다고 설명한다.
교수들의 일방적인 강의를 듣고 지식을 암기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책을 읽고 한데 모여 세미나를 하고 숙론한다.
그러다보니 전공도 없다.
스스로 공부하는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는 튜터가 있을 뿐이다.
독서와숙론과 더불어 과학 이론 실험을 통해 검증하고 수학 공식을 증명한다.
고대 그리스어를 번역하고 음악을 작곡하기도 한다.
자연스레 스스로 익히고 연마하는 평생 학습 습관을 얻게 된다.
'배운지 모르게 배운다'를 뒤집으면 '왜 배우는지 알면 스스로 익힌다'가 된다.
나는 지난 10년여간 동안 만나는 대학 총장님마다 어쭙잖은 제안을 드렸다.
대학에 갓 들어온 신입생들을 1년, 아니면 단 한 학기라도 학교에 못 오게 하자고.
고등학교 시절 거의 내내 입시 준비를 하느라 세상을 경험할 기회조차 없었던 아이들에게 세상을 배우고 느끼게 하자고.
공부를 왜 해야하는지, 어떤 공부를 해야 사회에 도움이 될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등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난 다음 대학 공부를 하게 만들자.
그럴 리 없겠지만, 내게 만일 대학 운영을 책임지는 직책이 주어진다면 꼭 실행에 옮기고 싶다.
숙론 중에서
최재천 글
첫댓글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시나브로!
왜 배우는지를 알면 스스로 익힌다...저한테는 꽃이 그러하옵니다.끝이없는 배움의 꽃길~~^^
배우는 것은 자신을 항상 젊음을 유지하게 하는 비밀입니다. 멋지세요.
젊음의 비밀을 이제 공유하시는 군요.
고맙습니다.
배우고 익혀서 이롭게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치요~~
배우는지 모르게 배우고 있네요.
배움은 한도 끝도없이 이어지는듯 합니다.
배워도 배워도 모르니 언제 끝이날지요.~^^
오늘도 매우 덥다 합니다. 건강잘 챙기시길.~~~
오늘 한번 더 젊어지셨습니다
으쌰~~젊어지려면 부지런해야 겠죠? 또 열심히 ~공부~
저보다 어려지시면 아니 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