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료 사
제23차 시골사회사업팀(월평팀)
눈이 오던 날. 첫 만남을 위해 떨리는 가슴을 안고 몇 번이고 거울을 봅니다. 커피숍 문을 밀치고 들어가면서도 떨림은 멈추질 않았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반기는 두 여학생. 먼저 반겨주니 미안하면서도 반가웠습니다.
지순이의 질문에 진지하게 웃음을 머금고 대답하는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그렇게 첫 만남 후, 눈이 오는 강원도에서 두 번째 만나는 날 포옹인사가 자연스러웠습니다. 시집가는 날, 눈이 오면 잘 산다는데, 지순이와 유나가 시골사회사업 활동하는 동안 잘 살겠구나 싶었습니다.
건강이 강점이라고 하더니, 이른 시간부터 늦은 밤까지 빠듯한 일정 속에서 지치지 않는 열정과 식지 않는 에너지를 보았습니다. 특히 재치와 유머가 뛰어나 동료들에게 힘이 되었습니다.
지순이의 과업인 아르바이트와 자취방 구하기.
새벽운동을 하고, 오전엔 지순이 과업을 잘 거들기 위해 공부를 했습니다. 점심 식사 후 저녁까지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돌아다니며 묻고 의논하고 인사드리기를 함께 했어요. 그리고 저녁 식사 후 하루 일상을 정리하며 나누고 또 공부를 합니다.
지순이 부모님을 만나 부모 노릇, 딸 노릇 하도록 거들고, 지역사회 몫을 내주어 지순이와 둘레사람들과의 관계를 더 깊게 만들었습니다.
지순이가 이사를 하고 자취를 시작하던 날. “선생님, 청소하는데 지순이가 정말 잘했어요.” ‘99퍼센트 내가 거들고, 1퍼센트만 당사자가 했다 하더라도 그 일은 당사자가 했다.’고 배웠다며 자랑했습니다. 정말 힘들었을 텐데, 지순이가 다 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추운 겨울. 얼굴이 빨갛게 얼고 입과 손이 꽁꽁 얼었는데도 웃으며 다니는 모습이 안쓰럽고 짠했습니다.
평소 지순이에게 한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슴을 열고,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한 사람. 외로웠던 기억을 말하면 “내가 곁에 있을게.” 하는 한 사람. 힘들다 말하면 촉촉한 눈으로 봐주는 한 사람. 희망을 말하면 꿈에 젖어 행복해하는 한 사람. 차 한 잔의 여유 속에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을 알아주는 한 사람.
굳이 ‘인연’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아도, ‘관계’라는 단어를 쓰지 않아도 유나는 지순이에게 이미 그 한 사람입니다. 유나와 함께여서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2015년 1월 27일 월평빌라에서 백경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