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에서 나오는 나팔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눈다. 하나는 하초츠라(chatsotsrah)라고 기록된 은나팔이고 다른 하나는 쇼파르라는 양각 나팔이다. 본 장에서 나오는 은 나팔은 그 크기가 주로 45~50cm 정도 되는 주로 쌍으로 이루어져 있었기에 복수로 사용되고 양각나팔 쇼파르는 다양한 크기가 있었는데 작은 것은 21cm에서 90cm까지 있었다.
(민 10:1)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민 10:2) 은 나팔 둘을 만들되 두들겨 만들어서 그것으로 회중을 소집하며 진영을 출발하게 할 것이라 (민 10:3) 나팔 두 개를 불 때에는 온 회중이 회막 문 앞에 모여서 네게로 나아올 것이요 (민 10:4) 하나만 불 때에는 이스라엘의 천부장 된 지휘관들이 모여서 네게로 나아올 것이며
나팔을 부는 방식과 길이 혹은 크기에 따라서 신호 체계가 잡혀있어서 나팔 소리를 듣고 백성들은 그 신호를 준수했다. “하초츠라”를 크게 불면 동쪽 진영인 진군하고 다시 두 번째 크게 불면 남쪽 진영이 행진을 시작했다. 이처럼 은 나팔’(하초체라)은 주로 이동에 따른 신호를 주거나 전쟁에 나갈 때 불었다. 양각 나팔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소리를 내기 때문에 소리의 빠른 전달이 가능했을 것이다. 은나팔은 행진과 전쟁에 주로 사용했고 양각 나팔은 제사 의식에 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나 절대적으로 구분한 것 같지는 않다.
예를 들면 여리고 성 전투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매일 성을 한 번씩 돌다가 마지막 날에 일곱 번을 돌고 마지막 나팔 소리에 일제히 함성을 질렀을 때 여리고 성이 무너져 내렸는데 그 때 불었던 나팔은 양각 나팔이었다.
(수 6:4) 제사장 일곱은 일곱 양각 나팔을 잡고 언약궤 앞에서 나아갈 것이요 일곱째 날에는 그 성을 일곱 번 돌며 그 제사장들은 나팔을 불 것이며 (수 6:5) 제사장들이 양각 나팔을 길게 불어 그 나팔 소리가 너희에게 들릴 때에는 백성은 다 큰 소리로 외쳐 부를 것이라 그리하면 그 성벽이 무너져 내리리니 백성은 각기 앞으로 올라갈지니라 하시매
어쩌면 여리고 성의 전투는 전투라기보다는 인간의 노력이 전혀 개입하지 않았던 예배라고 인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은 나팔이 아니라 양각 나팔을 불도록 명령했을 수 있다. 피와 살이 튕겨 나가는 전쟁터에서 하나님을 바라보고 잠잠히 드리는 예배, 이것이 여리고 성 전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아닐까? 전쟁보다 더 처참한 우리네 삶에서 매일이 전쟁 같은 삶이라도 하나님을 잠잠히 신뢰하고 양각 나팔로 영광을 돌리며 찬양할 수 있는 그런 믿음이 우리의 믿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언젠가 우리는 다시 한번 우렁찬 나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그 나팔 소리는 인간 제사장들이 부는 쇼파르 양각 나팔이나 하초츠라 은 나팔이 아니라 천사장이 부는 천지를 진동하는 우렁찬 나팔소리가 될 것이다. 그 나팔 소리에 무덤이 흔들리고 땅과 바다가 죽은 자들을 내어줄 때 가장 깊은 음부의 권세도 다 깨어질 것이다. (고전 15:51) 보라 내가 너희에게 비밀을 말하노니 우리가 다 잠잘 것이 아니요 마지막 나팔에 순식간에 홀연히 다 변화되리니 (살전 4:16) 주께서 호령과 천사장의 소리와 하나님의 나팔 소리로 친히 하늘로부터 강림하시리니 그리스도 안에서 죽은 자들이 먼저 일어나고
이 땅에 재림하시는 그리스도의 다시 오시는 그날 아침에 승천 준비를 마친 우리는 그 나팔 소리와 함께 아버지의 집으로 행군하게 될 것이다. 천사장의 호령과 하나님의 나팔이 우리에게 생명의 신호가 될 것인지 여리고 성의 부족들처럼 그동안 쌓아온 모든 재물을 잃게 되는 파멸의 신호가 될 것인지 지금 우리는 결정해야 한다.
하나님 아버지! 아침마다 말씀을 나팔 소리를 듣고 때론 앞으로 나아가고 때론 머무를 수 있는 그리스도인 병정이 되게 하소서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알게 하시고 성령의 음성,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게 하소서 그리하여 그날에 천사장의 소리와 나팔소리를 듣고 마침내 영원한 본향으로 진군하게 하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