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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을 이용해 '대교아파트 버스정류장 → 임꺽정봉 → 악어바위 → 상투봉 → 상봉 → 양주시청'의 6.66km 코스를 3시간 30분 동안 산행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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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곡산[佛谷山]
높이: 469m
위치: 경기도 양주시 유량동
양주시청 뒤편에 솟은 산줄기 불곡산(일명 불국산)은 대동여지도에서 '양주의 진산'이라 불릴 정도로 양주의 주산이다. '해동지도'(1760)나 '대동여지도' (1861) 에는 불곡산(佛谷山)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양주목지도'(1872)에는 불국산(佛國山)으로 기록되어 있다. 예전에 회양목이 많아 겨울철이면 빨갛게 물든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국립 지리 정보원 발행 지형도에는 나라 국(國)자를 사용해 ‘불국산(佛國山)’으로 표기되어 있다.
불곡산은 북쪽으로 이어져 있는 도락산과 더불어 둥글게 자리 잡은 양주 분지의 중심부에 해당한다. 남쪽의 의정부 일대와 동쪽의 3번 국도 일대를 한눈에 내려다보고 통제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보루성' 흔적이 남아있다.
이런 지형적 여건 때문에 고구려는 불곡산 능선을 따라 9개의 보루성을 쌓았다. 보루성은 주변을 조망하기 좋은 곳에 돌로 쌓은 작은 산성. 불국산에는 9보루까지 안내표지가 있는데 주봉인 상봉(468m)이 6보루, 상투봉이 7보루, 임꺽정봉(445m)이 8보루이다.
불곡산엔 조선 시대 의적(義賊) 임꺽정이 태어나 활동하던 청석골과 임꺽정봉이 있다. 임꺽정봉, 상투봉, 주봉인 상봉은 암봉으로 밧줄이나 철사다리가 설치된 암릉구간이 여럿 있었으나 2009년 등산로를 일제 정비하여 위험 구간에는 데크 계단이 설치되었다.
불국산은 1호선 전철이 의정부에서 소요산까지 연장되면서 수도권 전절산행지로 인기 있다. 양주역에서 산행이 시작되는 양주시청 등산로 입구까지 도보로 15분, 주봉인 상봉까지는 완만한 소나무 숲길로 1시간 30분이면 이른다. 상봉에서 상투봉, 임꺽정봉에 이르는 구간에는 스릴 있는 데크 계단과 초보자 코스의 암릉이 있어 바위 맛도 즐길 수 있다.
상투봉과 임꺽정봉 사이에서 대교아파트 쪽으로 뻗어내린 일명 악어능선이라고도 하는 악어바위가 있는 지능선은 암릉구간으로 밧줄이 매여 있기는 하지만 초보자는 위험하다. 릿지 경험이 있는 중급자라면 바위 맛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불곡산 주 능선에선 양주 의정부 동두천 등 주변 동네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멀리 남쪽으로 펼쳐진 도봉산과 북한산의 산줄기가 시야에 들어온다. 수도권에서는 교통이 편리하여 다녀올만 하지만 멀리 지방에서까지 다녀갈 만한 산이라고 보기에는 그렇다. - 한국의 산하
2023년 2월 등산방 정기산행은 양주의 진산이라는 불곡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애초 87과의 연합산행으로 계획했으나, 87은 동계에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얘기에 따라, 등산방만의 단독산행으로 진행한다. 코스라고 해봐야, 7km가 조금 안 되는 거리에 3시간이면 충분한 산행이라. 가볍게 진행할 예정이다. 물론 점심도 산행이 끝난 후 양주의 맛집에서 먹을 계획이라, 비상시에 사용할 물품 외에는 안 가져갈 예정이다. 그나마 불곡산에서 가까운 도봉산을 기준으로 한 산악날씨에 의하면, 기온은 영하 5~4를 오르내리나, 날씨는 맑고 화창할 예정이라, 조망을 기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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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당일 1호선 양주역 2번 출구에서 9시 55분에게 만나기로 했으니, 불광역에서 8시 38분 열차를 타면 된다. 양주 불곡산이 대단히 먼 산이라 생각했는데, 지하철 앱으로 소요 시간을 확인해 보니, 3월 정기산행지인 광교산과 비슷한 1시간 13분이 걸릴 뿐이다. 말인즉 대단히 가까운 산이라는 거다. 해서 평일과 다름없는 시간에 기상해, 배낭을 쌌다. 비상식과 만약에 대비해 아이젠만 가져가는 거라, 특별히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고, 시간적 여유도 있어, 전날이 아니라, 출발 직전에 쌌다. 원거리 산행과 또 다른 점은, 마을버스로 불광역으로 향하는 게 아니라, 걸어서 불광역으로 향했다는 거. 걷는 걸 좋아해서가 아니라, 대조시장에서 정상주의 안주인 ‘홍어 무침’을 사기 위해서다. 해서 그 시간까지 고려해 8시 10분경 집을 나섰다.
좀 이른 시간이라, 대조시장의 홍어 무침을 파는 반찬가게가 문을 열지 않았을 수도 있어, 시장을 통과할 때, 대체재가 있는지 살피며, 가게로 향했다. 그리고 1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부터 가게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다행히 문을 열었다. 큰 대야에는 홍어 무침이 가득하고! 그 앞에 도착해 주인장을 불러 홍어 무침을 주문하자, 내 복장을 보더니, 산에 가져갈 거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자,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평소보다 많은 양을 담아 준다. 안주는 준비됐고, 정상주가 문제다. 애초 영빈에게 가져오라고 했는데, 영빈이 일이 있어 불참했으니,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주행이 가져올 거라 기대 중이다. 홍어 무침을 배낭에 넣고, 불광역에서 오금행 8시 38분 열차를 타고, 종로3가역에서 양주행 차로 갈아탔다. 그리고 예정보다 7분가량 늦은 9시 58분에 양주역에 도착했다.
양주에 도착해 열차에서 내리며 보니, 예상대로 영한도 같은 차를 타고 왔다. 그리고 개찰구 밖에는 먼저 와 있던, 주행과 흥수가 기다리고 있다. 그들을 보자마자 정상주를 가져왔는지 물었다. 주행이 정상주에 관한 글은 읽지 못했고, 막걸리 두 통만 들고 왔다고 해서, 그럼, 대교 아파트 편의점에서 사기로 하고, 역 밖으로 나갔는데, 흥수가 걸어서 가자고 한다. 응? 그렇게 먼 거리를 해서 일단 걸어가며 얘기를 해보니, 흥수는 내가 생각한 코스와 반대로 진행할 생각이라, 내 계획에 관해 의견을 나눈 후, 버스로 대교아파트로 갔다. 그런데, 버스 속에서 밖을 주시했는데, 우리의 날머리가 되는 시청 부근에는 식당이 안 보인다. 낭패다! 오히려 들머리 방향으로 갈수록 맛집이라 생각되는 식당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흥수 말을 듣지 않을 걸 후회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식당이야 어쨌든 10시 19분에 대교아파트 정류장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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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정류장 오른쪽으로 보이는 나지막한 산이 불곡산이다. 왼쪽 끝의 암봉이 임꺽정봉인 거 같다. 그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등산로를 찾아 위로 올라가며, 등산 앱을 기동하고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146m! 정상이 469m! 표고차가 323m에 불과하다. 등산 앱의 고도가 실제와 20m가량 높게 나오나, 그래봐야 350m 정도다. 버스 정류장에서 감악산 방향으로 10여 미터 위에 있는 등산로 입구에 도착해 보니, '양주 불곡산 등산로 종합 안내판'이 서 있다. 우리는 '현위치'인 대표아파트에서 능선을 따라 시청까지 달린다.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능선에서 조금 내려온 지점에 '악어바위'가 있다는 거!
안내판의 지도를 보며, 이번 산행의 코스에 관한 얘기를 나눈 후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해, 10시 24분에 악어바위 갈림길을 통과했다. 이번 첫 방문이니, 임꺽정봉을 지나칠 수 없어, 혹시나 다음에 오면 악어바위를 구경하기로 하고, 애초 계획대로 임꺽정봉을 향해 좌회전했다. 그리고 10시 30분에 김승골 쉼터라는 곳에 도착했는데, 돌로 네모나게 쌓은 곳으로 내부에는 제단이 있는 게, 서낭당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내문이 있을 거로 생각해 주변을 둘러봤으나, 아무것도 없다, 다만 팻말의 '김승골 쉼터'라는 글 위에 '예로부터 짐승이 많던'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그럼, 김승골이 아니라 짐승골인가? 돌로 네모나게 쌓은 제단은 호환에 대비해 호신에게 제물을 받치는 곳이고?
김승골 쉼터에서 10분가량 올라가자, 약수터가 있고, 그 옆에는 쉴 수 있도록 일체형 식탁과 의자가 있다. 그 주위에는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예닐곱의 중년 여성 등산객이 간식을 먹으며 세상사를 논하고 있다. 짐승과 약초가 썩은 물인 약수를 지나치는 건 산신과 호신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본의 아니게 그들이 하는 얘기를 들으며, 약수의 맛을 봤다. 산이 낮아서 그런지 수량도 적고 맛도 평범했으나, 이번 산행 처음으로 산이 준 무언가를 먹었다는 것에 만족했다. 약수로 목을 축이고 다시 산에 오르면 위를 보니, 능선이 보인다. 오른쪽으로 암봉도 보이고. 마른 계곡으로 난 길을 따라 숨을 헐떡이며 위로 향해, 10시 51분에 능선에 올라섰다. 사실상 힘든 급경사 오르막은 끝이나 다름없다. 물론 기복이야 있겠지만, 정상이 460여 미터에 불과하니, 별거 아니다.
능선에 올라서서 보니, 오른쪽은 임꺽정봉, 왼쪽도 정비된 등산로가 있는 게, 그 방향에도 무언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임꺾정봉은 뒤로하고 왼쪽으로 올라가서 보니, 너럭바위 전망대다! 그리고 등산로는 다음 봉우리로 이어진다. 안내도에도 나오지 않는 봉우리다. 그 봉우리의 정체가 궁금해 전망대에 배낭을 내려놓고, 그 봉우리를 향해 갔다. 봉우리에서 봉우리로 가는 거니 당연히 고개를 지나야 하는데, 사거리다. 고개를 지나 계속 봉우리를 향하는데, 군부대에서 세운 경고문이 앞을 가린다. 그래서 안내도에 없었던 거다. 여기까지 왔으니, 그냥 가기 아쉬워 주위를 둘러보니, 왼쪽으로 전망대가 보인다. 절벽 밖으로 튀어 나간 바위 전망대에 올라, 양주 시내와 그걸 둘러싸고 있는 수락산, 불암산 그 너머 도봉산을 감상하고, 저 멀리 감악산도 사진 찍었다. 끝으로, 왼쪽의 임꺽정봉을 기록으로 남기고, 난간 전망대를 떠나 동무가 기다리는 너럭바위 전망대로 돌아갔다.
너럭바위 전망대로 돌아가서 보니, 영한은 아직 도착 못 했고, 주행과 흥수가 과자를 안주로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 그 모습을 보자, 대교아파트 편의점에서 정상주를 사기로 했는데, 그냥 올라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말인즉 우리에게는 홍어 무침이라는 안주가 있으나, 마실 수 있는 건 막걸리 두 통에 불과하다는 거다. 와중에 반 통은 둘이 마셨고. 해서 서둘러, 배낭에서 홍어 무침을 꺼내, 한 병 반에 불과한 막걸리 잔치에 합류했다. 그렇게 20분이 넘게 영한이 올라오기를 기다리며, 홍어 무침을 안주로 막걸리 두 병을 비우고, 아래에서 올라오는 영한을 확인하고 술자리를 파했다. 정확히는 더 마실 막걸리가 없었다. 영한은 우회로로 갔을 거로 생각했는데, 뒤따라오는 걸 보고 약간 놀랐다.
11시 23분에 대교아파트에서 올라오는 갈림길에 다시 도착해 임꺽정봉을 향해 올랐다. 정상을 향해 올라가다가 뒤를 돌아보니, 경고문에 가지 못한 봉우리가 보인다. 그 모습을 잠깐 감상하고, 다시 길을 재촉하자, 갑판 계단이다. 그리고 그 앞에는 '우회 등산로'라는 팻말이 서 있다. 상식적으로 갑판 계단을 피하는 등산로라면 암벽을 기어올라가는 거로 생각해 그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데, 그 옆 안내문에는 '노약자와 어린이는 우회 등산로를 이용하라'는 문구가 보인다. 말인즉 암벽을 기어오르는 게 아니라, 계단조차 힘들어하는 등산객을 위한 우회로다. 해서 계단으로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물론 가끔 뒤로 돌아, 저수지와 주변의 절경을 감상하는 걸 잊지 않았다.
암벽에 놓인 갑판 계단으로 정상으로 올라가며, 암벽을 기어올라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유심히 살펴보니, 곳곳에 볼트다. 계단 이전에는 암벽 등반을 했다는 거다. 정상 바로 아래 계단이 끝나는 곳에는 암벽 전망대로 주변을 조망할 수 있게 암벽에 철봉으로 안전시설을 설치해 두었다. 그 전망대에서 주변을 감상하고 뒤에 따라오는 친구들의 사진도 찍었다. 끝으로 바로 앞에 있는 임꺽정봉을 기록으로 남기고 그 봉을 향해 올라, 11시 41분에 '샘내' 갈림길을 지나, 1분가량 가자, 등산 앱이 정상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준다. 그리고 실제 정상에 도착한 건 그로부터 7분 후인 11시 49분이다. 50m에 불과한 거리지만, 급경사 암벽이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암봉이라 전망대나 다름없는 임꺽정봉에는 등산객 한 명이 삼각대를 이용해 인증을 남기고 있어, 먼저, 주변을 조망하고 기록으로 남겼으나, 직전의 전망대에서 찍은 것과 다를 게 없다. 모든 산에서 공통으로 겪는 거라 새로운 거도 아니다. 어쨌든 이후 정상석을 사진으로 남기고, 우리도 삼각대를 이용해 인증을 남겼다. 그 사진이 이번 산행에서 넷이 모여 찍은 유일한 사진이다! 그렇게 임꺽정봉에서 해야 할 일을 끝내고, 불곡산 정상 방향으로 향하자, 눈앞에 칼바위 능선이 펼쳐진다. 앞선 산꾼의 산행기에서 보기는 했으나, 이 정도로 대단할 거란 상상을 못 했다. 기쁜 마음으로 다음 봉우리인 상투봉을 향해 임꺽정봉의 암벽을 내려가는데, 갈림길이다. 악어바위는 우회전해서 300m만 가면 있다고 이정표가 알려준다. 왕복 0.6km! 생각보다 가깝다. 그리고 남아도는 게 시간이라, 망설임 없이 우회전했다. 한가지 실수를 했다면 배낭을 메고 갔다는 거.
악어바위 갈림길에서 악어바위까지는 경사가 급한 리지로 안전시설이 없던 과거 산행의 재미가 최고였을 거로 보였다. 물론 이제야 찾은 자신을 한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급경사의 암릉답게 악어바위까지는 무언가를 닮은 바위가 즐비했다. 와중에 공룡바위라는 팻말을 보고, 무슨 공룡을 닮았나, 궁금해 등산로를 벗어나, 위로 올라가 보니, 공룡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서너 줄의 밧줄과 완전무장한 암벽꾼이 보인다. 하강 훈련을 하는 거 같아, 그 자리에 서서 내려오는 모습을 보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아래에서 재촉하지만, 내려올 생각을 안 한다. 목소리는 들리나, 보이지 않는 나 같은 겁쟁이가 있는 거 같다. 해서 구경하는 걸 포기하고 공룡바위를 떠나기 전 도대체 무슨 공룡을 닮았나 째려봤는데, 도저히 알 수가 없다! 해서 공룡의 이름을 알아내는 걸 포기하고 계속 내려가, 12시 14분에 악어바위에 도착했다.
어디를 머리로 보느냐에 따라, 악어가 암벽을 기어 올라가는 또는 기어 내려오는 모습인데, 거기서 인증을 찍고 있던 3명 중 한 명과 내가 보기에는 내려오는 모습인데, 나머지 둘은 올라가는 모습이란다. 어디가 머리든 피부의 질감은 틀림없는 악어다. 무언가를 닮았다고 등산객이 주장하는 바위 중 가장 실물에 가깝다. 해서 다양한 각도에서 악어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왔던 길을 되돌아 상투봉 갈림길로 돌아가며, 내려오다 놓친 코끼리바위도 사진으로 찍었다. 그리고 배낭을 메고 내려왔다는 걸 깨닫는 순간, 그 앞에 벗어두었던 배낭도 다시 둘러메고 위로 올라 12시 21분경 갈림길에 다시 도착했다. 그리고 세 친구를 쫓아 상투봉으로 향하는데, 이제는 새끼가 아닌 어른 물개다!
가끔 뒤로 돌아 임꺽정봉의 뒷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며, 안전시설에 의지하지 않고 암릉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올라가는데 이번에는 여성봉이다. 도봉산의 여성봉은 누가 봐도 여성봉인 걸 부정하지 않는데, 아무리 봐도 왜 여성봉인지 모르겠다. 유방? 해서 안 보이는 곳에 무언가 있을 수도 있어, 위험을 무릅쓰고 뒤로 돌아가서 아래를 살펴봤으나, 다른 건 없다. 여성봉에 실망하고, 다시 상투봉으로 향하는데, 12시 40분에 등산 앱이 정상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평범한 등산로라면 1분 거리나, 바위 능선이라 몇 분이 걸릴지 모른다. 와중에 정규 등산로에서 벗어난 암벽 등반을 하느라 시간을 잡아먹기도 했다.
상투봉 직전, 주행에게 한북정맥에 관해 얘기해 주고 있는 흥수를 만났다. 흥수는 100 명산, 백두대간 종주 후 한북정맥을 달린 친구라 잘 안다. 해서, 그가 알려주는 한북정맥의 줄기와 방금 올라온 암릉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 설명을 다 듣고, 상투봉 정상에 올라서서 보니, 같이 모여 인증을 남길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 각자 인증을 남겼다. 그런데, 상투봉의 상투가 우리가 아는 그 상투를 의미하는 거 같은데, 아무리 봐도 상투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 뭐 대한민국 산이야 많이 있는 명칭이라 그러려니 하고 상투봉을 떠나 정상인 상봉으로 가기 위해 고개로 내려가 다시 봉우리로 향하는데, 벌써 등산 앱이 고지에 도착했음을 알린다. 정상 반경 50m 내이나, 급한 것도 없어, 중간에 있는 전망대에서 뒤로 돌아 방금 내려온 봉우리를 감상하며 다시 상투를 찾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정상에 약간 튀어나온 바위가 상투를 닮았다.
상투를 찾은 것에 만족하며, 위로 오르기 위해 갑판 계단에 올라서려고 보니, 명패가 서 있다. 거북바위다! 정확히는 거북목! 한국의 고시가에서 남성의 성기를 거북이나, 자라의 목으로 표현하니, 이 또한 그걸 상징할 거로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거북목에 더 가깝다. 이건 거북바위로 인정! 거북바위 위로 놓인 갑판 계단으로 불곡산의 정상인 상봉에 도착한 시각이 1시 3분이니, 대교 아파트에서 정상까지 2시간 44분이 걸렸다. 그런데 상봉의 정상석이 있는 위치 또한 애매해 삼각대를 놓고 사진을 찍기 힘든 구조에, 시청 방향에서 올라오는 등산객이 많아, 삼각대를 설치할 분위기도 아니어서, 옆의 등산객에게 부탁해 서둘러 인증을 남겼다. 그리고 저 멀리, 수락산과 불암산, 도봉산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불곡산 상봉을 떠나 하산을 시작했다.
1시 6분에 갑판 계단을 거부하고 암릉을 기어 내려와 하산을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급경사 리지에 펭수의 조상이다. 그 모습도 기록으로 남기고 계속 내려가자, 불곡산의 기암괴석이라는 안내도가 서 있다. 해서 가던 길을 멈추고 어떤 게 있는지 확인했다. 양주에서 선정한 총 11개의 바위 중 악어바위 코스에 있는 '10 삼단바위', '11 복주머니바위'를 제외한 9개의 바위는 기록으로 남겼다는 걸 알았다. 구경 못 한 두 바위는, 다음 불곡산행을 시청에서 시작해 악어바위 코스로 하산할 예정이니, 그때 보면 된다. 기묘한 바위를 확인한 후 고개를 들어보니, 암봉 위에서 휘날리는 태극기가 보인다. 상봉이다. 물론 그 모습도 찍었다. 그리고 다시 하산을 시작했다.
1시 21분 백화암 갈림길을 통과하며, 이정표를 보니, '양주시청' 방향으로 가면 '양주별산대놀이마당'으로 하산하는 갈림길이 있다는 정보다. 속으로 유레카를 외치며, 흥수에게 하산주를 위해 시청이 아니라, 놀이마당 방향으로 하산하자고 했다. 지도를 확인한 흥수가 동의해, 시청을 버리고 놀이마당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해서 흥수가 뒤따라오는 영한에게도 연락했다. 그 갈림길을 지나자 바위 능선은 끝나고, 흙길이다. 그리고 곳곳에 시산제를 지내도 좋을 정도의 널찍한 마당이다. 그중 한 곳은 벌써 시산제를 끝내고, 다들 정상으로 올라간 분위기다. 그걸 보고, 3월 광교산에서의 우리 시산제에 관한 얘기를 나누며 흙길을 달려, 1시 31분에 놀이마당 갈림길에 도착했다. 거기 서 있는 이정표에 의하면, 심지어 놀이마당까지 1.2km로, 1.8km의 시청보다 가깝다.
놀이마당 방향에서 올라오거나, 내려가는 등산객이 별로 없는지 등산로는 지금까지와 달리 다소 거칠다. 말인즉 관리를 안 하고 있다. 어쨌든 그 등산로를 따라, 15분가량 내려가자, 차량 소음과 애들이 노는 소리가 들린다. 산림욕장의 한편에 있는 놀이터에서 노는 소리다. 애들이 노는 모습을 보며, 50m가량 더 내려가자 삿갓 모양의 흰 지붕이 보인다. 놀이마당이다! 그리고 등산로 입구에서 50여 미터 거리의 나무에, 양주산악연맹에서 설치한 '양주시장 배 등산대회' 플래카드가 있다. 등산대회 내용을 살펴보다가, 경품에 눈이 멀어, 양주산악회에 가입하는 방안에 관해 두 친구와 얘기를 나누며 내려가, 1시 49분에 등산로 입구에 도착하는 거로 사실상 산행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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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등산로 입구의 먼지떨이기를 이용해 등산복과 등산화에 묻은 먼지를 털어낸 후 놀이마당 옆으로 난 도로를 따라, 맛집을 찾아 내려갔다. 놀이마당 입구의 주차장을 지나며 보니, 왼쪽의 '가마솥 추어탕'의 우뚝 솟은 간판이 보인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양주골전통순대국'이다. 하산주 안주는 순대라 망설임 없이 순댓국집으로 향했는데, 정문에 '매주 토요일 정기휴무'라는 팻말이 걸려있다. 유원지나 다름없는 장소에 있는 식당이 토요일에 쉰다는 게 이해가 안 되지만, 우리가 상관할 바는 아니고, 대안을 찾아야 했다. 가마솥 추어탕 아니면, 도로 건너 대각선 방향에 있는 보리밥집인데, 추어탕은 안주로 별로라, 보리밥집으로 가기로 하고, 건널목이 있는 곳으로 20여 미터를 내려갔다.
건널목으로 가기 위해 순댓국집 작은 주차장 벽을 우회하니, 또 다른 순댓국집의 입간판이 반겨준다. 이번에는 '양주순대국 전문'이다. 그리고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보니, 꽤 넓은 주차장 뒤로, KBS에 출연했다는 '진짜 원조', '양주순대국 전문' 식당이 있다. 비록 김비서지만 방송에 출연했으면, 원조라고 한마디씩 거들며,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자리를 잡고 앉아, 술국이 없어, 모듬 순대와 특 순대국 하나에, 소맥용 맥주와 소주를 주문했다. 물론 흥수가 뒤에서 따라오는 영한에게 식당의 위치를 알려주는 걸 잊지 않았다. 처음 이슬이 소맥으로 입가심하고, 이후 내가 냉장고에서 빨갱이를 찾아와 그걸 마셨다. 20분 정도 지나 영한도 합류해 넷이, 빨갱이 몇 병을 마셨는지 기억도 안 난다. 그렇게 마시고, 6시경 집에 도착해 거실에서 뻗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다음 날 아침 8시경이다!
처음 계획과는 달리, 하산주를 위해 '대교아파트 버스정류장 → 임꺽정봉 → 악어바위 → 상투봉 → 상봉 → 양주별산대놀이마당'의 6.25km(트랭글) 코스를 3시간 43분 동안 즐겼다. 이동 3시간 14분, 휴식 29분!
집과 가까운 곳에서 명산을 발견한 기분 좋은 산행이다.
짧은 코스와 높지 않은 봉우리, 기묘한 바위와 암봉, 암릉 최고의 산행지다.
앞으로 자주 찾게 될 산이다.
첫댓글 명산임에 틀임없네. 초록으로 완전 덮이기 전에 한전 가봐야 겠다! 완전 날것을 볼수 있는게 스산한 겨울이잖아.. ㅎㅎ (많이 아쉽네 함께 하지 못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