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랭킹 4위 이동훈 9단(오른쪽)이 1위 신진서 9단에게 169수 만에 불계승하며 A조 1위를 결정했다. 상대전적 1승12패를 극복한 쾌거였다.
제1기 우슬봉조 본선리그 A조
박정환-김지석 승자와 결승전
작년 연말에 오유진이 최정을 상대로 2승25패의 절대열세를 극복했던 국내 바둑계는 새해 벽두에 이동훈이 신진서를 상대로 1승12패의 절대열세를 극복했다. 오유진과 이동훈은 호랑이띠 동갑내기다.
랭킹 4위 이동훈 9단이 1위 신진서 9단을 꺾고 결승5번기에 올랐다. 이동훈 9단은 7일 오후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1기 우슬봉조 한국기원선수권대회 본선리그 A조에서 169수 만에 불계승, 5전 전승으로 1위를 차지했다.
▲ "항상 자주 많이 져서 부담이 있었는데 상대가 워낙 강해서 아주 심한 부담은 갖지 않았다"는 이동훈 9단.
두 기사는 맞대결을 벌이기 전까지 나란히 4연승을 달려 왔다. 신진서는 한승주ㆍ강승민ㆍ강동윤ㆍ신민준을 차례로 꺾었고, 이동훈은 신민준ㆍ한승주ㆍ강승민ㆍ강동윤을 차례로 꺾었다.
신진서는 강동윤에게, 이동훈은 한승주에게 각각 반집승으로 고비를 넘겼던 점에서도 닮은 길을 걸어 왔다. 최종국을 두기 전까지의 상대전적은 신진서 9단이 12승1패로 압도적 리드.
▲ 개시 3시간, 169수에서 종국. "신진서 9단이 몇 년 사이에 이렇게 무기력하게 진 적이 있었을까요"라는 최명훈 해설자.
승자가 결승에 오르는 승부에서 이동훈 9단이 '저승사자'를 상대로 완벽한 내용을 보여주었다. 중반으로 들어서면서 붙은 하변 공방에서 우세를 잡았고, 그 후에는 끝날 때까지 한 번도 불리한 형세에 놓이지 않았다.
"초반에 집을 많이 빼앗겨서 별로 안 좋게 시작했는데 중반의 변화에서 잘된 것 같다. 변화가 끝났을 때에는 두터워져서 확실히 좋다고 생각했다"는 이동훈 9단의 국후 감상.
▲ 백62는 패착이라고 하기에도 뭣한 수인데 63부터 AI 승률이 흑쪽으로 기울어졌다. "이 바둑의 승착을 꼽으라면 어깨짚었을 때 한점을 이은 수(흑63), 이 수가 승리를 거둔 원동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최명훈 9단의 해설이 있었다.
중계석의 최명훈 해설자는 "이동훈 9단이 초반에 무난하게 자기 스타일로 짜면서 후반의 강점을 잘 발휘한 바둑이었다"는 총평을 전했다.
이동훈 9단의 결승 진출은 2019년 4월 제20기 맥심커피배 준우승 이후다. 종합기전 결승 진출은 2016년 4월 제21기 GS칼텍스배 우승 이후로 6년 만의 우승 도전에 나선다.
▲ 힘을 제대로 써보지 못했던 것이 더 아쉬울 신진서 9단. 관심을 받았던 국내 종합기전 전관왕 도전은 무산됐다.
결승 상대는 본선리그 B조 1위. B조에서는 박정환 9단이 4승으로 1위, 김지석 9단이 3승1패로 2위인 가운데 남겨두고 있는 맞대결로 1위를 결정한다. 이 대국은 23일 열린다. "누가 올라와도 저한테는 적이고, 저는 잘 준비해서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이동훈 9단이다.
우승봉조 한국기원선수권전은 1차예선→2차예선→최종예선→본선리그→순위결정전→결승5번기 단계로 진행한다. 본선은 6명씩 양대리그를 벌여 각조의 같은 순위끼리 최종 순위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우승상금은 5000만원.
▲ 올해는 호랑이띠의 해. 이동훈 9단은 1998년의 입춘에 태어난 호랑이띠다.
▲ 신진서 9단은 B조 2위와 이번 대회 3위결정전을 치른다.
▲ 상대전적 1승12패를 뒤집은 결과는 '반란'일 수 있어도 '랭킹 4위의 반란'은 어울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