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6.05.18.00:10
작성 이병호(xinchon)
북한(조선)의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아시아여자축구선수권대회 준결승과 결승에 참가하기 위해 7년 5개월만에 방한했다. 인천에 거주하며 평소 자주 가는 인천공항이라 입국장에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입국 장면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던 카메라를 꺼내 사용법 등을 익힌 후 인천공항 1여객터미널로 갔다. 입국 게이트가 궁금했는데 많은 취재진으로 쉽게 알 수 있었다. 1번 게이트였고 일반인 출구가 아닌 특수한 경우 나오는 출구로 예정되어 있었다.
마침 이승현 통일뉴스 기자를 만나 촬영 및 남북관계에 대한 담소를 나누다가 내고향여자축구단의 입국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여러 기자들이 준비하고 있는 맞은편에는 3개 정도의 인천 소재 북향민 단체가 환영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인인 강춘근 목사도 함께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내고향여자축구단은 소감 발표 없는 것은 물론이고 환영단을 바라보지 않으며 1분만에 버스에 올랐다. 나도 여러 사진을 찍었지만 카메라 사용법에 익숙하지 않아 귀가 하여 확인하는데 제대로 촬영이 되지 않았다.
여러 언론기관에서 통일부의 방문증명서 대신 여권을 제시하며 입국했다.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수원 호텔 도착 후 몸풀기 위해 숙소를 나올 때는 한결 밝아졌다는 등 여러 소식을 전했다.
필자는 한겨레통일문화재단 후원인으로서 20일 준결승 경기와 23일 결승 두 경기 모두 참석하기로 했다. <한겨레> 기사에는 "환영하며 꼭 우승하여 돌아가길 바란다"는 댓글을 달았다.
지난해 8.15 광복절 이재명 대통령이 남북의 평화와 공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무엇보다도 '싸울 필요가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최선이다.' 라고 발언한 내용이 떠오른다. 주요 기사 및 방송 영상은 아래와 같다.
이병호ㅣ남북교육연구소장·통일부 '평화·통일교육 개혁 TF' 위원·'북한교육과 평화통일교육' 저자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 입국 이 시각 인천공항 - [끝까지LIVE] MBC 중계방송 2026년 05월 17일
북 여자축구단, 여권 들고 입국…“환영합니다” 환호에 무반응
선수들 두 줄로 빠르게 버스로 이동
리유일 감독, 취재진 질문에 무반응
입국장 도착 4분 만에 숙소로 향해
“내고향여자축구단 환영합니다!”
17일 오후 2시54분께, 감색 정장 차림의 북한 여자축구팀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인천공항 1터미널 에이(A)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입국장 주변은 실향민 단체와 통일 단체 회원들, 공항을 이용하는 시민들 환호로 가득 찼다. 북한 여자 축구 선수들의 방남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12년만으로, 클럽팀이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인천공항에는 현철윤 내고향여자축구단장과 리유일 감독, 선수 23명과 지원 인력 등 모두 34명이 입국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 출전하는 북한 여자축구팀 ‘내고향여자축구단’이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로 입국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입국장 주변은 오전부터 삼엄한 통제가 이어졌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도 ‘내고향여자축구단 여러분 환영합니다’라고 적은 현수막이 내걸리고 ‘환영’ 등을 적은 손팻말을 든 이들도 적잖았다. 입국장 문이 열리고 마침내 리유일 감독 등이 등장하자 수십 개의 카메라가 플래시를 터트렸다. 뒤이어 흰 블라우스에 감색 재킷과 치마, 흰색 블라우스를 입은 선수들이 여행용 캐리어를 쥔 채 모습을 드러냈다. 선수들 일부는 한 손에 여권을 쥔 모습도 포착됐다. 앞서 통일부 쪽은 남북을 ‘두 개 국가 관계'로 규정한 북한 쪽 입장에 따라 선수들이 여권을 제출할 가능성에 대해 ‘공식적인 입국 심사 자료로는 쓰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한 바 있다.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에 따라 북한 시민이 방남할 때는 ‘남한 방문증명서’만 필요하다. 통일부는 이날부터 24일까지를 방남승인기간으로, 내고향여자축구단에 대한 방문증명서를 승인했다.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수원FC 위민을 상대하는 내고향여자축구단이 17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취재진 등이 선수들을 향해 “손 한 번 흔들어주세요”라고 외쳤지만, 선수들은 다소 긴장한 듯 굳은 표정으로 두 줄로 선 채 버스를 향해 빠르게 이동했다. 사령탑인 리 감독도 “입국 소감이 어떤지” “경기 전략은 어떤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대답 없이 버스로 향했다.
북한에서 한국에 온 지 20년 된 이은혜(56)씨는 “고향 사람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 나왔다”며 “내가 고향에 갈 수 없으니, 이렇게 남한에 와주니 너무 반가운 마음뿐이다. 서로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항 이용객들도 선수단 입국 소식에 발걸음을 멈췄다. 소셜미디어(SNS) 라이브 방송을 켜고 이를 중계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가족 배웅을 위해 인천공항을 방문한 지정현(73)씨는 “남북 경기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관계가 풀린 것 같이 느껴져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며 “오늘 입국을 하는지 몰랐는데 선수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어서 기쁘고, 이런 스포츠 교류를 시작으로 남북관계가 하나씩 풀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수원FC 위민을 상대하는 내고향여자축구단이 17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선수단이 탄 버스는 이날 오후 2시58분께 경기 수원에 있는 숙소로 곧바로 이동했다. 선수단은 20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수원FC 위민과 아시아축구연맹 여자 챔피언스리그 4강전을 치른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스포츠][현장영상+] 내고향축구단 입국...북한 선수 8년 만에 방남 | YTN
[현장영상] 북한 여자축구팀 한국 도착…“각오 한마디만!” 물어봤지만 / KBS 2026.05.17.
[사설] 북한 여자축구팀 ‘여권 입국’이 던진 과제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 소속 선수와 코치진 등 35명이 17일 아시아축구연맹 여자챔피언스리그 4강전을 치르려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왔다. 이들은 북한의 ‘두 국가’ 개헌을 반영해 그동안 남북이 서로를 방문할 때 사용해 오던 ‘방문증명서’가 아닌 ‘여권’을 제시했다.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참고자료로만 활용한다는 식으로 난제를 피해 갔다. 우리 집 잔치에 찾아온 손님을 일단 환대하되, 앞으로 남북 교류 때마다 불거질 수밖에 없게 된 ‘여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갈지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지난 3월 헌법 영토 조항 등을 고쳐 대한민국을 별개의 국가로 선언한 북한은, 이를 확인시키듯 이날 선수단 입국 때 우리 정부가 발급한 방문증명서 대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여권’을 제시했다. 북한을 더는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잠정적 특수관계”(1991년 남북기본합의서)가 아닌 ‘국가 대 국가’ 관계로 대해 달라는 명시적 요구로 해석된다.
난처한 상황에 몰린 정부는 여권을 신분 대조용으로만 사용하고, 별도의 입국 사증(비자)은 발급하지 않았다. 사증 발급은 북한을 별개의 국가로 인정한다는 뜻이 되어 우리 헌법 조항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을 따르면서 북한 쪽 요구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불가피하게 정치적 절충안을 택한 셈이다. 북한 선수단은 20일 오후 4강전 상대인 수원에프시(FC)위민과의 경기 승패에 따라 짧으면 닷새, 길면 1주일 남짓 국내에 머물게 된다.
통일부가 20일 경기를 앞두고 남북협력기금에서 3억원을 응원단체에 지원하기로 한 것을 두고 보수 야당 등에서는 “북한팀을 응원하는 친북단체에 혈세를 퍼주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북한팀만이 아니라 남북한팀을 함께 응원하려고 꾸려진 단체에 애초 남북협력사업 지원을 위해 편성된 정부 예산을 집행하겠다는데 쌍심지를 켜고 비난할 일인가. 더구나 이 돈에는 티켓값과 응원비용뿐 아니라 유관기관의 행정비용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적대적 국가관계를 선언한 북한이 선수단을 보낸 것만 해도 큰 결단이다. 다만 ‘여권 입국’은 그 의미가 가볍지 않다. 이번 같은 절충안을 북한이 다음에도 수용할지 알 수 없는데다, 우리 선수단이 방북할 경우 북한이 역으로 여권을 요구할 수도 있다. 남북관계의 달라진 지형을 반영하되 우리 헌법 및 국민 정서와도 충돌하지 않는 정교한 프로토콜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숙의와 전략적 고민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