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3편. 바다야 고마워
객지로 나갔다가 바다로 돌아온 이들부터, 바닷가에서 나고 자란 이들까지. 남녀노소 누구 할 것 없이, 제 것을 아낌없이 베풀어 주는 바다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 내 가족을 위해 한 몸 내어준 고마운 바다에 인사를 전해본다.
1부. 8남매 대가족의 새조개 –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도시, 충남 홍성의 남당리 포구에는 각기 다른 바닷일을 하는 대가족이 있다. 홍성 남당항에서 갯일 하시는 조춘자 씨. 그런 어머니와 함께 바닷가에서 일하는 8남매(1남 7녀)가 바로 그 주인공! 대가족의 구심점에는 올해로 86세인 조춘자 할머니가 있다. 그들을 만나러 간 이들은 한국의 매력에 빠져 한국에서 산다는 카이스트 교수 오스틴 기븐스 씨, 한국인으로 귀화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친구 앤디 씨! 지천으로 깔린 갯벌 위 굴 더미를 보며 연신 감탄사를 쏟아내는 오스틴! 한국과 비교해서 몇 배나 비싼 미국의 굴 요리를 이야기하며 흥분하는데... 하지만, 먹는 것과 캐는 것은 별개의 문제! 서툰 일솜씨 때문에 친구 앤디와 고생깨나 하지만, 조춘자 할머니의 달콤쌉싸름(?)한 가르침 덕분에 훌륭한 일꾼으로 변모하고... 다음날, 8남매의 유일한 아들, 김형식 씨의 배를 타고 겨울철 진객 ‘새조개’를 잡기까지 이른다. 열심히 일한 당신, 먹어라! 일하느라 고생한 두 남자를 위해 대가족이 준비한 특별식이 있다는데. 바로, ‘새조개’ 샤부샤부 한 상! 과연 처음 먹어본 새조개의 맛은? 바다에 기대어 사는 8남매 가족의 조화롭고 다정한 모습을 만나 본다.
2부. 남편의 낙지 - 한반도에서 보면 땅끝마을, 바다에서 보면 한반도의 시작점인 남쪽 제일 끝 해남군 북일면. 이곳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부부가 있다.
IMF로 인해 등졌던 고향, 해남으로 귀어한 김종원, 조향숙 부부. 당시만 해도 귀어가 아닌 낙향이었다. 남편은 낙지를 잡으며 바다와의 조우를 실감했다.
오늘은 부지런히 일한 김종원 씨와 조향숙 씨가 콧바람 쐬러 나가는 날! 해남 사내 방조제를 지나 부부만의 달래밭이 있는 섬을 산책하고, 직접 캔 달래 향을 맡으며 한발 먼저 다가온 봄을 느껴본다.
야행성인 낙지를 잡기 위해 밤이 되면 어김없이 바다로 나가 작업하는 김종원 씨를 위해 아내와 어머니가 두 팔 걷어붙였다! 낙지를 잡고 돌아온 남편을 위한 낙지 한 상 덕분에 부부의 집에는 웃음소리가 마를 일이 없단다.
밤이슬 맞아가며 낙지를 잡아 오는 남편에게, 그리고 고향이 고맙다는 아내 조향숙 씨에게 그들이 거쳐온 세월을 들어본다.
3부. 부부의 전복 –
하루도 빠짐없이 바다를 항해하는 사람이 있다. 바다에서 살고 싶다는 일념하에 전남 진도로 귀어한 황의진 씨가 그 주인공. 그가 진도로 내려온 이유는 무엇일까?
광주에서 도시인으로 살던 황의진 씨에게 변화가 찾아온 것은 10년 전! 직장생활 잘하던 황의진 씨가 회사는 지겹고 바다가 좋다며 아내와 아이는 광주에 남겨두고 전남 진도로 귀어했다.
귀어한 후에는 매일 같이 장모님의 밥을 먹고, 처가의 전복 양식장에 틈만 나면 가서 일을 도왔다. 광주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던 아내 김수정 씨도 남편 따라 진도로 내려와 바닷일을 돕기 시작했다. 아내가 내려온 이후로 남편의 입꼬리가 내려가는 날이 없었다고.
오늘은 사위 사랑 어머니의 손맛을 맛보는 날. 우선, 재료를 사기 위해 아침 9시면 파장 분위기라는 진도 오일장을 찾아가 본다.
부지런히 움직였으면, 이제 먹을 차례! 전복밥, 도다리구이, 전복장 등이 올라간 푸짐한 밥상을 가족들과 함께 먹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함께 해서 즐거운 부부의 특별한 귀어 일기, 그 속으로 들어가 본다.
4부. 딸의 생선 –
남녀노소 누구 할 것 없이 숯불로 구운 생선구이 냄새에 발길을 멈춘다는 고흥의 전통시장.
생선구이를 판 지 30~40년씩 됐다는 베테랑 아지매들이 넘쳐나는 이 시장에 20대 새댁 김은희 씨가 새로 편입되었다.
금융기관에서 7년간 일을 했던 김은희 씨는 삼치잡이의 달인으로 인근에 소문이 자자한 아버지 김원태 씨 밑에서 자란 덕분에 생선 다루는 일이 낯설지 않았다.
아울러, 시장 일도 적성에 맞아 금방 주변 어른들의 일도 도와드리며 이곳에 인기쟁이가 되었단다.
똑 부러지는 김은희 씨의 필살기는 바로 아버지가 잡아 온 삼치!
고명딸인 그녀가 시집을 가도 아버지의 딸 사랑은 식지 않았는데. 여전히 삼치를 잡는 날이나 가게 일이 바쁜 날이면 일손을 돕기 위해 시장을 찾는다고.
'어신', '도사'로도 불린다는 삼치잡이 계의 전설 김원태 씨. 아버지의 생선만 오매불망 기다리는 딸을 위해 오늘도 배에 오르지만, 일주일 동안 지속됐던 궂은 날씨는 그의 마음을 따라주지 않는데. 과연 오늘은 무사히 생선을 잡을 수 있을까?
5부. 할머니의 굴 –
“간월도의 남자들은 여자들 덕에 놀고먹는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단다. 간월도에서 굴 캐는 아낙들의 역할과 권한이 상당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천수만이 방조제에 가로막힌 지 오래지만, 여전히 간월도 갯벌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이 있다.
간월도 마을의 80세 또래 할머니들은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바다로 향해 오늘도 허리 숙여 굴을 캔다.
그중 노두연 할머니는 올해로 88세로 간월도에서 나고 자라서 18살 때부터 줄곧 굴을 캐오셨다. 굴 캐서 살림도 장만하고, 먼저 간 남편 몫까지 다 해 5남매를 키웠단다.
오늘은 노두연 할머니에게 특별한 손님이 찾아오는 날. 점심도 못 먹고 일하느라 배고픈 어머니를 위해 큰딸 박경희 씨가 양손 가득 음식을 들고 찾아왔다는데.
쪼그렸다 앉았다 엎드렸다 일어서가며 할머니는 누구를 위해 오늘도 굴을 캐고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