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영 기자
[자료=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제공: 아주경제
이차전지 테마 하나에 기대 성장해 온 코스닥은 극심한 변동성 끝에 급락하고 말았다. 증권가는 단기적으로 더 큰 계단식 하락이 진행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빚내서 투자한 '빚투' 규모가 여전히 큰 만큼 반대매매로 인한 증시 하락까지 전망하고 있다.
7일 코스닥 지수 급락의 배경에는 시장을 떠받치던 이차전지주들의 동반 하락이 컸다. 연초 이후 이차전지 테마의 코스닥 기여율은 55%가 넘는다. 때문에 대부분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이차전지들의 하락이 지수 전체를 끌어내릴 정도로 파급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코스닥이 코스피 대비 급락한 배경에는 반대매매 출회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빚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3일 위탁매매 일평균 미수금 규모는 5565억원이다. 미수거래는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고 사흘 후 대금을 갚는 초단기 외상이다. 미수금은 미수거래 대금을 갚지 못해 생긴 외상값이다.
지난 7월 26일에도 같은 양상이 펼쳐지며 코스닥지수가 4.18% 급락했다. 별 다른 이벤트가 없었지만 수급 요인에 의한 급격한 변동성을 보였다. 같은날 코스피는 1.67% 하락했다. 코스닥이 더 크게 떨어진 건 수급 쏠림 현상이 심화되자 반대매매 출회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진 결과였다.
당시 미수금 규모는 역대 최고치를 연일 경신했다. 7월 28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은 7773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미수금은 직후 거래일인 지난달 29일에도 7291억원을 기록해 연이틀 7000억원대를 웃돌았다. 현재는 5000억원대로 내려왔지만 지수가 급락한 만큼 조만간 미수금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신용거래융자도 다시 늘고 있다. 지난달 말 19조원대까지 떨어졌던 신용융자잔고는 이달 다시 20조원을 넘겼다. 지난 3일 기준 신용융자잔고는 20조193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 25일 이후 최고 수준이다. 유가증권시장 잔고는 10조3831억원, 코스닥시장은 9조9357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모두 늘었다. 코스닥 역시 조만간 10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융자잔고가 늘며 반대매매도 확대될 조짐이다.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빌린 대금을 갚지 못하면 증권사는 주식을 강제로 팔아 채권을 회수한다. 지수 하락으로 주식 가치 평가액이 담보 유지 비율(140%) 아래로 내려가면 전날 종가의 하한가로 매도한다. 하한가로 주문이 들어가는 만큼 또다시 반대매매로 이어지며 악순환이 반복된다.
일부 증권사는 수급 쏠림이 심화됐던 종목들에 대해 신용대출 한도를 조절하는 등 위험 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빚투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은 지난 4월 하한가 사태 당시부터 현재까지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를 신용 대출 불가 종목으로 선정해두고 있다.
NH투자증권은 포스코홀딩스, 포스코퓨처엠,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스틸리온 등 포스코그룹주와 에코프로비엠의 신용대출 한도 등급을 'C'로 하향했다. 이 회사의 'S'나 'A' 등급은 대출한도가 10억원 또는 5억원까지 가능하지만, 'C' 등급은 한도가 1억원으로 줄어든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6~27일 시장이 경험했던 것처럼 나만 못 번다는 포모(FOMO) 현상이 유발한 이차전지주들의 변동성 및 후유증(추가 투매, 신용반대매매)이 출현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단기간의 주가 폭락은 기술적인 반등을 노린 매수세를 자극하게 되면서 재차 포모를 만들어낼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