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2021.3.31)은 3월의 마지막날이다. 아침 화야산방 주변의 최저기온은 영상 1도였다. 이 정도 기온이면 겨울기온에 가깝다. 하지만 온도가 슬슬 올라가더니 오전 9시에 10도이다. 봄날 기온이다. 낮 12시에는 15도를 나타낸다. 그러더니 낮 2시에는 23도까지 기온이 오른다. 이런 기온은 초여름 날씨 아니던가. 벌써 긴팔 옷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지고 차를 운전하는데 에어컨까지 켰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였다. 도로위의 차량들이 대부분 에어컨을 켜고 운행하는 듯 보였다. 3월 31일에 에어컨을 켠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 여름도 무척 더울 것이라는 불안한 예감이 든다.
이런 상황인데 4월 5일이 식목일이라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어 보인다. 벌써 묘목들의 꽃이 피기 시작하는데 묘목을 심는다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된다. 겨울에 상당히 추운 화야산방 주변은 3월 20일에서 3월말까지가 식목의 최적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화야산방에 비해 기온이 10도 정도 더 높은 남부지역은 2월말에서 3월초가 묘목심기에 적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4월 5일 식목일은 이 나라에서 식목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날이지 실제로 나무 심는 날을 이제 아닌 것 같다. 4월 5일이면 화야산방주변도 벚꽃이 피는 때인데 그 때 나무심기는 무리인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키워보고 싶었던 식물가운데 백리향과 꽃댕강나무를 구입했다. 화야산방에서는 주로 영입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식물이지만 엄선된 식물들만 골라 심는 과정을 나는 영입이라고 표현한다.
우선 인터넷을 통해 묘목을 구입한다. 백리향을 20그루 신청한 뒤 하루만에 집에 도착했다. 봄철 대목이라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 여겼는데 신속하게 도착했다. 이렇게 포장돼 도착할 경우 즉시 포장을 열어줘야 한다. 며칠 지나면 식물의 기능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꽃대강나무이다. 꽃댕강나무도 신청한지 이틀만에 도착했다. 모두 10그루이다. 백리향과 꽃댕강나무을 싣고 오늘(2021.3.31) 화야산방으로 향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아침기온은 차가웠다.
일단 백리향을 땅에 옮겨 심는다. 백리향은 향기가 백 리나 간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지만 가만히 놔두면 그렇게 멀리까지는 퍼지지 않으며, 허브처럼 손을 대고 흔들어주면 아주 진한 향기가 난다. 향이 매우 진해 향료식물로도 많이 이용된다. 시중에 판매되는 허브 종류 중 ‘타임(Time)’이라는 품종이 백리향과 비슷한데, 현재는 이 꽃의 향을 이용해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20그루지만 땅에 옮겨심으니 정말 잘 보이지도 않는다. 백과사전에는 백리향은 우리나라 높은 산에 자라는 낙엽소관목이라고 나와 있다. 햇볕이 잘 드는 바위 위에서 자란다. 바위 위에 자라는 식물은 대개 키가 작은데, 백리향 역시 키가 7~12㎝가량으로 아주 작다.
꽃댕강나무도 화야산방 터에 옮겨심으니 작아서 잘 보이지않는다. 댕강나무는 평안남도의 석회암 지대에서 자생하는 우리 나라 고유의 인동과 나무이다. 가지를 꺾으면 '댕강' 하는 소리가 나서 댕강나무라고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이 댕강나무를 원예종으로 개발한 것이 꽃댕강나무이다. 꽃댕강나무는 그대로 두면 가지가 폭포수처럼 늘어지며 자연스럽게 퍼져 나간다고 한다.
꽃댕강나무는 작은 종 모양의 꽃에서 그윽하게 퍼지는 향기에 취하게 한다. 작은 꽃들은 7월부터 피기 시작하여 찬바람이 불기 전까지 계속해서 피어난다고 하니 잘 키워서 화야산방에 또 다른 명물로 자라게 해야겠다.
얼마전 화야산방 뒷산에 왕벚꽃나무 7그루를 심었지만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읍내 화원에 문의해 4그루를 더 영입해 왔다. 기존에 있었던 5그루에 올 봄에 심은 11그루의 벚나무가 잘 자라면 화야산방 뒷산이 더욱 멋진 모습으로 변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벌써 기분이 좋다.
하지만 산에 심은 왕벚나무에 물을 주는 것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요즘 무릎상태가 좋지 않아 무거운 것을 들지 말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호스를 이용해 물을 주기로 했다. 몸 상태가 좋았을 때는 산 아래에서 양동이에 물을 지고 올라가 주곤 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못한다. 이같은 호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하여튼 오늘 심은 백리향과 꽃댕강나무 그리고 왕벚나무들이 잘 자라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1년 3월 3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