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교리상식] (49) 제2계명 -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
십계명의 둘째 계명은 '하느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인데, '한 분이신 하느님을 흠숭하라'는 첫째 계명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인간이 최상 경배 행위인 흠숭을 드려야 마땅한 하느님이시라면 그 하느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둘째 계명에 대해 좀 더 살펴봅니다.
하느님은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하느님을 찬양하고 찬미하며 또 간절한 청을 드리기 위해서가 아니면 자신의 말에 하느님 이름이 함부로 오르내리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하느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라는 둘째 계명은 하느님뿐 아니라 하느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 성모 마리아와 모든 성인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라는 것까지 포함합니다.
하느님 이름으로 한 약속은 바로 하느님 명예와 성실과 권위를 내세우고 한 약속이기에 마땅히 지켜야 합니다. 하느님 이름으로 약속을 해놓고도 성실하게 지키지 않는다면 하느님 이름을 함부로 쓰는 것입니다.
따라서 생각이나 말로써 하느님을 증오하거나 비난하거나 불경스럽게 대하는 것은 모두 신성 모독으로 둘째 계명을 거스르는 것입니다. 나아가 교회와 성인들, 그리고 성물들에 대해서 그렇게 대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께 드려야 할 존경과 흠숭을 거스르는 불경, 신성 모독은 그 자체로 중죄가 됩니다.
또 하느님을 모독할 뜻이 없다 하더라도 하느님 이름을 부르며 욕설을 하거나 또는 하느님 이름을 마술적으로 사용하는 것 역시 둘째 계명에 위배됩니다.
거짓 맹세는 거짓을 믿게 하려고 하느님 이름을 내세우는 것입니다.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으면서도 하느님 이름을 걸고 거짓으로 약속을 하거나 반대로 하느님 이름으로 맹세를 해놓고서도 그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 역시 거짓 맹세에 해당하지요. 이렇게 거짓으로 하는 맹세는 당신의 약속에 한결같이 충실하신 하느님을 거스르는 중대한 과오로, 둘째 계명을 범하는 것입니다. 사소한 일에 하느님 이름을 거는 것 역시 둘째 계명에 위배됩니다.
생각해 봅시다
이름은 그 사람의 인격을 나타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바로 그 사람을 부르는 것과 같은 것이지요. 그뿐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누구에게 알려준다는 것은 그 사람을 신뢰한다는 표시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를 통해서 당신 백성 이스라엘을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해방시키실 때에 모세에게 당신의 이름을 알려 주십니다. 우리 말로는 '있는 나'로 번역되는 '야훼'라는 이름이지요(탈출 3,14-15 참조).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당신 이름을 친히 알려주시면서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당신 이름을 직접 알려주시면서 그러나 그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도록 명하셨습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생각해 볼 것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에게 당신의 이름을 알려주셨다는 것은 그만큼 당신을 친밀하신 분으로 드러내신 것을 의미합니다. 지극히 거룩하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먼저 다가오시어 당신 이름을 알리시면서 당신 자신을 건네주시는 것입니다. 그 하느님 이름을 우리가 어찌 함부로 부르거나 헛되이 부를 수 있겠습니까.
알아둡시다
주교회의는 지난해 가을 정기총회에서 교황청 경신성사성에서 보내온 지침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야훼(YHWH)'로 표현된 하느님 이름을 전례 때나 성가, 기도 때에 사용하거나 발음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하느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는 둘째 계명과 관련된 지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 이름인 야훼라는 표현이 나오면 그 거룩하신 이름을 부르는 것이 두려워 '아도나이'라고 곧 '우리 주님'으로 바꿔서 읽었지요.
새 번역 성경에서도 하느님께서 당신 이름을 직접 계시하신 대목(탈출 3,15; 6,2 등)을 제외하고는 야훼라는 표현을 모두 '주' '주님' '하느님' 등으로 바꿔 표현하고 있는데 같은 맥락입니다.
한 가지 더
교회에서 세례를 받을 때는 누구나 세례명을 받게 됩니다. 세례명은 성인 이름을 본따 짓는 것이 보통인데, 누가 어떤 성인 이름으로 자신의 세례명을 짓게 되면 그 성인은 그 사람의 수호성인이 됩니다. 신자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기 수호성인을 닮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수호성인의 모범을 본받고자 노력하며 성인의 전구를 청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가톨릭교회교리서와 교회법은 세례명에 대해 이렇게 언급하고 있습니다. "부모와 대부모 및 본당 사목구 주임(본당 신부)은 그리스도교적 감정에 어울리지 않는 이름을 붙이지 않도록 보살펴야 한다"(가톨릭교회교리서 2156항; 교회법전 제855조).
[평화신문, 2009년 2월 15일,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