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0년 전에 일이다. 판자촌이 허물어지고 그 위에 ‘복지지구’가 세워졌다. 무너져 가던 판잣집들 대신 번듯한 벽돌집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정부는 이 집들을 생활이 어려운 자, 고아, 장애인과 같은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했다. 복지지구의 주민들에게는 매달 통장으로 생활비까지 지급되었다.
시간이 흐르자 ‘일하기 싫은 자’들마저 이 복지지구로 몰려들었다. 정부는 난처해졌다. 누구를 복지지구에 두고 누구를 밖에 두어야 할지 명확히 구분 짓기란 어려웠다. 고민 끝에 정부는 ‘구분법’ 대신 몰려드는 사람들을 몰아내는 법을 만들었다. ‘정부에서 보장하는 안정된 삶의 대가로 일부 기본권을 제한한다.’ 라는 내용을 중심으로 복지지구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헌법까지 개정되었다. 국민투표시 반대표도 상당히 많았지만 투표 결과는 개정을 허가했다. 복지지구의 주민에게는 이 것이 생의 마지막 선거였다.
복지지구의 주민들에게는 선거권이 없었다. 거주지를 옮기거나 복지지구 이외의 곳으로 가는 일도 어려워졌다. 또한 ‘일하지 않고 편히 살수 있다.’라는 사실에 대해 거센 반대의 여론이 쏟아져 나왔기에 만 19세 이상의 성인 중 신체 건강한 자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공장, 혹은 농장에서 일정 시간 이상 일해야 했다. 주로 사람들이 피하는 위험하거나 혐오감을 주는 일, 또는 단순 생산이나 식량 자급률(쌀 시장 개방 이후 쌀농사를 짓는 농민이 급격히 감소하여 식량 공급을 수입에 의존하는 성향이 강하므로)을 유지하기 위한 농사와 같은 일이었다. 아이들에게 만큼은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권리가, 그를 위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었지만 대부분이 부모의 뒤를 이어 복지 지구의 주민이 되었다. 복지지구의 모습은 지난날 쇠퇴의 길을 걸었던 공산주의 국가의 모습과 닮아있었다.
“제길, 난 정부 따위에게 길러지는 짐승 되고 싶지 않아!”
10차 헌법 개정(복지지구에 관련된 개정) 후 복지지구를 떠나던 사람들 중 한 명이 남긴 말이다. 이 말은 곧 기사화되어 화제를 불러 모았다. 복지지구를 폐쇄하자는 목소리도 생겨났다. 그러나 복지지구의 남은 주민들에게서는 아무런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모든 일이 정리되자 계속 적자를 그리던 국가예산도 제자리를 잡았다. 복지지구에 대한 찬반양론으로 들끓던 여론은 어느 사이엔가 조용해졌다. 시간이 좀더 흐르자 복지지구는 당연히 존재하는 사회의 일부로 여겨지게 되었다.
지금부터 풀어놓을 이야기는 서기 2063년의 서울을 살아가는 어느 대학생의 이야기이다.
대성은 올해로 21살이 되는 대학생이다. 그는 어느 의과 대학에 다니고 있다. 누군가 왜 의사가 되려는 것인지 물으면 ‘생명을 구하는 일은 훌륭하고 바른 일이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하지만 술이 들어갔을 때 나오는 본심은 ‘벌이가 좋은 직업이 의사이기 때문이다.’인 평범한 청년이다.
대성의 부모는 그가 9살이었을 때 병원 침상에서 나란히 숨을 거두었다. 두 사람은 서울 근교의 한 공장에서 함께 공업 폐수를 처리하는 일을 했었다. 두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은 무슨 화학 약품 중독이었다고 하는데 대성은 아직 어릴 때 일이라 기억하고 있지 않다. 유산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고 친척들은 대성과 그의 여동생을 복지지구에 버렸다.
그 뒤로는 쭉 복지지구에서 자랐다. 여동생은 그가 11살이었을 때 죽었다. 그가 아파하는 동생에게 해 줄 수 있었던 일은 안락사에 동의하는 서류에 지장을 찍는 일 뿐이었다. 그 때 이후로 대성은 무언가에 홀린 듯 공부에 전념했다. 딱히 그 것이 공부여서는 아니었다. 그에게는 아무 생각 없이 빠져들 수 있는 일이 필요했다. 그런 일이 공부 밖에 없었다.
그 결과, 대성은 ‘복지지구의 대학생’이라는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보통 복지지구의 아이들은 학업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고 적당히 출석 체크만 하다가 졸업 후 부모를 따라 국가에서 정한 일터로 나갔다. 대성은 복지지구가 배출한 최초의 대학생이었다. 복지 지구 내에는 대학이 없었기 때문에 그에게만 특별히 외부로의 출입이 허락되었다. 졸업 후 자립할 수 있을 만큼의 경제력이 생기면 복지지구를 떠나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허가 조건이었다.
세상의 시선(복지지구와 밖, 어느 쪽이든)에서 그의 존재는 미묘하고 이상한 것이었다. 입소문이 어느새 전국적인 화재가 되어 방송국이나 신문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기도 했다.
‘밖’으로 처음 나왔을 때, 대성은 복지지구를 향한 밖의 시선이 결코 곱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밖의 사람들은 복지지구의 사람들을 우리에서 사육되는 짐승이나 자신들의 세금을 빨아먹는 빈대쯤으로 여기고 있었다. 때문에 대성은 밖에서의 첫 해를 꽤나 곤혹스럽게 보냈다.
반면 복지지구의 주민들은 자신들이 사는 곳을 천국, 밖을 지옥이라고 불렀다. 이들의 생각은 ‘이렇게 편히 살 수 있는 곳이 있는 데 왜 밖에서 아옹다옹 서로 더 가지기 위해 싸우면서 사느냐’였다. 이렇다보니 대성의 이웃들은 애써 ‘지옥’으로 나가려하는 대성을 이상하게 여겼다.
주홍빛 물결이 경사면을 타고 천천히 올라왔다. 벽돌집들 뒤로 그림자들이 길게 자라나다가 서로 뒤섞여 새카만 어둠을 만든다. 주홍빛 물결과 새카만 어둠은 서로 힘을 겨루며 선을 그린다.
초저녁, 복지지구의 가장 높은 자리에서 내려다 본 마을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오래전 판자촌이라 불렸던 경사면을 따라 벽돌집들이 질서정연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수많은 벽돌집들을 물들인 주홍빛은 세상 그 어떤 보석이라 해도 흉내 낼 수 없는 빛깔을 가졌다. 그 빛 아래에는 조그만 어둠이 있는데 이제 곧 그 것이 자라 세상을 까맣게 물들일 터였다.
소녀는 복지지구에서 가장 높은 자리, 커다란 참나무 아래 서 있었다. 소녀는 늘 해질 무렵이면 이 곳에 찾아왔다. 소녀는 주홍빛 노을과 그 것이 물러간 뒤의 까만 밤하늘을 좋아했다. 별 한점 보이지 않는 새카만 도시의 하늘, 그러나 그 곳에는 달이 있다. 소녀는 만약 죽어서 자유로운 영혼이 된다면 달에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다.
“Fly me to the moon. And let me play among the stars……"
소녀의 입이 살짝 열리면서 조그만 흥얼거림이 새어나왔다. 노래였다. 언젠가 이웃집 오빠에게 배운 노래다. 흥얼거림으로 시작된 소녀의 노래는 조금씩 소리가 높아져 갔다.
“In other words, hold my hand! In other words, daring, kiss me."
고운 목소리였다. 다 자란 어른은 절대로 흉내 낼 수 없는 소녀다움이 담긴 부드럽고 아름다운 멜로디.
“Fill my heart with song. And let me sing forever more. You are all I long for. All I worship and adore. In other words, please be true!"
소녀의 목에서 누가 들어도 깜짝 놀랄 만큼의 고음이 솟아나온다. 이 순간 소녀는 자신의 목소리가 달까지 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 소녀는 숨을 고르면서 노래의 끝을 맺는다.
“In other words, I love you."
짝. 짝. 짝.
소녀의 노래가 끝남과 동시에 박수소리가 들여왔다. 소녀는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에는 한 청년이 서 있었다. 전체적으로 마른 체형의 사내로 왠지 모르게 허약해 보였다. 척 보기에도 굉장히 무거워 보이는 가방을 메어서 축 늘어진 두 어깨가 그런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켰다. 동그란 안경을 쓴 얼굴은 좋게 말해 사람 좋은 인상, 나쁘게 말해 어수룩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뭐야, 대성이 오빠잖아.”
“그럼 누구라고 생각했어?”
소녀의 실망인지, 안도인지 알 수 없는 말에 대성이 물었다. 소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짧게 대답했다.
“왕자님."
소녀는 보이고 싶지 않은 부분을 보인 듯 멋쩍게 웃었다. 소녀와 마주선 대성의 표정이 순간 조금 굳었다. 소녀의 왕자님은 ‘자신을 하늘나라로 데리고 갈 왕자님’이다. 소녀는 죽음을 ‘공주님이 되어 왕자님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 것이 소녀가 눈앞에 닥친 죽음과 싸우는 법이었다.
“왕자님은 조금 전에 요 앞에 까지 왔다가 루루 얼굴을 보고 너무 못생겼다고 투덜거리면서 돌아갔어.”
대성이 말했다. 소녀가 ‘왕자님’을 입에 담을 때마다 말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는 일은 그에게는 익숙한 것이었다. 대성은 소녀를 루루(淚淚)라고 불렀다. 이름이 아니라 별명 같은 것이었지만 소녀는 대성에게 이름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루루라는 발음이 예뻐서 그렇게 불리는 것이 좋다고 소녀는 말했다. 루루란 눈물이 많다는 뜻이다. 어릴 적부터 잔병치레를 많이 해 늘 눈물을 달고 살았던 소녀를 소녀의 부모가 그렇게 불렀었다고 한다. 루루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머지않아 소녀의 생명은 사그라질 것이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루루는 울지 않는다. 어린 시절 너무 많은 눈물을 흘려 이미 흘릴 눈물은 남아 있지 않는 걸까? 루루는 언제나 웃는 얼굴로 자신의 왕자님을 기다리고 있다.
“루루는 못 생기지 않았어. 되게 이상한 왕자네.”
루루가 조금 토라진 얼굴로 투덜거렸다. 대성은 루루를 보면서 피식 옅은 웃음을 터트렸다. 루루가 도끼눈을 뜨고 노려보자 대성은 어설픈 헛기침을 해 보이며 시선을 살짝 피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어쩌면 반대로 루루가 너무 예뻐서 조금 더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일지도 몰라.”
“그런 거라면 몇 년이고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 나중에는 쪼글쪼글 해진 얼굴을 보고 도망치는 거 아닐까? 왕자님.”
루루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대성도 마주 웃었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자.”
대성이 마을을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마을을 물들이고 있던 주홍빛 노을은 희미해지고 땅거미가 건물 벽 아래로부터 기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먼 산에 걸린 해의 모습도 아주 조금 밖에 보이지 않았다.
“조금만 더 있자. 오늘은 달님도 보고 싶어.”
“안 돼. 너는 매일 내가 데리러 오지 않으면 아주 여기에 살림을 차리겠구나.”
대성은 루루의 투정을 딱 잘라 거절했다. 루루는 아쉬운 듯 하늘과 마음의 전경을 잠시 바라보다가 대성에게 고개를 돌렸다.
“오늘도 업어 줄 거지?”
“오늘도?”
대성의 얼굴에 질렸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어쩌다 한 번 업어준 뒤로 대성은 계속해서 루루를 업어서 집으로 데려가고 있었다. 대성은 길게 생각하지 않았다. 여기서 안 된다고 말하면 루루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릴게 뻔했다. 그는 짧은 한 숨을 내쉬며 말했다.
“후우…. 별 수 없네. 업혀.”
대성이 루루에게 등을 돌리고 앉았다. 루루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쪼르르 달려와 그의 등에 업혔다. 늘 이런 식이다. 대성은 루루의 투정을 뿌리치지 못하고 언제나 받아준다. 평소의 루루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어른스럽다. 무리한 것을 떼쓰지 않고, 남을 배려할 줄도 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대성 앞에서만 어린아이가 된다. 제멋대로 굴고, 떼쓰고.
“13살이나 먹어가지고….”
대성이 루루를 업고 일어서면서 작게 투덜거렸다. 한 손에 가방을 들어야 했기 때문에 꽤나 아슬아슬한 모양세가 되었지만 집까지 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았다.
“충분히 어리다고 생각합니다.”
대성의 투덜거림을 들은 루루가 볼멘 목소리로 말했다. 대성은 금방 그 말을 받아친다.
“어이쿠, 기저귀라도 채워줄까?”
“치잇. 숙녀에게 실례잖아!”
“숙녀라고 불리기엔 10년은 이른 것 같은데?”
티격태격.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남매의 모습을 하고 평범한 시간을 보낸다. 이 시간은 언제까지나 깨어지지 않고 계속될 것만 같다. 하지만 꺼져가는 소녀의 숨결 너머로 그 끝이 조금씩 보인다. 깨어지지 말아야 할 것이 깨어지려 한다. 대성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문다. 웃어야 한다. 웃자. 그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린다. 부디 시간이 지금 이 순간에 멈추도록. 아니, 다만 이 시간이 조금이라도 길어지길 기도하며, 웃자. 웃어야 한다.
“저기, 있잖아. 오빠.”
루루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대성은 대답 대신 고개를 살짝 돌려 루루와 눈을 맞추었다. 루루의 눈동자 안에서 불안과 망설임이 흔들리고 있다. 루루는 꿀꺽 마른침을 한 번 삼킨 뒤 목구멍 안에 꾹꾹 눌러두었던 말을 꺼내었다.
“오빠는…, 오빤 내가 죽으면 어떨 것 같아?”
갑작스러운 물음. 대성은 루루의 슬픈 물음에 잠시 표정이 굳었지만 이내 평소의 부드러운 표정을 되찾았다.
“슬프겠지.”
대성이 대답을 내어놓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내게 루루는 그냥 아는 사람, 길거리에서 스쳐 지나는 단순한 타인이 아닌 걸.”
그는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고, 높지도 낮지도 않은 차분한 목소리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저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책을 읽고, 노래를 부르는 일들뿐이었지만 나는 루루와 보낸 시간이 참 소중해. 예쁜 추억을 계속 만들어 가고 싶어. 네가 내 곁을 떠난다는 것은…”
대성은 여기에서 잠시 망설였다.
“이 소중한 시간의 끝을 의미해. 그건 참 슬픈 일 일거야. 어쩌면 펑펑 울지도 몰라.”
루루는 숨소리를 죽이고 가만히 대성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머리를 조심스레 등에 기대어 보았다. 따뜻하다. 루루는 그 따뜻함에 몸을 맡겼다. 대선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루루는 너는 내게 소중한 사람이야. 가족 같다고 할까? 그래, 아주 귀여운 여동생이야. 그래서 네가 내서 떠나야 한다는 일이 슬퍼.”
“다행이다.”
루루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말하기 전의 불안과 망설임이 안도와 따뜻함으로 바뀌었다.
“참, 우리 과에 집이 서점을 하는 애가 있는 데, 오늘 갑자기 책을 잔뜩 들고 와서는…”
대성은 우울한 화재에서 벗어나고자 재빨리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그의 말은 루루의 귓가를 맴돌며 웅웅 울렸다. 어쩐지 졸려. 루루는 그렇게 생각했다. 다음 순간 대성의 목을 휘감은 루루의 팔에서 힘이 빠졌다.
“루루?”
대성의 물음에 어떤 대답도 돌아오지 않는다. 그의 귓가에 들려오는 것은 루루의 작고 희미한 숨소리뿐이었다. 순간, 대성의 마음속에 쿵, 하고 묵직한 무언가가 떨어졌다. 그의 머릿속에 온갖 불길한 상념들이 스쳐지나갔고 어느 틈엔가 음울한 과거의 그림자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옛날, 오래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뒷덜미가 서늘해졌다. 대성은 달렸다. 소녀의 생명이 다 하지 않기를 기도했다. 조금만 더 행복한 시간이 이어지길 기도했다. 그의 기도는 계속되었고, 계속 달렸다. 하나 둘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한 골목길에 급하고 무거운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동생을 생각했다.
그 아이도 루루만큼이나 허약하고 잔병이 많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에는 정도가 더 심해져서 단 하루도 건강했던 날이 없었다. 그나마 복지 지구에 있었기에 약 걱정, 끼니 거적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거의 밖의 사람이 되어버린 지금도 내가 복지지구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지 않는 것은 이런 까닭이었다.
동생은 어리광이 많았다. 나에게 업혀보아야 땅에 발끝이 질질 끌린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늘 업어달라고 보채었다. 평상시에는 내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으려고 들어서 화장실까지 데리고 다녀야 했다. 나도 부모님처럼 갑자기 사라져 버릴까 불안했던 걸까.
동생이 처음 쓰러졌던 날은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그 때 동생은 내게 업혀 언제나처럼 쉴 새 없이 재잘거리고 있었다. 조금 귀찮기는 했지만 아프다고 징징거리거나 거센 기침을 토하며 괴로워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모든 일은 갑자기 일어났다. 동생이 돌연 발작을 일으켰다. 동생은 가슴 언저리를 움켜쥐며 희미한 목소리로 신음했다. 나는 너무 놀라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고 병원 사람들이 몰려와 동생을 데려갔다. 사이렌 소리가 희미해 질 때까지 나는 동생을 눕히려 했던 이부자리 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동생을 담담했던 의사는 나와 선생님(당시 우리 오누이의 보호자였던 복지지구 내의 아동보호 시설의 사람. 시설에서 살아가는 모든 아이들이 선생님이라고 불렀다.)을 불러놓고 뭔가 어려운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았다. 동생의 병에 대한 설명이었을 것으로 여겨지지만 내가 기억하는 것은 살 수 없다는 말 뿐이다.
얼마 안 있어 내게 종이 한 장이 건네졌다. 동생을 안락사 시키는 것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서류였다. 동생은 앞으로 더 많이 아플 거라고 선생님은 말했다. 살 수 있는 희망이 없다면 편히 눈감을 수 있게 해 주자고 말했다. 나는 서류에 서툰 글씨로 내 이름을 써 넣고 지장을 찍으면서 동생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은 이 것뿐이라고 자신을 달래었다. 지장을 찍고 나서 나는 몇 시간 동안이나 펑펑 울었다.
단 한 발의 주사, 그것으로 동생은 잠들었다. 죽음이라는 것을 엄마, 아빠 곁으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하자 동생은 뛸 듯이 기뻐했다. 이후 동생은 한 줌의 재가 되어 납골당으로 옮겨졌다. 당시의 나는 모두 잘된 일이라고 스스로를 납득시켰지만 되돌아보면 후회가 남는 것이 사실이다. 살릴 수는 없었을 까? 예쁜 숙녀로 자라 웃으면서 살아가게 해 줄 수 없었을까?
루루와 가까워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옆집에 사는 소녀가 병약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여동생을 떠올렸다. 동생이 되살아 돌아온 것이라 생각했기에 루루에게 친절해 질 수밖에 없었다. 루루가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았을 때 나는 그 옛날 동생에게 해 주지 못했던 모든 것을 루루에게 해 주리라 마음먹었다. 그 것으로 동생에게 아무것도 해 주지 못했던 일에 대한 죄책감을 씻으려 했다. 지독한 위선이었다.
루루는 준비되어 있던 상비약을 먹고 잠들었다. 한결 편안해진 표정이다. 다행이야. 라는 말을 나는 몇 번이고 되뇌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루루는 내게 있어 동생 대신이 아니라 루루라는 소녀가 되어 있었다. 루루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한 층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보고 느낄 때마다 가슴 한 구석이 아팠다. 그 아픔은 다만 루루에게서 동생의 모습을 보아서만은 아니었다.
잠들어 있는 얼굴 위로 흐릿한 여동생의 실루엣이 떠오른다. 새삼스레 옛 상처가 터져버린다. 살리고 싶었다. 어떻게든 살리고 싶었다. 나는 그 아이를 살리고 싶었다. 나는 무력했던 과거의 나를 향해 매서운 채찍질을 한다.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비릿하고 쇠 맛이 났다. 피가 난 모양이지. 여동생은 죽었다. 과거다. 내가 지켜야 할 아이는 루루다. 이 아이의 웃음만은 어떻게든. 그 옛날에도 지금처럼 생각할 수 있었더라면. 문뜩 이런 생각이 스치자 눈가가 젖어간다. 동생이 재로 변했던 그 날 이후 가슴 속에 꾹꾹 눌러두었던 눈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강해져야, 강해져서 루루를 지탱해 주어야 하는 데, 루루의 얼굴과 여동생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수차례 엇갈리고 나는 약해진다.
무언가 따뜻한 것이 눈가에 닿았다. 눈물로 시야가 흐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 아! 나는 낮은 탄성을 터트렸다.
그 따뜻한 것은 사람의 손이었다.
루루는 천천히 눈을 떴다. 익숙한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루루는 고개를 움직여 주변을 돌아보았다. 침대 곁에 대성이 앉아 있었다. 루루는 그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묘하게 안심이 되었다. 대성은 고개를 아래로 떨구고 있었다. 루루는 대성을 빤히 쳐다보았다. 자는 걸까? 순간 그렇게 생각했지만 조금씩 들썩이고 있는 그의 어깨가 루루의 눈에 들어왔다. 작은 흐느낌도 들렸다.
루루는 자신의 작은 손을 들어올려 대성의 얼굴로 옮겼다. 닿을 듯, 닿지 않을 듯 허공에 몇 번 헛손질을 한 끝에 루루의 손이 그의 얼굴에 닿았다. 눈물투성이였다. 나 때문일까? 루루는 천천히 대성의 눈물을 훔쳐내며 생각했다. 엄마도, 아빠도, 그리고 대성이 오빠도 나 때문에 운다. 루루는 가슴 한 구석이 아려오는 것을 느꼈다. 그 것은 고맙고 미안함이었다.
“애도 아니고.”
루루가 대성의 눈물을 닦으면서 중얼거렸다. 대성은 고개를 들어 루루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눈가가 퉁퉁 부어서 보기 흉했다. 대성이 격해진 숨을 가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어른이라도 울고 싶을 땐 우는 거야.”
“이젠 다시 울지 마.”
루루가 명령조로 말했다. ‘누가 우는걸 보고 있으면 나도 울고 싶어지니까.’라는 뒷말은 삼켰다. 대성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응’이라고 대답했다.
“흉한 모습 보여 버렸네, 헤헷.”
대성이 멋쩍은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루루는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뭐 난다던데….’라고 중얼거리면서 작은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나는 말이야…”
말을 꺼내는 루루의 표정은 평소와 달리 조금 굳어있었다. 그 까맣고 또렷한 눈동자에는 진지함이 서려있었다. 대성은 미소를 거두고 진지한 얼굴로 소녀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오래 전에는 살아 있다는 사실을 너무 싫어했어.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이 늘 아픈 일뿐이라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차라리 이대로 죽어버렸으면 하고 생각하는 일이 많았어. 어느 날, 아주 가끔 몸 상태가 좋아지는 그런 날이었어. 하늘은 파랗고, 드문드문 떠가는 구름은 하얗고, 바람은 부드럽고, 햇볕은 따뜻했었지. 그 날 나는 동네에 골목길이 몇 개나 어떻게 나 있는지 보았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았고, 참 많은 집들을 보았어. 참나무가 있는 자리에 처음 갔던 것도 그 날이야. 그 곳에서의 노을은 언제나 예쁘지만 그 날 보았던 게 가장 예뻤던 것 같아. 내가 살아있구나. 하늘 아래, 구름 아래, 햇님 아래, 골목길 몇 개 지나서 여러 집들의 틈바구니 속 한 집에서, 살아 숨쉬는 사람들 틈에서 나도 똑같이 숨쉬고 살아있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 그 뒤로도 내게 있어 살아가는 일은 아픈 일이었지만 살아가는 일이 싫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 아픈 건 얼마든지 이겨내어 줄 테니까 살아서 다시 한 번 세상 속에서 숨쉬어 보고 싶다고 생각했으니까.”
루루는 여기까지 말하고 잠시 숨을 돌렸다. 대성은 말없이 루루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루루가 털어놓은 이야기들이 대성의 가슴 속으로 밀려들어와 찌르르 울렸다. 루루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 때부터 약도 끼니도 잘 챙겨먹었어. 그리고 머지않아 꽤 건강해질 수 있었지. 뛰어노는 일까지는 힘들었지만 마음대로 외출하는 일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어. 오빠와 알게 되었던 것도 그 무렵이었을 거야. 나는 부모님이 아닌 다른 누군가와 즐겁게 이야기하고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어. 조금만 더 건강해지면 학교에도 갈 수 있을 거야. 그럼 친구들도 많이 사귈 수 있겠지. 나는 잔뜩 희망에 부풀어 있었어. 얼마 안 있어서 ‘넌 곧 죽게 될 거야.’라는 말을 들어버리게 되었지만. 죽음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어. 이제 아픈 일은 끝이구나. 그렇게 생각하면 되었으니까. 하지만 말이야. 마음 한 구석에서 아직 마음껏 살아보지도 못했는데 이대로 끝인 거야? 라고 누가 소리쳤어. 나는 아직 이 세상을 좀더 오랫동안 두 눈에 담아보고 싶으니까. 오빠와 수다를 나눌 일도, 엄마, 아빠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도 잔뜩 있으니까. 살고 싶다고 소리쳤어. 체념하는 일은 쉬운 일이지만 그 순간이 죽는 때다. 그렇게 믿었어. 내 병은 누구도 고칠 수 없다고 했지만 기적이라는 일에 희망을 걸고 기도했어. 안 되는 일을 떼쓰는 어린애 같은 투정이었는지도 몰라. 알면서도 기도는 계속했어. 그렇게 하면 살 수 있을 것 같아서가 아니라 그렇게 했기 때문에 나는 내게 주어진 작은 시간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어.”
루루의 긴 이야기가 끝났다. 대성의 머릿속에서는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그는 저 작은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해 왔는지, 늘 웃고 있는 얼굴 뒤에 어떤 마음을 감추어왔는지 생각했다. 가슴 한 구석이 저려온다. 대성은 루루에게 무어라 말해야 좋을지 몰라 머뭇거렸다. 루루는 그런 그에게 여느 때와 다름없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말아줘. 그냥 한 번쯤 털어놓고 싶었던 것뿐이니까. 아, 이제 속 시원하다. 들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명랑한 목소리의, 평소의 루루다. 대성의 머리는 마주 웃어주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차라리 펑펑 우는 루루를 보고 있는 편이 낳을 것 같다고 대성은 생각했다. 아픔도 슬픔도 이겨내려는 소녀의 꿋꿋한 미소는 대성의 마음을 시리게 만들었다.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시야가 흐려졌다. 대성은 다시 고개를 아래로 떨군다.
“울지… 말라니까….”
루루가 개미만한 목소리 중얼거렸다. 울음을 터트릴 듯 웃음지은 입가 조금 떨리고 있었다. 루루는 최선을 다해 목구멍까지 밀려올라온 울음을 집어삼켰다. 소녀는 세상을 살아보기로 한 날 이후로 눈물을 아껴왔다. 대성은 루루를 가만히 안아주었다. 루루의 뺨에 눈물투성인 대성의 뺨이 닿았다. 이윽고 루루의 뺨도 젖어가기 시작했다. 오늘만은 울어도 좋을 것 같아. 루루는 그렇게 생각했다.
두 사람은 얼마동안 서로의 온기에 기대어 숨죽여 눈물을 흘렸다.
대성이 오빠가 있어서 다행이야.
줄곧 해 왔던 생각입니다. 시한부 선고를 받았던 날, 오빠는 모든 이야기를 듣고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소처럼 웃어주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사람은 소중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 그 사람을 잃었을 때의 아픔이 두려워 그 사람을 멀리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그 편이 아픔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라지요. 저희 부모님이 꼭 그랬답니다. 엄만 내 얼굴을 보면 눈물을 터트릴까봐 시선을 피해버려요. 아빠는 곁에 오려고 하지도 않으시지요. 화가 나는 일이지만 두 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랍니다. 내가 두 분이었다고 해도 마찬가지였을 테지요. 또 대성이 오빠가 나를 지탱해 주었던 덕분에 두 분을 미워하지 않고 이해할 수 있었답니다. 나는 몇 번이고 되뇝니다. 오빠가 있어서 다행이야. 라고.
한 달 전의 이야기입니다. 대성이 오빠 품에서 오랜만에 마음껏 울 수 있었습니다. 마음이 약해져 버릴 테니까 울면 안 된다고 다짐한 뒤로 울고 싶어져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는데 신기하게도 그 날은 눈물이 나왔습니다. 다 울고 났을 때 오빠를 보기가 조금 부끄러웠지만 가슴 속이 개운해 졌습니다. 눈물을 아끼는 일이 좋은 일은 아니었나 봐요. 대성이 오빠는 눈물 때문에 퉁퉁 부은 굉장히 우스운 얼굴로 미소 지어주었습니다. 오빠가 있어서 다행이야. 나는 또 그렇게 중얼거렸습니다.
일주일 전, 대성이 오빠가 부모님과 크게 싸웠습니다. 부모님은 나를 안락사 시키려고 하셨던 모양인데 오빠가 서류를 찢어버리면서까지 말렸다고 합니다. ‘남의 일에 지나치게 참견하는 거 아닌가!’, ‘스스로 숨을 다할 때까지 살아가려고 하는 아이의 목숨을 강제로 끝내는 일은 옳지 않습니다!’ 아빠와 오빠의 목소리가 내 방까지 쩌렁쩌렁 울려 퍼졌습니다. 오빠가 있어서 다행이야. 언제나처럼 중얼거렸습니다.
어제는 대성이 오빠와 함께 복지지구 ‘밖’에 다녀왔습니다. 오빠가 다니는 학교는 나무가 아주 많은 예쁜 곳이었습니다. 다들 책가방을 짊어지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어요. 시내라는 곳은 늘 멀리서만 보았던 높은 건물들이 많았습니다. 간판이라는 건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각양각색이었지요. 무엇보다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오빠의 손을 꼭 잡고 있지 않았다면 그 사람들에게 떠밀려 미아가 되었을지도 몰라요.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습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조금 더 길었다면 나도 오빠처럼 대학생이 되어 밖으로 나가보고 싶다고. 좀더 넓은 세상을 살아보고 싶다고.
아픔이 온 몸을 조여 오기 시작합니다. 신음 소리를 내는 것도 힘들어집니다. 이건 신호에요. 하늘나라의 왕자님이 나를 데려가겠다는 신호. 이제 아픈 건지, 어떤지 잘 모르겠네요. 그냥 몸이 무거워요. 졸려. 눈꺼풀의 무게를 더 이상 지탱할 자신이 없네요. 이제 그만 잘래요. 눈을 뜨면 하늘나라의 왕자님이 기다리고 있겠지요? 그 때 왕자님에게 이렇게 말할래요. 이 세상에서 좋은 꿈꾸고 왔다고.
루루는 이제 정말 잘게요. 안녕.
루루는 발작을 일으키고 30분여 만에 숨을 거두었다. 루루의 부모님은 소녀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했다. 루루는 신음하는 동안 계속 무언가를 웅얼거렸지만 알아들을 수 없었다. 고통 속에서 죽었다면 역시 안락사 시키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누군가 그렇게 묻는다면 나는 단호히 고개를 가로 저을 것이다. 마지막 순간 루루는 웃고 있었으니까. 루루의 시신은 화장되어 북한강에 뿌려졌다. 나는 그 중 일부를 가져와 루루가 늘 서 있던 참나무 아래에 묻었다.
루루의 죽음으로부터 10년, 세상은 많이 변했다. 내가 졸업할 무렵 복지지구에서 또 한 명의 대학생이 나오더니 지금은 복지지구 출신의 대학생이 굉장히 많아졌다. 덕분에 밖과 복지지구의 벽이 굉장히 낮아졌다. 복지지구의 교육열은 밖에 못지않을 정도로 달아올랐다. 복지지구는 점점 변해갔고 예전에는 밖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던 활기가 복지지구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3년 전 제11차 헌법 개정에서 복지지구의 주민들은 모든 기본권을 되찾았다. 복지지구는 무능력한 인간을 사육하는 곳이 아니라 ‘밖’의 경쟁에 지친 자들이 쉬어가는 곳이 되었다. 이 때 쯤 사회 전체에 경쟁에 대한 회의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오랫동안 잊혀졌던 ‘나눔’과 ‘공존’이라는 말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겨우 모든 것이 바른 자리를 찾았다.
나는 종종 루루를 떠올린다. 한없이 약해져 있던 나를 어루만져 주었던 작은 손을, 그 따스함을 떠올린다. 그 것은 내가 어떤 일을 포기하고 주저앉으려 할 때마다 나를 지탱해 주었다. 죽는 순간까지 세상을 살아가는 일을 포기하지 않은 소녀의 마음은 내 가슴 속에서 계속 살고 있다. 의대를 막 졸업했을 때, 나는 내가 가진 루루의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삶을 체념해 버린 사람들에게 살아간다는 일에 대한 따뜻한 열망을 전하고 싶었다.
정식 의사가 되었을 때, 나는 복지지구로 돌아왔다.
대성은 참나무 아래에서 크게 기지개를 폈다. 그는 그 날 하루의 진료를 끝마치면 루루가 잠든 이 곳에 온다. 주홍빛 노을을 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한다. 화민이는 의대 지망이라고 했었지. 자기 전에 옛날에 보던 참고서를 찾아봐야겠다. 은진이가 드디어 약을 토하지 않았다지. 건강해지면 놀이동산에 데려가자. 박 씨 할아버지께 안마해 드리기로 한 날이 오늘이었던가?
복지지구의 주민의 대부분은 살아가는 일을 체념한 사람들이다. 대성은 그들 틈에 비집고 들어와 그들이 다시 한 번 살아가려 할 수 있도록 발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니며 살고 있다. 그 것은 그의 가슴 속에 있는 루루의 마음이 살아가도록 하는 일이기도 했다.
대성은 참나무 기둥에 기대러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노을 진 하늘에 조금 일찍 나온 하얀 달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 쯤 루루는 저 달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까? 대성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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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 입니다.
저를 기억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우선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라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신미록 파트3를 쓰다가 흐지부지 사라져 버렸었죠. --;;
나름대로 파트2에서 어느 정도 결말은 내었습니다만
눈치 빠르신 분들은 아마 아시고 계시겠죠.
진짜 중요한 이야기는 하나도 안 썼다는 걸... 파트3 어떻게든 끝맺어야 했습니다. ㅜㅜ
올해는... 고3이군요.
일년만에 돌아온 지금, 고3이라니... 쳇.
오늘 올리는 단편은...
한신이라고 하면 판타지를 떠올리실, 한빈주술록이나 신미록만 썼으니, 분들에게
저는 이런 글도 써요. 라고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한신이라는 이름이 낯설은, 아마도 대부분이겠죠, 분들에게는 그저 읽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올립니다.
스스로 평가하기에 단점은 루루의 대사가 지나치게 길다는 것.
독백으로 넘겨버릴려다가 대성이 들어야만 했기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현재에 계획은 공부를 하면서 틈틈이 글을 조금씩 쓴다는 것.
가능하다면 노트에 겨우 1장만 써 놓은 한빈주술록 리메이크를 연재해 보는 것.
절대 고3이 할 짓은 아닙니다만... 최근 너무 글이 쓰고 싶어서 진지하게 고려 중입니다.
뭐, 이렇게 말해 놓고도 이 글 올리고 사라지면 또 언제 찾아오게 될지 모르겠네요.
교주님, 지처님, 마늘님... 그 외 여러분들 모두 잘 지내시기를.
(닉네임 기억 안 나는 분들도 꽤 되는 군요. 죄송합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첫댓글 클클, 오랫만이군요. 3년 만인가…? 저를 기억하시려나,
오랜만에뵈요.고3이라니.고생문이활짝이네요.항상행복하시길바래요.그리고좋은소식도함께들려오길.좋은글잘읽었습니다.
아아...오랜만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자그마한 기쁨 한조각만 남기고 갑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