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그저께)
절친이 해외 주재원으로 파견나가게 되어, 절친+본인+A(친구) 셋이서 환송기념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뭐 다들 술도 마시지 않는 사람들이라 가볍게 저녁식사 후 헤어졌죠.
D-day(어제)
어제 오후 5시경,,,가벼운 퇴근모드 마인드로 화장실에서 편안히 응아를 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갑자기 카톡이 지이잉.
A입니다.
"내가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서 접촉했대. 지금 보건소에 검사받으러 가는 중이야. 혹시 모르니까 너도 조심해."
순간 머리속이 하얘지면서 전날 저녁 이후의 모든 행동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집에 도착해서 아이들에게 뽀뽀를 하고, 껴안고....
당장 이날 아침에도 아이들에게 뽀뽀하고 나오고........
다행히 회사에서는 모두 항상 마스크를 끼고 있고, 자리들도 멀리 떨어져서 접촉을 거의 안했지만....
검사결과를 다음날 나온댑니다.
일단 와이프에게 전화하고 오늘 난 못들어간다. 검사결과 듣고 다시 연락할게.
회사에는 다음날 휴가를 냅니다.
그리고 편의점에서 비상식량(과자와 음료)를 사서 차에서 처박혔습니다.
D+1(오늘)
12시경,,,,
"음성이래" 라는 카톡이 옵니다.
어제 저녁 내내 뭔가 머리도 아프고, 목도 아픈것 같고. 컨디션이 영 안좋았는데. 갑자기 힘이 납니다. 말짱한 느낌.
아이들한테 뽀뽀한 게 어제 밤부터 내내 후회되면서 괴로웠는데, 오늘 가서 또 뽀뽀해 주고 싶단 생각뿐입니다.
느낀점
1. 어지간히 모든 생활을 차단하지 않는 이상, 복불복인 상황이 많다.
- A는 거의 집-직장만 하는 사람입니다. 가족이 몸이 안좋아 간병을 겸하고 있기때문이죠. 거의 바깥생활을 안해요.
알고 봤더니 일주일전 일때문에 제주를 갔는데 그때 확진자와 같은 비행기를 탔던 겁니다. 다행히 밀접접촉은 안한거죠.
- 이번에 겪고 봤더니, 사실상 확진자의 역학조사를 통해 동선이 겹쳐 보건소에서 본인에게 전화가 오기 전까지
본인도 전혀 예상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심지어는 나 자신까지 아예 외부활동을 차단하지 않는 이상
언제 어떻게 동선이 겹쳐 연락이 올지 모른다는 것이죠.
아무리 개인이 조심한다고 해도 불확실성이 엄청납니다.
2. 마스크를 벗을 수 밖에 없는 곳은 가지 말자.
- 솔직히 아예 집에 처박혀 있기는 쉽지 않습니다. 보통 사람많은 곳은 가지 말자고 하죠. 근데 사람 많지 않은 곳은 없습니다.
그런데를 안가려면 그냥 안나가야되요. 이래저래 모든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어제 오늘 곰곰히 고민을 해봤습니다.
마스크를 벗을 수 밖에 없는 곳은 가지 말자.
이러면 밀접접촉을 할 수 밖에 없고, 어차피 1번의 복불복의 상황에서 감염 위험성을 높이게 되더라고요.
- 그런 곳이 어딘가 생각을 해보니....식당(특히 룸이 없는..), 목욕탕, 카페(뭐 지금은 테이크아웃밖에 안되지만.), 회사 정도더군요.
전 앞으로 식당을 안갈생각입니다. 도시락을 싸고 다니려고요. 아니면 배달로 최대한 비대면을....
목욕탕은 원래 안갔고, 카페도 테이크 아웃만 하렵니다.
문제는 회사에요. 회사에서도 직원들과 다같이 마스크 잘쓰고 있자고 한번 더 공유했습니다.
잠깐 뭐 마실때 정도만 살짝 마시고 다시 쓰고 하자고요.
그 전에도 직원들중에는 도시락 싸는 직원이 꽤 많았어요.
직원들끼리 순번 정해서 붙어 먹지 말고 멀찍이 떨어져서 휴게실에서 먹고, 다먹은 후에는 무조건 창문 열고 나오기로 규칙을 정했어요.
앞조가 식사하면 10분후 뒷조가 들어가고요.
- 아 추가로, 자가용을 탈 때도, 그게 내차든 남의 차든, 가족이 아닌 사람과 탈때는 무조건 마스크를 벗지 않아야 합니다.
그게 서로를 위한 예의이기도 한 것 같고, 사실 D-1때 저녁 식사 후 A를 제가 차로 집에 데려다줬거든요.
둘다 마스크는 쓰고 있었는데, 만약 A가 밀접접촉자였고, 그때 차에서 둘다 마스크 벗고 밀접접촉했더라면.....상상도 하기 싫습니다.
3. 빌어먹을 농구인생.
- 솔직히 농구가 너무 하고 싶습니다. 공원나가서 공이라도 던져 보고 싶어요.
전 게임하는건 관심 별로 없거든요. 그냥 공좀 던지는 것만으로 만족해요.
그래서 사람 많이 모이는 곳은 가지도 않고 한산한 곳 가서 슛만 좀 던지다 오는데.......
이번 일은 겪고 나서는 그것만으로도 부족할 것 같더라고요. 무.조.건 운동중이든 휴식이든, 마스크를 벗지 않기로요.
음료수 안마시고 말렵니다. 집에 와서 물 마시거나 차에서 마시죠 뭐. 그리고 그냥 왠만하면 농구도 안할랍니다.
여러분, 에이 설마하다가 걸리겠더라고요. 문제는 누구 탓도 못합니다. 왜냐면 우리 모두가 다 복불복이거든요.
그냥 마스크를 벗는 환경은 "집"뿐이다 라는 생각으로 살아야 할 것 같아요.
조금만 힘내고 버티시죠. 전 백신과 치료제에 희망을 걸고 살아볼랍니다.ㅜㅜ
첫댓글 솔직히 회사다니고 출퇴근하는데 어쩔수없어요
복불복이라는 의견 공감합니다ㅠㅠ 의심증상만 나와도 온갖 생각이 들어요
저도 애기가 있어서요.. 일체 약속 안잡고 집회사집회사 중이고요. 회사에서 아웃사이더로 지내고 있습니다. 자리에서 혼자서 편의점 도시락 사다 먹다가.. 너무 질려서;; 모든 종류편의점 도시락 다먹었네요.. 결국 식당 다니긴 하는데, 철저히 혼자 앉을수 있는곳만 다녀요. 사무실 정수기도 안쓰려고 생수 가지고 다니고요. 마스크도 9시간 내내 거의 쓰고있네요
몇 년 뒤... 이 글을 보며.. 와 이때 이랬었구나 하며 허허 하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저도 수능감독하며 너무 무서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