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부천 사는 친구에게 가기 전에 늘 출근을 하면서 보았던 소래산을 들렀다 가려고 등산복 차림으로 나섰습니다. 소래산은 제2경인국도 쪽에서 보면 거의 정삼각형을 이루고 있는 아담한 산입니다. 해발 약 300m 정도의 높이입니다. 그냥 동네 뒷산이라해도 그리 틀리지 않는 산이지요. 그런데 늘 지나다니면서 보기만 했지 정작 올라가 보지를 못해서 언제 한번 올라가 보리라고 마음만 먹었지 정작 올라가 보질 못했습니다. 이유야 명산이 아닌 것이 첫째 이유였겠죠. 하수 같으니라구..... 그러나 사는 게 다 그렇더군요. 아마 소래 산이 설악산이니 지리산이니 하는 산이었다면 아마 진작에 가보았겠지요. 그래도 전 아무리 얕은 산이고 볼품 없는 산이라도 쉽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산은 아무리 야산이라고 해도 거긴 엄연히 자연이 존재하니까요. 사람이 사는 도시나 몇가구 살지 않는 촌락이라도 사람의 손이 타면 편리성이 가미되죠. 그런데 산은 사람들이 편리성을 가미했어도 자연의 숨결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어떤 돌발변수가 일어날지 알수 없는 곳이 산입니다. 더구나 저 같이 나이가 50대면 조심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요.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그나마 홀로 산행을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25ml짜리 배낭에 더운물과 봉지커피, 그리고 구급약통(이건 배낭에 늘 있는 것이지요. 일회용 반창고, 안티프라민, 후시딘 연고, 압박붕대, 진통해열제가 들어있습니다.). 우비, 쵸코렛, 귤 서너개가 들어있습니다. 요새 등산재킷은 너무 좋아서 웬만큼 비나 눈이 오지않으면 굳이 우비를 따로 입지 않아도 되더군요^^ 시흥시 가스안전공사 옆에 있는 내원사란 곳으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곧바로 정상을 올라가는 코스로 들어섰습니다. 조금 가파르더군요. 한 반쯤 올라가니까 숨이 차오르기 시작해요. 역시 산은 산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 그런지 계단을 만들어 놨더군요. 어쩌면 그게 자연보호일 수도 있는 아이러니를 생각했습니다. 중간에 잠간 숨을 고르면서 주위를 내려다보니 음, 경치가 좋더군요. 올려다 볼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는데 막상 올라가며 내려다보니 시흥시며 저 멀리 월곶이며 인천 경기장이며 다 보입니다. 정상에 오르니 한 20분 걸린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올라와 있더군요. 평일인데. 아주머니들이 대부분이고 남자들은 열명 중에 세명 정도? 나야 그렇다지만 저 사람들도 백순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 커피를 한 잔 타 마시며 시흥시가를 내려다 보고 저 멀리 보이는 월곶 쪽, 그리고 인천 대공원과 송도, 영종도 쪽을 보았습니다. 고속도로와 외곽순환도로가 정말 지도처럼 보이더군요. 요만한(건방지게)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세상도 그저 작기만 합니다 그려. 아주머니들이 김밥이며 과일이며 바리바리 싸가지고 와서 벤취에서 먹고 있습니다. 늘 느끼는 겁니다만 산에 온다는 게 뭐 싸가지고 와서 먹는 보람인 듯 해보입니다. ㅋㅋ 내가 그렇게 못하니 흘겨보는 것이겠지요. 커피도 한잔 마셨고 누구랑 노닥거릴 수도 없는 혼자이니 얼른 친구를 만나기위해 일어섰습니다. 친구가 사는 부천 소사동까지 산등성이를 타고 가는 것입니다. 대충 지도로 머리 속에 길을 그려 놓았었지요. 그래도 가면서 만나는 분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면서 길을 물으니 그 쪽도 정중하게 가르쳐 줍니다. 역시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도 곱다는 진리를 되새깁니다. 또 하나, 확실히 여성이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잘 가르쳐 줍니다. 남성들은 그냥 네, 그리로 쭉 가면 되요. 정도지만 여성들은 내려가서 좌측길로 접어들어서 ... 하면서 자세하게 가르쳐 줍니다. 내가 고맙다면서 환하게 웃으니 그쪽에서 껌뻑 죽습니다. 시간이 없군요. 아쉽지만. 그러면서 섭섭한 표정(?)을 짓는 여인네들을 뒤로 하고 잰 걸음으로 걸었습니다. 오솔길이라고 해야 정확할 길을 죽 가다 보니 양쪽에 군부대가 있는지 철조망으로 쳐 놓았더군요. 이런 후방에도 군부대는 있어야 하는 우리나라의 엄연한 현실을 느낍니다. 꽈다당 꽈다당 사격연습하는 소리가 납니다. 근처 어딘가에 사격장이 있나보죠. 저도 한때는 특등사수로 휴가깨나 탔는데 말입니다. 사격. 재미있어요. 못하는 사람은 그 고통스런 기합(이게 일본말이라고 얼차려로 바뀌었다네요. 이건 분명 개념탑재재 입니다.)에 사격이라면 치를 떨겠지만 전 맨날 사격만 했으면 좋을 정도로 사격이 재미있었지요. 물론 점수도 좋았고요. 사단 대회도 나갔을 정도니까 좀 잘하는 편이었죠?
두시간 반 정도 걸려서 친구 집에 도착했습니다. 친구는 조각가 입니다. 별로 알려진 작가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정취를 소재로 뭘 만들어 냅니다. 그런대로 깊이가 있어요. 그래도 절대 좋아보인다는 말 안하죠. ㅋㅋ 야 그거 내가 발로 만들어도 만들겠다. 어째 넌 맨날 밥먹고 만드는 게 그 수준 밖에 안되냐고 핀잖을 주면 빙그레 웃고 맙니다. 그러면서도 내가 가면 반갑게 맞습니다. 그리고는 이번에 만든 거 좀 볼래 하면서 얼른 보여줘야지 하는 마음을 보입니다. 짜식이 그래도 내가 봐야 좋은 모양입니다. 그의 작업실에 들어가 잡동사니가 가득 차 있어서 앉을 자리도 없는 곳에 겨우 비집고 앉아 그가 만든 작품을 흉봅니다. ㅋㅋ 친구의 눈이 반짝반짝 내 입만 바라봅니다. 제가 늘 핀잔을 주어서 그런지 오! 이 번 작품은 맘에 듭니다. 기교를 다 털어내고 질박해 보입니다. 흠, 이제야 우리 조상들의 안목을 좀 닮는 것 같습니다. 제가 늘 그러거든요. 야 제발 우물가의 바가지만큼만 좀 만들어라, 넌 어째 시골 아낙네 만큼도 눈썰미가 없냐 그러거든요. 제가 목마르다 막걸리 좀 가져와라 그랬더니 전화를 합니다. 제수씨에게. 그래서 야 니가 가서 사와 공연히 제수씨께 술 심부름 시키면 나 눈총 받잖냐, 김치하구 막걸리 가져와 그동안 감상하고 있을께. 그랬더니 알았다고 나갑니다. 한 다섯평이나 될까? 그의 작업실엔 옛 고가구 부속들이며 썩은 나무며 만들어놓은 작품이며 가득합니다. 그의 성품을 알 수 있게 순박한 모습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보여준 작품을 지긋이 보고 있자니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짜식이... 작품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얼마나 노심초사를 하면서 만들었겠어요. 그리군 내게 자랑하고 싶어서 안달을 한 겁니다. 와서 보라고. 제가 늘 그러거든요. 우리 조상들이 기교을 부릴지 몰라서 안 부린 게 아냐. 그 기교란 게 얼마나 금방 실증나는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일부러 기교를 안 부리려고 애썼던 거야. 뭘 좀 만들려면 알고 만들어. 장선생아 그러죠. ㅋㅋ 그랬더니 이번 작품은 정말 맘에 드는 겁니다. 지도 나이를 드니 연륜이 깊어지는 거겠죠. 안그러면 그게 사람이 아닌거죠. 사람이 사람답다는 것은 나이를 먹을 수록 순박해져야 하는 거 아닙니까? 갖은 기교 다 떨어버리고 있는 듯 없는 듯 한 모양새로 그저 낡아보이고 볼품없어 보이는 바가지처럼 말입니다. 그래도 그 바가지 없음 물마시기 좀 힘들죠. 그쵸? 요샌 등산로에 있는 약수터에 그 프라스틱 삐죽한 손잡이 있는 바가지가 대세지만요. 그러고 보니 우리네 정취는 다 어디로 갔단 말입니까.... 막걸리와 김치 그가 직접 가마터에서 구운 막사발에 가득 따라서 잔 부딪치기를 했습니다. 내가 소래산에서 걸어 왔다고 하니까 아직 괜찮네 그럽니다. 뭐가 괜찮아 그랬더니 허리가 괜찮다는 겁니다. 그는 디스크 수술을 해서 허리가 많이 부실해요. 안됐죠. 그러면서 여자 없는 술집은 잘 안가려고 합니다. 꼴에. ㅋㅋ 한잔을 쭉 들이키고 김치를 하나 집어 먹었습니다. 그런데 제수씨가 그새 두부를 썰어가지고 옵니다. 공연히 미안하게... 그래서 셋이서 주커니 받거니 서울막걸리 한 다섯통을 마셨나봐요. 흠.. 땀도 흘리고 해서 그런지 술기운이 돕니다. 기분이 나른해지고요. 그래서 정말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라 이번 만든게 너무 맘에 든다고 했더니 너 줄까 그러더군요. 그래서 야 나 돈 없어. 그리구 이건 잘 나뒀다 정말 비싼돈 주고 사겠다는 놈에게 주고 난 비스무리하게 하나 만들어 주면 된다. 고 했죠. 제수씨는 올라가고 그 뒤로도 둘이서 막걸리를 얼마나 많이 마셨는지 오줌누러 가는데 비틀비틀 중심이 안 잡히더라니까요. ㅋㅋ 술은 마시면 취하는군요. 그리고 막걸리에 취하면 잘 깨지 않더군요. 그리고 친구에 취하면 더 잘 안 깨고요. |
출처: 가시나무 한그루 원문보기 글쓴이: gasi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