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글 남깁니다
12/5 토요일 05:00
푹 자고 일어나 농구할 때 사용하는 키네시오 테이프로 아킬레스건, 발목, 무릎, 허벅지 테이핑을 꼼꼼히 하며 오늘은 쥐가 나지 않게 해달라고 주문을 겁니다
농구하러 갈 때보다 더 공들여 테이핑을 했습니다
공항엔 가족단위로 여행가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주말 새벽 비행기 타고 당일치기 또는 1박2일 한라산 가시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백록담 가시는 분들은 늦어도 07시정도 부터는 등산을 시작하기 때문인지 비행기에는 저만 운동 복장 이었습니다
12/5 토요일 08:30
제주공항에 도착하여 공항 편의점에서 생수 500ml 2개, 에너지바 2개, 삼각김밥 3개를 사서 부랴부랴 택시를 탑니다
컵라면도 사려고 했는데 편의점에 정수기가 없어서 포기하고 준비해 온 보온병은 물통으로 사용 했습니다
30분쯤 갔을까 성판악 입구에 도착 합니다(택시비 21,000원)
12/5 토요일 09:30
20분 정도 늦게 출발한 비행기 덕에 09시부터 등산을 시작하려던 계획은 이미 망했습니다
이미 등산을 시작하신 분들의 차로 꽉 찬 주차장에 안내소 직원분의 마이크 음성이 울립니다
'12시까지 진달래밭 대피소를 통과하셔야 정상까지 가실 수 있습니다'
12/5 토요일 09:40
어차피 이 시간에 정상가겠다고 출발하는 사람은 없을듯하여 충분히 몸을 풀고 비장한 마음으로 첫 발을 디딥니다
예전의 실패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천천히 페이스를 유지하며 오릅니다
사실 초입은 오른다 라기 보다는 걷는 느낌 입니다
아래 사진 같은 길을 15분 정도 걷다보면 첫 800m 표시석이 나옵니다
800m 표시석을 지나 20분쯤 걸으면 900m 표시석이 나옵니다
사려니숲길 걷는 것 처럼 무리도 없고 새소리도 들리고 좋습니다
하지만 아직 저는 저 손가락의 위치 입니다
걸어야 할 길이 한참 남았습니다
그렇게 걷다보면 사려니숲길 같은 양쪽에 나무가 우거진 데크길이 나옵니다
이 길이 나오면 곧 속밭 대피소에 도착을 하게 됩니다
출발점으로 부터 1시간쯤 걸어서 속밭 대피소에 도착하여 에너지바를 먹고 다시 출발 합니다
대략 한 시간 정도 더 올라야 진달래밭 대피소 인데 문제는 속밭 대피소를 지나면 경사가 심해집니다
체력 안배 때문에 두 시간 정도 걸리게 오르고 싶었으나 문제는 백록담을 가기 위해선 무조건 한 시간 남짓에 진달래밭 대피소까지 가야하는 거지요
한참을 걸어야 나오던 100m 단위의 표시석 들이 금방금방 나오는게 저만큼 내 체력도 떨어졌겠구나 싶었지만
오늘도 실패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올랐습니다
11:05 1200m 통과, 11:22 1300m 통과, 11:38 1400m 통과
12/5 토요일 11:51
진달래밭 대피소에 도착 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정신없이 삼각김밥을 하나 먹고 11:58 에 진달래밭 대피소 통과 지점을 지나쳐 갑니다
이때도 직원분의 마이크 음성이 울립니다
' 13:30 에 정상에서 하산을 하셔야 합니다 '
네 알겠습니다!! 꼭 다녀오겠습니다!! 파이팅!!
이라고 큰 소리로 대답하고 통과 지점을 통과 했습니다
제가 마지막 통과자 인지 직원분이 나오셔서 저의 뒷모습을 사진 찍으시더라고요
아마 정상에 계신 직원분께 '저 놈이 마지막으로 통과하는 놈이오' 하고 알리려는 거 같았습니다
여기가 진달래밭 대피소 입니다
이번엔 시간이 없어서 삼각김밥만 먹고 바로 지나쳐 가느라 사진을 못찍어 예전에 올랐을 때 찍은 사진 올립니다
이제부터 진짜 등산 시작 이며 실패했던 길의 시작 입니다
* 다음 이야기도 사진과 같이 정리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첫댓글 올 1월에 저도 갔었죠 ㅎㅎ
하산할때 오른쪽 무릎 인대가 나가서 죽는줄.. 저도 오버페이스가 문제였어요.. 700미터 이상 높이는 한라산이 처음이었어요
개인적으로 산을좀타시면 관음사코스 추천합니다
@라쇼는어디에 관음사가 풍경이 좋다는데 험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 제 체력으로는 도전하기가 겁나네요
@라쇼는어디에 관음사로 오르시고 성판악으로내려오는게
경치보긴제일좋습니다
저도 눈덮인 한라산을 진달래밭대피소까지가고 그 이후에서 너무 미끄러워서 민폐가되어 포기했었습니다.ㅠㅠ. 겨울산을 너무 만만하게 봤었죠. 스틱도없고 스파이크도 너무 허접한거로해서. 저도 진달래대피소가 실패의 아픔?!을준 곳이라 뭔가 같은 아픔을 가지신분이라 왠지 동질감이 들었습니다 ㅎㅎ
생각보다 진달래대피소에서 정상을 못가시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구요 유튜브에는 다들 너무 쉽게 올라가던데 저만 이상한 줄 알았어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정말 길긴 길더라구요 걸어도 걸어도 도착지점이 안나와서 시계를 계속 보면서 겨우 다녀왔어요 덕분에 다리가 아직도 좀 땡깁니다
썸네일만 보고 발목 다쳐서 피나신줄...
폰으로 보니 사진이 그렇게 떠서 저도 놀랐네요 대표사진 지정이 되던데 수정해야겠어요
저도 몇년전에 같은 코스 눈내리는 날 갔었는데 죽을똥 살똥 올라간 정상에서 쓰레빠 신고 올라온 고딩들 보면서 현타 왔었죠 ㅋㅋ
이번에도 컨버스 부터 단화 신고 올라오신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그 분들 발바닥은 괜찮을지 내내 궁금했어요
먼가 비장하고 긴박하네요ㅎㅎ 쫄깃하게 읽었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