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장
큰 명절을 바로 앞두고 서는 장을 대목장이라고 한다. 여기서 대목이란 순우리말로 설이나 추석 따위의 명절을 앞두고 경기가 가장 활발한 시기를 이른다. 설 대목장에서 설 쇠고 나면 정월대보름이 오기까지 사실상 철시나 마찬가지다. 추석 이후에도 그렇다. 요즘은 명절이라도 백화점이나 대형할인매장 이용이 대세라 재래시장이나 오일장 경기는 옛날보다 활기를 잃은 지 오래다.
내가 사는 생활권에서 설을 앞둔 대목장은 경화장으로 어제였다. 3일과 8일에 서는 경화장은 경화동 주택지 도로에 일자형 남북으로 길게 선다. 진해 중앙시장은 상설시장이나 경화장은 닷새만이 돌아오는 5일장으로 창원이나 마산에서 볼 수 없는 대형 장터다. 나는 겨울이면 경화장을 한두 번 찾았으나 올해는 가보질 못했다. 거기 갈 때는 안민고개를 걸어서 넘어 장터로 향했다.
주말에만 서는 독특한 장터도 봤다. 마산역 광장으로 오르는 북쪽 보도에는 토요일과 일요일은 새벽부터 아침나절까지 지역에서 나오는 채소나 과일을 파는 장이 선다. 손으로 빚은 두부나 도토리묵이 나오고, ‘송기떡’이라고 솔가지 껍질을 넣은 향이 나는 떡도 팔았다. 깊은 산중에서 채집했을 버섯이나 칡뿌리도 팔았다. 누군가 집안에 생활의 때가 묻은 골동품이 진열되기도 했다.
마산 댓거리 사는 초등 친구가 전해온 정보는 그곳은 매주 일요일 새벽부터 아침나절에 큰 장이 선다고 했다. 지난주 일요일 아침 장터에 움집한 상인과 손님이 바글바글한 모습의 사진을 보내왔더랬다. 집에서 그곳까지는 이동에 시간이 제법 걸려 몇 시까지 장이 서느냐고 물었더니 오전 10시 무렵이면 끝난다고 했다. 다음에 언제 틈을 내 댓거리 일요장터 구경을 한 번 가보련다.
내가 사는 아파트단지에 따린 상가에는 농협 마트가 있다. 웬만한 생필품은 모두 갖추어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자주 이용한다. 채소나 과일은 기본이고 정육이나 생선 코너에도 주부만이 아닌 중년 사내나 할아버지가 서 있는 모습도 봤다. 나는 손님들이 많은 오후 네댓 시를 피해 매장을 찾아 느긋하게 장을 봐가기도 했다. 쌀과 같이 무게가 나가는 상품은 집으로 배달도 해주었다.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은 농협의 고유 업무는 금융이지만 유통 판매 영역도 만만하지 않다. 내가 사는 도심 아파트단지에도 농협은 은행 창구보다 마트 매장 수익을 더 많이 올리지 싶다. 농협 마트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실내 매장과 별도로 옥외에다 수요일과 토요일이면 채소와 과일을 파는 알뜰장터를 운영했다. 이 장터는 다른 곳의 5일장에 버금갈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찾았다.
주말에서 설 연휴로 이어지는 일월 다섯째 토요일이다. 앞서 언급한 내가 사는 아파트단지 상가 농협 마트 옥외에 알뜰장이 서는 날이었다. 설을 코앞에 둔 주말이라 과일이나 채소가 가득 진열될 테고 손님들도 붐비지 싶었다. 우리 집에서도 몇 가지 필요한 것이 있어 장을 보러 나갔다. 먼저 농협 마트 매장 안에서 마련할 두부와 계란을 비롯한 생필품을 사서 알뜰장터를 둘러봤다.
종량제 봉투에 농협 마트에서 시장을 본 물건들을 담아 바깥의 알뜰 장터로 갔다. 설 앞둔 대목장답게 손님들로 붐볐다. 농협 마트로 통하는 물품 운반 통로에는 채소와 과일들이 그득하게 진열되어 손님들이 몰려왔다. 우리 집에서는 미리 시장을 봐두어 그다지 살 것이 적었다. 시금치나 도라지는 준비되어 있고 과일도 마찬가지였다. 대파와 풋고추가 없다기에 두 가지를 사 보탰다.
농협 마트와 알뜰장터의 시장을 봐 놓고 나만의 산책을 즐길 시간을 확보했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창원천 천변 산책로에서 반송공원 북사면 숲으로 들었다. 도심에서 호젓한 흙바닥을 수 있는 반송공원이다. 북향 비탈에 심어둔 편백나무는 숲이 우거져 삼림욕장으로 꾸며졌다. 숲길을 걸어 야트막한 정상에 올라 남향 비탈로 내려 건너편 아파트 상가 주점에서 친구와 마주 앉았다. 22.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