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교리상식] (51) 제4계명 - 부모에게 효도하라
십계명의 제1계명부터 제3계명까지가 하느님 사랑에 관한 계명이라면, 제4계명부터는 이웃 사랑에 관한 계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모에게 효도하라'는 넷째 계명은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뿐 아니라 조부모와 집안 어른들에 대한 관계, 스승과 제자들의 관계,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관계, 위정자와 국민의 관계에까지 미칩니다. 「가톨릭교회교리서」를 따라 제4계명을 살펴봅니다.
가정 구성원들의 의무
교회는 "하느님의 부성(父性)이 인간이 지닌 모든 부성의 근원"(가톨릭교회교리서 2214항)이라고 가르칩니다. 하느님의 이 부성이 부모를 존경해야 하는 근거가 되는 것입니다.
부모 공경은 생명의 선물로써 자녀를 세상에 낳고 사랑과 수고로써 나이와 지혜와 은총이 자랄 수 있게 해준 데 대해 감사를 드리는 것으로, 이는 부모에 대한 참다운 공손과 순종으로 드러납니다. 부모 공경은 또한 연로한 부모에 대한 장성한 자녀의 책임을 일깨울 뿐 아니라 가정 분위기를 화목하게 해줍니다.
신자들은 신앙 선물을 받게 해준 이들에게도 특별히 감사를 드려야 합니다. 그들은 부모나 가족일 수도 있고, 교리교사, 대부모, 친구나 그 밖의 다른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제4계명은 자녀에 대한 부모의 의무도 함께 일깨웁니다. 부모는 무엇보다도 자녀를 소유물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녀로 봐야 하고, 인격을 갖춘 인간으로서 존중해 줘야 합니다. 자녀 윤리 교육과 영적 양육에도 책임을 져야 하며, 자녀들에게 첫 신앙선포자가 돼야 합니다. 자녀 신앙교육은 어릴 때부터 시작돼야 합니다.
자녀 교육 일차 책임자로서 부모는 또한 자녀들을 위해 그들의 신념과 일치하는 학교를 선택해 줄 권리가 있습니다. 공권력은 부모의 이런 권리를 보장해 주고 이 권리 행사를 위한 실질적 조건을 확보해 줄 의무가 있습니다.
부모는 나아가 자녀들이 하느님의 특별한 부르심 곧 사제성소나 수도성소에 응답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가정에서 가족 구성원들은 마음을 상하게 했던 일이나 다툰 것, 성실하지 못했던 것들을 서로 너그러운 마음으로 끊임없이 용서함으로써 서로 성화(聖化)에 이바지합니다.
공권력과 시민 사회
제4계명은 또한 시민 사회 안에서 공권력 혜택을 받는 사람들과 공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의 의무에 대해서도 밝혀 줍니다.
우선 공권력을 행사하는 이들은 봉사하기 위해 행사해야 합니다. 교회는 "아무도 인간의 존엄성과 자연법에 어긋나는 것을 명령하거나 입법화할 수 없다"(2235항)고 천명합니다. 공권력은 무엇보다도 인간 기본권을 존중해야 합니다 ."모든 사람들의 권리, 특히 가정과 불행한 사람들의 권리를 존중하면서 인간적으로 정의가 실현되도록 해야"(2236항) 합니다.
국민은 정당한 공권력 행사에 복종해야 합니다. 아울러 국민은 인격의 존엄성과 공동체의 선익에 해롭다고 여겨지는 것에 대해 올바르게 질책할 권리는 물론 의무까지도 지닙니다. 국민은 진리와 정의의 정신, 연대 의식과 자유 정신으로 공권력과 함께 공동선에 이바지해야 합니다. 납세와 투표권 행사, 국토방위의 의무가 여기에서부터 나옵니다.
그러나 "공권력의 명령이 도덕이나 기본 인권 또는 복음 가르침 등에 어긋날 때, 시민들은 그 명령에 따르지 않을 의무가 있다"(2242항)고 교회는 가르칩니다. 사람에게보다 하느님께 순종하는 것이 더 마땅하기 때문입니다(사도 5,29 참조).
따라서 공권력이 부당하게 억압을 가할 때 국민들은 정당하게 저항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권력의 억압에 대한 저항은 다음의 "다섯 가지 조건이 다 함께 충족되는 경우가 아닌 한" 무기 사용을 정당화하지 못한다고 교회는 가르침입니다. 그 다섯 가지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2243항).
1) 기본권이 확실하고 심각하게 그리고 오랫동안 침해를 받을 때, 2) 다른 수단을 모두 사용하고 난 후에, 3) 더 심한 무질서를 유발할 우려가 없을 때, 4)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일 때, 5)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더 나은 해결책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설 때.
교회와 정치 공동체
"교회는 그 임무와 권한으로 보아 어느 모로도 정치 공동체와 혼동될 수 없으며, 결코 어떠한 정치 체제에도 얽매이지 않는다.…교회는 국민들의 정치적 자유와 책임도 존중하고 증진한다"(2245항) 교회와 정치 공동체의 기본 관계입니다. 교회는 결코 특정 정치집단이나 세력에 편승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교회는 "인간의 기본권과 영혼들의 구원이 요구할 때에" 정치질서에 관한 일에 대해서도 윤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정당합니다. 인간의 기본권과 영혼들의 구원을 위하는 일은 교회의 사명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2246항).
[평화신문, 2009년 3월 1일,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