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량이 부쩍 늘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식사를 할 때나 잠들기 직전에도. 읽고 쓰는 것이 나의 직업이다. 그러니 대단할 일도 아니다. 그러나 ‘많이’ 읽는다는 것은 어찌 되었든 칭찬받을 만한 일이다. 학생이라면 표창장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열독 현상’은 께름칙하다. 조금도 느긋하지 않은 까닭이다. 허기를 채우듯 허겁지겁한 모양이다. 어쩌면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읽기에 집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짐작되는 까닭이 있다. 불안. 요즘 나는 불안하다. 국제 정세가 심상치 않아서 불안하다. 장기적 불황이 찾아올 거라는 예측이 불안하다. 운영하고 있는 서점의 매출이 더 떨어질까 봐 불안하다. 정산해야 할 월말이 다가와서 불안하고, 집필해야 할 원고 마감일이 코앞이라 불안하다. 그래서 책으로 도피하고 있다. 닥치는 대로 책을 펼쳐 누군가의 이야기, 누군가의 사유에 빠져든다. ‘이것만 읽고 하자’를 반복하다 보면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는 듯이.
언젠가는 책에서 눈을 떼야 한다. 나의 불안을 마주 대해야 한다. 불안은 해소되지 않는다. 그렇긴커녕 적극적으로 끌어안아야 하는 것이다. 때로 불안은 힘이 될 수 있다. 불안하여 모색하고 불안하여 실천에 노력을 기울인다. 맡겨진 일을 해낼 수 있는 것도 어느 정도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친애하는 나의 불안. 싸우지 말고 같이 지내보자. 이것만 다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