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의 음악을 들으면서 네사람과의 관계와 역사를 파악하는 것도
아주 재미있는 일입니다.
대부분 존 레논과 폴 메카트니에 관해서 가장 큰 관심을 갖겠으나 저에게 가장 최애 캐릭터는 조지 해리슨이었습니다.
그이유는 왠지 그가 밴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나 발전과정이 마치 어떤 비극적인 무협지의 주인공 같기도하고
또 저는 그가 작곡한 섬씽과 히어 컴즈 썬을 무척이나 좋아하기도 때문이죠..
우선 비틀즈의 퍼스트 맨은 존 레논입니다. 그 이유는 밴드 자체가 그가 만든 쿼리맨에서 시작하게 되었죠.
쿼리맨은 그가 다니던 쿼리뱅크 고등학교에서 따온 말 그대로 음악좀 하는 고딩들의 아마추어 벤드였습니다.
거기에 폴이 합류했고, 어느날 폴이 존에게 자신이 만든 곡을 들려줌으로써 존도 작곡을 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창작벤드로 발전합니다.존은 리드기타, 폴은 리듬기타로요.
쿼리맨은 멤버들이 들락 날락했습니다. 기타 연습하는게 힘들기도 하고 그러니까, 고등학생들로는 당연한 일이겠죠.
당시 존은 만17살(40년생) 폴은 생일이 지나서 16살(42년생)이었는데, 어느날 폴이 한살 더어린 조지(43년생)를 데리고 옵니다.
기타를 잘치는 동생이라구요. 존은 그냥 넌 멤버로 안된다고 한칼에 거절 하죠.
그냥 어리다고요. 그런데 기타 덕후 수준이었던 조지는 계속 치근댑니다. 나좀 받아달라고... 결국 두번의 오디션 끝에
runchy라는 곡의 기타파트를 연주하고 조지는 멤버가 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존이 참 어떤 면에서는 고집쟁이 꼰대 같고 어떤 면에서는 쿨한 리더같은게 기타는 잘치지만 어리다는 이유로
멤버로 안들이다가, 인정하고 멤버로 들이니 또 리드기타 자리를 조지에게 줍니다. (물론 폴은 다 기타잡고 싶어하는
두명을 배려해서 베이스를 잡기로 하죠.) 그래서 비틀즈는 리드기타 조지 해리슨. 리듬기타 존 레논,. 베이스 폴 메카트니
로 파트가 구성 됩니다.
원래 서양은 나이 구별 안하고 그냥 다 동등한 거 같은데, 제가 비틀즈 관련된 책을 보고 이야기를 들어보면 셋과의 관계는
조금이라도 형 동생 관계가 있었다고 생각됩니다.(가장 빠른 출생인 링고는 안타깝지만 논외.)
존과 폴은 누가 곡을 쓰건 우리가 만든 모든 노래는 창작을 존앤폴로 하자고 약속할 정도로
서로의 능력에 대해서 인정하는 사이였지만, 제가 보기에는 존은 폴의 창작품에 약간의 편견같은게 있었던건
사실로 봐야 할거 같아요. 예를들면 지금은 걸작인 오블라디 오블라다 같이 밝고 유쾌한 곡들은
실제로 분위기가 가볍다고 농담조로 이야기 하기도 했으니까요.(폴의 아이윌 같은경우도 존의 성향에는 안맞았을
거라고 추측해요., 불론 지금은 너무나도 사랑받는 곡이지만.)
그런데 가장 창작물을 인정 못받았던 멤버는 조지였던거 같습니다.(안타깝지만 비틀즈에서 링고는 또다시 제외.)
형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곡들을 갖고 오면 음..... 좋기는 한데 이걸 엘범에 넣기는 좀 그렇다.
왜냐하면 우리가 만든 노래가 더 좋으니까. 이런 말 듣기가 일쑤.
제가 듣기로는 폴이 약간 더 그런 성향이 강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친구의 준석과 동수의 관계처럼
많이 컸네 조지. 뭐 그런면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존은 조지의 곡에 관심이 제법 있는편이었고 격려와 독려도 많이 해준 편이라고 합니다.(갑자기 쿨한 리더)
후기엘범에는 조지 해리슨 곡이 몇몇 실리는데 존이 제법 밀어주었다고....
그래서 흔히 조지를 소개한건 폴이라서 둘과의 관계가 존과 조지의 관계보다 더 친밀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다수의 의견은 그 반대가 사실이었을 거라고 생각하더라구요.
암튼 곡 창작자가 그 노래를 부르는 비틀즈의 특성상,. 조지 해리슨은 노래를 부르고 싶은 생각이 많았을 거 같습니다.
실제 목소리도 좋구요. (섬씽은 수많은 커버가 있지만 조지가 부른게 가장 좋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암튼 돈 바더 미라는 조지곡이 두번째 비틀즈 엘범에 실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세션맨의 위치에서 못벗어난 조지는 그 갈망을 스튜디오 작업에 전념한 상황에서 엘범 컨셉이나 실험적인 퍼포로
증명하려고 합니다.
러버 소울에 포크쪽 영향력이 들어간 것도 조지의 입김으로 봐도 되고, 노르웨이안 우드에서 인도 악기인 시타르를
사용한 것도 조지의 선택이었죠.
비틀즈 후기 엘범으로 가면서 조금씩 조지의 창작곡들이 실리기 시작합니다.
더 이너 라이트로 처음 싱글로 발표되기도 하고 그의 대표곡인 와일 마이 기타 젠틀리 윕스가 그의 절친인 에릭 클립턴과
함께 녹음하기도 하죠.
사실상 비틀즈의 마지막 엘범인 에비로드에서는 섬씽과 히어컴즈썬 두곡을 발표하게 됩니다.
프랭크 시나트라는 썸씽을 가르켜 "지난 50년간 나온 사랑노래중에 가장 훌륭한 곡"이라고 말했고
당시 음악평론가는"이 두곡으로 조지해리슨은 비틀즈에서 동등한 작곡가의 위치에 서게 되었다"라고 평가했다고 합니다.
암튼 비틀즈가 멤버들의 평균나이 30살도 전에 해체하게 된 것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창작에 불타고 있지만 형들의 입김으로 엘범에 기껏해야 2곡 정도 밖에 안실어주는데서 오는 막내의
불만도 이유가 되었을 것입니다.
결국에는 해체후 멤버들은 각자 활동을 하기 시작합니다.
모두 솔로 활동에서 빌보드 1위도 하고 (심지어 링고형까지도...)
왕성한 활동(특히 폴은 음악적 커리어로 존은 명곡과 사회적 영향력으로)도 하지만
특이하게도 가장 먼저 솔로로 빌보드 1위를 한 멤버는 조지였습니다.
그동안 비틀즈 엘범에 실리지 못한 자신의 창작물로 빠른 성과를 내었기 때문이죠. 올 씽즈 머스트 패스라는 곡으로 말이죠.
여기까지 보면 어렵게 사문에 들어간 후학이, 걸출한 사형들로 인해서 자괴감을 느끼다가 마지막에 사문에서 빛을 발하고
사문이 해체된 이후에 천하 제일을 찍는 무협의 주인공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글 초기에 비극적 주인공이라고 한
이유는 그 이후의 커리어는 조금 빈약해 집니다.
심지어 표절 시비로 오랜기간 고생도 하게되고, 폐암으로 58세의 나이로 운명을 하게 되었죠.
저는 이상하게도 조지 해리슨에게 정이 갑니다. 그가 겪었을 고뇌, 그리고 에너지, 그리고 감성
그런게 그의 노래를 들으면 하나하나 떠오르게 해요.
물론 업적상 폴과 존에게 비교할 수 없는 인물이지만 그만의 업적과 매력이 넘쳐나는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유튜브로 에릭 클립턴, 폴 메카트니, 링고 스타가 합류해서 연 조지를 위하여라는 콘서트를 보고 글 남겨봅니다.
(여기서 멤버간의 갈등은 그냥 여러 정보를 들은 제 추측이고 옆에서 지켜본 엡스타인정도의 인물이 아니면 정확히 알 수 없는
내용이긴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rTMc2i6Lzc&list=RDCrTMc2i6Lzc&start_radio=1&t=0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비틀즈에 대해 잘 모르는 입장에서도 흥미로운 내용이었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실제로 비틀즈 말년에 폴과 조지의 사이가 안 좋기도 했고, 해체 후에도 조지는 존의 곡 작업에 자주 참여했었죠. 특히 존이 폴을 디스하는 <How do you sleep>에도 ㅋㅋㅋ
그러다가 70년대 중후반 들어 존과 폴은 화해하고 가끔 사적으로 만나기도 했고, 오히려 존과 조지의 사이가 어색해지기도 했다고 하구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란게 참 복잡하다는걸 여기서 새삼 깨닫습니다.
^^ 말씀하신 부분에 적극 동의합니다.제 기억에 조지의 법정 표절시비에 대해서 존의 입장을 묻는 인터뷰에서 애구 창피하다는 말투로 대답해서 또 둘과의 관계가 더 냉담해지기도 했죠.(조지는 표절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서 법정에 기타까지 들고가서 콘서트도 한번 열정도로 적극적인 입장이어서 말이죠.) 그리고 또 폴의 심정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애틋한 감정 같은게 다시 샘솟은거 아닌가 싶어요. 둘이 중년을 넘어가면서 폴과 조지는 사적으로 고향 형동생 사이 쯤으로 지냈다고 알고 있습니다. 오히려 폴과 존은 또 많이 서로를 깠던거 같구요.
애기 재울 때 마이 기타 젠틀리~ 를 들랴주는데 잘 자요. 음악적인 성향으로는 폴보다는 존에 가까운 느낌이긴 합니다
오.... 자장가로 쓰시는 군요.
@강건마 비틀즈 곡들이 재우기 좋죠!
존이 만들고 링고가 부른 정통 자장가 <Good night>도 있죠 ㅎㅎㅎ
글을 맛깔나게 쓰시네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조지 해리슨은 가장 과소평가받는 기타리스트중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연주도 좋지만 비틀즈 출신답게 엄청 치밀하고 정교하고.. 갬성도 폭발하는데 말이죠 ㅠㅠ
조지 해리슨하고 그 아내 그리고 에릭클랩튼의 관계도 처음 들었을땐 엄청 놀랬던 기억이 나네요
재밌는 글이네요 잘봤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