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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3시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해 서울로 향했습니다. 스님은 차 안에서 단잠을 잤습니다.
차로 4시간 30분을 달려 아침 7시 30분에 서울 정토사회문회관에 도착했습니다.
목사님, 신부님, 교무님, 주교님, 교령님도 모두 정토사회문화회관에 도착하여 다 함께 식사를 하며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평화재단 회의실로 자리를 이동하여 본격적으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먼저 스님이 다음 주에 예정된 최제우 대신사 탄신 200주년 기념 순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지난주에 평화재단 20주년 행사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음주에는 최제우 대신사 탄신 200주년 기념 순례가 있습니다. 최제우 대신사님은 한국의 근현대사에 큰 영향을 끼친 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신 100주년 행사는 일제 강점기여서 기념행사를 못 했습니다. 지금은 대한민국이 굉장히 발전한 상황에서 국가가 대선사의 탄생 200주년 기념행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사실은 정부에서 성대하게 진행해야 될 일입니다. 그러나 정부에서 기념행사를 하지 않으니 결국 우리 종교인 모임에서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2010년에 북한 인도적 지원을 하기 위해 종교인 모임에서 개성을 방문하여 밀가루 300톤을 지원한 이후 가장 큰 행사가 이번 순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어서 2박 3일 동안의 순례 프로그램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실무적으로 수정해야 할 내용이 있는지 검토했습니다.
천도교 박남수 전 교령님은 이번 행사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서로 종교가 다르지만 한국 근현대사에 큰 영향을 미친 분의 발자취를 따라 함께 순례하는 이 프로그램은 하나의 평화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보다 더 의미 있는 평화운동은 없을 겁니다. 종교 간의 대화는 평화재단이 하고 있는 여러 가지 사업 중에 중요한 꼭지라고 생각해요. 제가 스님, 신부님, 목사님, 주교님을 모시고 가서 최제우 대신사의 생가를 안내한다는 것 자체가 제 평생의 영광입니다.”
프로그램에 대한 검토를 마친 후 시국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한반도의 전쟁 위기와 트럼프의 재선에 대해 언급한 후 의료 대란에 대해서도 우려했습니다.
“사실은 어느 때보다 한반도에 전쟁의 위기가 높아져서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평화를 호소해야 합니다. 그러나 요즘 서민 경제가 매우 안 좋은데 사회 원로들이 나서서 ‘전쟁이 날 수 있다’ 하고 호소하면 혹시 사회 불안을 일으킨다고 오해를 받게 될까봐 우려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야당 대표를 만나서 대화해 보니까 지금은 국민들이 오히려 전쟁이 날까봐 더 불안해한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경제는 더 어려워질 것 같은데 한반도의 긴장은 조금 낮아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내년 봄까지 조금 더 지켜보고 우리들의 목소리를 적극 표명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엇보다 내년 봄이 되면 의료 대란이 일어나서 그 피해가 굉장히 심각할 것 같습니다. 기존의 의대생이 모두 유급을 하게 되고, 거기다가 의대 정원을 2000명 늘여서 내년에 5500명의 신입생이 들어오게 되고, 결국 내년 한 해 동안 많은 의대생을 교육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도대체 현재의 조건에서 이렇게 많은 의대생을 어떻게 교육할 수 있다는 것인지 미지수입니다. 이 상황에서 새로운 의사가 배출되어야 하는데 그것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종교인 분들도 나라가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걱정스러운 마음을 내비쳤습니다.
“국민들의 마음이 억눌려져 있는데, 내년 봄이 되면 억눌린 마음이 뿜어져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모두 봄에 일어났잖아요. 이번에도 내년 봄이 큰 고비가 될 것 같아요.”
우려되는 점은 많지만 당장 어떤 행동을 하기보다는 조금 더 사태를 지켜보기로 하고 모임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종교인분들을 배웅한 후 수행법회 생방송을 하기 위해 서울 정토회관 방송실로 이동했습니다.
오전 10시부터는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가운데 수행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지난 한 주 동안 정토회 회원들의 활동 모습을 영상으로 보았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날씨가 갑자기 많이 추워졌죠? 가을이 안 오나 싶을 정도로 늦게까지 무더위가 기승을 하더니 다시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날씨의 변화가 해가 갈수록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보통 10월 말에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데 남부 지역에서는 요즘에서야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네요. 아직 양지바른 곳에는 물들지 않은 푸른 잎들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날씨가 많이 쌀쌀하니까 다들 감기에 들지 않도록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정토회 회원들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 가지 고민들을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네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고 즉석에서 현장 질문도 받았습니다. 그중 한 명은 남편이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운데 봉사를 그만두고 돈을 벌러 가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며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남편이 경제적으로 어려운데, 나라도 반찬값을 벌어야 할지 고민입니다
“저는 정토회에 전일 나와서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남편이 집에서 온라인으로 사업을 하는데 요즘엔 장사가 좀 잘 안됩니다. 그래서 제가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 들었습니다. 남편이 경제적으로 많이 어렵다고 하고, 이제 막 군에서 제대한 아들도 엄마가 나가서 돈을 좀 벌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얘기합니다. 저도 ‘내가 반찬값 정도는 벌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요?”
“첫째, 남편이 지금 사업이 안 돼서 수입이 끊겼고, 저축해 놓은 것도 없어서 형제나 친척 등 누구의 도움을 받아서 살아야 하는 정도라면 질문자도 나가서 일을 해야 합니다. 봉사도 좋지만 자립을 위한 최소한의 돈은 벌어야 합니다. 직업을 따질 필요도 없습니다. 윤리 도덕적으로 비난받는 직업을 제외하고는 뭐든지 해서 돈을 벌면 됩니다.
둘째, 만약 질문자가 아무 할 일 없고 시간이 남아돌아서 집에서 빈둥빈둥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면, 노는 것보다는 나가서 일하는 게 낫습니다. 정말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다고 하더라도 놀기보다는 나가서 일하는 게 좋습니다.
셋째, 질문자가 지금 전일 봉사를 한다고 했는데요. 월급만 안 받을 뿐이지 직장 다니듯이 봉사로 일과를 보내고 있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봉사의 가치에 대해서 질문자가 비중을 어떻게 둘 것인지 하는 문제입니다. 봉사를 하는 보람이 옷을 새로 한 벌 사고 밥을 맛있게 먹는 것보다 더 소중하다고 생각하나요? 옷은 있던 옷 계속 입으면 되고, 밥은 김치하고 먹으면 되고, 내 인생에서 봉사가 주는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맡은 봉사를 계속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들과 남편한테 이렇게 얘기를 하면 됩니다.
‘여보, 지금 하는 봉사가 돈은 안 되지만 내 인생에 있어서 의미가 매우 큽니다. 미쳐서 그런 것이 아니고 굉장히 큰 보람을 느낍니다. 돈이 없으면 제가 쓰는 돈을 줄이겠습니다. 앞으로 옷을 안 사든지, 화장을 안 하든지, 이렇게 절약해서 살 테니까 내가 하는 봉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이렇게 관점을 분명히 하고 남편에게 양해를 구해야 합니다. 이렇게 같이 사는 가족과는 합의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군에서 제대한 스무 살이 넘은 아들은 당연히 나가서 일해야지요. 군대에서는 나라를 지키는 일을 했고, 제대를 했으면 사회에서 일을 해야죠. 아들이라고 일을 안 하고 있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아들이 먼저 나가서 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질문자가 꼭 써야 할 곳이 있는데 남편이 돈을 못 벌어서 답답하다면, 질문자라도 나가서 돈을 벌어야겠지요. ‘나는 정토회도 좋고 봉사도 좋지만 제대로 먹어야 하고, 철철이 제대로 된 옷을 사 입어야 한다. 이것만은 양보하지 못하겠다.’ 이런 입장이라면 어쩔 수 없지요. 지금까지는 그 돈을 남편이 주었는데 이제는 남편이 못 주니까 그럼 나라도 나가서 돈을 벌어야 하는 겁니다. 전일 봉사에서 부분 봉사로 옮기든지, 소임을 그만두든지, 전법회원 사퇴를 하든지 해야죠. 질문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관점을 분명히 갖고 있습니다.
‘못 먹는 상황이면 안 먹어도 좋고, 옷은 헌 옷을 입는다. 대신 거기에 드는 시간을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데에 쓰겠다.’
그런 것처럼 질문자가 살기 어렵다는 정도가 지금 입에 풀칠도 못 할 정도라면 우선 자립을 하는 게 더 우선입니다. 그게 아니고 자신이 맡은 봉사 소임을 정말 소중하게 여긴다면 이런 문제에 쉽게 흔들릴 필요가 없습니다. 첫째, 남편이 잔소리를 한다고 내 마음이 흔들린다면 그것은 질문자가 돈을 중심에 두는 가치관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아내가 돈을 벌면 남편은 책임 의식이 좀 떨어집니다. 만약 남편이 가장으로서의 책임 의식이 너무 커서 병이 나는 정도라면 ‘여보,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내가 나가서 버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는 살 수 있으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이렇게 격려해 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경기가 전체적으로 안 좋잖아요. 그리고 은퇴할 시간도 다가오고 있고요. 이럴 때는 ‘여보, 애들도 다 컸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가 소비를 조금 줄이고 살면 되지 않을까요?’ 이렇게 격려해 주면서 질문자가 하던 봉사 일을 해 나가면 됩니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것처럼 정말 경제적으로 곤궁하거나, 질문자가 봉사보다 소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을 갖고 있어서 이건 꼭 하고 살아야 하겠다면 나가서 일하는 것을 선택하면 됩니다.”
“잘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한 시간 반 동안 즉문즉설을 한 후 11시 30분이 넘어서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에는 실내에서 업무를 보며 내년도 일정을 점검했습니다. 다시 평화재단으로 돌아와서 오후 4시부터는 평화재단 기획위원들과 회의를 했습니다.
국내외 정세와 평화재단의 역할에 대해 두 시간 동안 의논을 한 후 저녁 6시가 넘어서 회의를 마쳤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서울 정토회관 방송실에서 저녁반 회원들을 위한 수행법회 생방송을 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저녁에도 네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눈 후 현장에서 즉석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중 한 명은 조울증 진단을 받은 딸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을 이야기했습니다.
조울증 진단을 받은 딸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제 딸은 올해 스물한 살입니다. 열일곱 살에 처음 우울증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기 시작해서 올해는 두 번의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양극성 장애 진단을 받았습니다. 의사는 완치가 아닌 입원하는 간격을 늘리는 것이 이 병의 치료 목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딸은 현재 치료를 받지 않고,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하지만 자주 마십니다. 제가 자취를 하는 딸을 통제하기도 어렵고, 같이 있어도 제 말을 듣지 않습니다. 딸에게 연락이 안 되거나 울면서 전화가 오면 제가 너무 불안합니다. 저는 아이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고 싶습니다. 제가 어떻게 관점을 가져야 할까요?”
“첫째, 현재 딸은 조울증 환자라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환자인 딸에게 ‘이러면 좋겠다’, ‘저러면 좋겠다’ 하고 요구하면 딸은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요즘은 건강한 정신의 아이도 부모의 말을 잘 듣지 않습니다. 딸은 환자이기 때문에 내가 좋은 제안을 하는데 딸이 듣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해결이 안 됩니다. 딸은 욱하고 기분 좋은 감정이 올라오면 천사처럼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기분이 한 번 딱 가라앉으면 사람들이 꼴도 보기 싫게 되어버리는 비정상적인 사유 체계를 가진 환자입니다.
둘째, 의사한테 이 병의 증상을 묻고 자세히 들어야 합니다. 조증일 때 보이는 증상과 우울증일 때 보이는 증상이 어떠한지 미리 알고 있어야 해요. 딸이 막 좋아하더라도 환자의 증상 중 하나이고, 방에 박혀 안 나오더라도 환자의 증상 중 하나라고 보고 대처해야 합니다. 그런데 딸의 행동을 보고 증상이 좋아졌다고 보거나 나빠졌다고 보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기분이 좋아졌다가 나빠졌다가 하는 양쪽의 성향을 보이는 것이 조울증의 증상이기 때문입니다. 정상으로 왔다가 나빠지는 게 아니라 기분이 좋은 쪽으로 치우쳤다가 기분이 나쁜 쪽으로 치우쳤다가 하는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양극성’이란 표현을 쓰는 거예요. 이런 딸의 증상을 잘 관찰해야 합니다. 의사에게 이 병의 증상이 나타날 때 옆에 있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물어보세요. 딸의 기분이 너무 고조되었을 때도 같이 동조하지 말고 차분하게 지켜보라든지, 딸이 방 안에 틀어박혀 안 나온다거나 연락을 안 받고 잠적하여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조금 기다려 줘야 한다든지, 이런 전문가의 지침에 따라 질문자가 그것을 도와주면 됩니다. 육체가 병이 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상담하러 가면 의사가 ‘약을 시간에 맞춰서 드리십시오’, ‘통증을 호소하면 진통제를 드리십시오’ 이렇게 지침을 주는 것과 같이 조울증도 증상에 따라서 어떻게 대응하면 되는지 전문가한테 물어서 그대로 대응하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병이 있는 사람을 나도 모르게 정상인처럼 생각하고 대한다는 것입니다. 환자를 두고 자꾸 내가 원하는 대로 되기를 원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거예요. 육체가 병이 났을 때 육체를 그냥 놔두고 증상에 따라서 눕고 싶다면 눕게 하고, 앉고 싶다면 앉게 하듯이, 정신도 그 증상에 따라서 내가 대응을 해나가면 됩니다. 그런데 어떤 증상이 심해지면 입원이 필요해집니다. 그럴 때 본인이 원하면 입원이 되는데, 아주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본인이 원하지 않는 이상 입원을 시킬 수가 없어요. 즉 남을 때리거나, 기물을 부수거나, 길거리에서 절을 하거나, 똥을 눠버리거나, 하는 이상한 행동이라고 여겨지는 어떤 극단적인 행동을 할 때는 어느 정도의 증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강제 입원이 가능합니다. 딸의 병이 악화가 되어서 강제 입원이 가능한 정도가 되면, 엄마가 병원에 데리고 가든, 119를 부르든, 강제로 입원을 시킬 수 있습니다. 그 이전에는 강제 입원은 안 돼요. 단순히 내 마음에 안 든다고 딸을 강제로 입원시키면 인권 침해로 처벌을 받게 되고, 아이에게도 마음의 상처를 주게 됩니다. 본인에게 입원을 권유해서 본인이 이에 동의하면 다행이지만, 입원을 거부하는 것도 하나의 증상이기 때문에 입원을 권유해도 안 듣는다고 속상해하면 질문자만 괴로워집니다. 병이 아주 악화가 되면 내 뜻대로 입원을 시킬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대응하는 방법밖에 없어요.
의사가 말한 대로 완치는 없고, 현상 유지를 하거나, 입원하는 간격을 좀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약을 끊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야 해요. 그리고 자살을 해버린다든지 남에게 폭행을 행사한다든지 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막아야 합니다. 가끔 조울증 환자가 묻지 마 폭행 사건을 일으켜서 기사화될 때가 있는데 보호자는 환자가 이런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 않도록 막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런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약을 꼭 먹어야 합니다. 그러나 약 먹는 것을 본인이 거부하거나, 안 먹고 버려버리거나 하면 방법이 없어요. 약을 안 먹는다고 속상해한다고 해서 해결이 안 됩니다. 딸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약을 먹으라고 아무리 설득해도 뜻대로 될 수가 없습니다. 딸의 증상에 따라서 지켜보고 있다가 이런 증상일 때는 이렇게 대응하고, 저런 증상일 때는 저렇게 대응한다는 관점을 가지는 게 필요합니다.
이런 환자를 자식으로 둔 부모도 내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자식을 부모의 마음대로 하려고 하니까 끌려다니게 되는 거예요. 환자라고 보고 어떤 행동을 해도 그냥 ‘저런 증상이 나타나는구나!’ 이렇게 보면 딸로부터 독립된 내 중심을 잡을 수 있습니다. 딸을 내 마음대로 하려고 하면 나도 모르게 끌려가서 딸과 내가 일치되는 거예요. 그래서 같이 울고불고 난리를 피우는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딸과 조금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자세를 갖고, 증상에 따라서 대응하는 정도의 행동을 취하면 됩니다. 딸의 병을 빨리 치료해야겠다는 의도를 가질수록 치료에는 도움이 안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북한 전문가들과 조찬 모임을 한 후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과 미팅을 하고, 오후에는 외부에서 사회 인사들과 미팅을 하고, 저녁에는 서울대학교 총불교학생회 초청으로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