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도 꽤 이쁜 곤충이다_ 이성복(1952 ~ )
경남 충무나 고성 일대에서는 파리를 '포리'라 한다
'포리', 그리고 보면 파리도 꽤 이쁜 곤충이다
초겨울 아파트 거실에 들어온 파리는 쫓아도 날아가지 않고,
날아도 이삼십 센티 앞에 웅크리고 앉아
예例¹의 반수면 상태에 빠져든다
'포리', 여든을 바라보는 아버지는 한사코 택시를 타지 않으신다
마늘이나 곶감이 가득 든 가방을 메고
그보다 더 무거운 사과 궤짝을 들고
버스 두 번 갈아타고 고층 아파트 아들 집을 찾으신다
때가 꼬지레한 바바리에 허리 굽은 노인은 예전에
라면이나 풀빵으로 끼니 때우며 자식 공부를 시켰지만,
취미라고는 별것 아닌 일에 벌컥벌컥 화내는 것이다
땅 한 뙈기 없는 집안의 삼대 독자, 백발의 아버지는
이제 할머니 제사 때도 목놓아 통곡하는 일이 없다
헛도는 병마개처럼 꺽꺽거리는 헛기침이 추진² 울음을
대신할 뿐, 요즘 아버지는 누가 핀잔해도 말씀이 없다
'포리', 지난번 묘사墓祀³ 때 할머니 산소 찾아가는 길에
아버지는 힘에 부쳐 여러 번 숨을 몰아쉬다가
시동 꺼진 중고차처럼 멈춰 섰다
아내는 등 뒤에서 아버지를 밀어드렸다
가다가 서고, 가다가 또 쉬고 얼마나 올랐을까
산중턱 바윗돌에 앉아 가쁜 숨 몰아쉬는 아버지의 뺨에,
거기까지 따라온 파리가 조용히 날개를 접었다
[2003년 발표 시집 「아, 입이 없는 것들」에 수록]
¹例의: 이미 잘 알고 있는 바를 가리킬 때 쓰는 말.
²추지다: 물기가 배어 눅눅하다.
³墓祀 : 무덤 앞에서 지내는 제사.
D. 쇼스타코비치(1906-1975)가 1955년 작곡해서 영화 Gadfly* 배경 음악에 쓰인
Gadfly 모음곡(op. 97a) 中 제8번 로망스이며,
(*Gadfly: 사전적 뜻은 쇠파리, 잔소리꾼 등이며 남을 귀찮게하는 사람)
조나단 카니(1963 ~ ) 바이올린 협연, 프랭크 시프웨이(1935-2014) 지휘,
Royal Philharmonic Orchestra 연주입니다.
첫댓글 그래도 파리는 싢던데.
날파리는
더 귀찬고 피도 빠는거같아.
집앞에서 걸어가면 어디까지
앵앵소리내며 따라온다.
냄새를 잘도 맡나보다.
글이라는 게 참 신기한 것 같습니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한 사람의 생각과 살아온 시간을 조금씩 느낄 수 있으니까요.
저도 여행과 책을 좋아해서인지 이렇게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 시간이 편안하고 즐겁습니다.
좋은 인연은 처음부터 특별해서가 아니라 서로의 이야기를 귀하게 들어주는 시간이 쌓이면서 특별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여행길에서 만난 풍경처럼 좋은 글과 생각을 편안하게 나누며, 서로의 하루에 작은 미소가 되어주는 소통이면 좋겠습니다.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