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대맛 ⑫] 복숭아
털 있으면 ‘유모계’ 없으면 ‘무모계’
과육 색깔과 경도 따라서도 나뉘어 시장에선 백도·황도·천도로 구분해
품종 개발 치열 … 국내 200종 넘어
도넛 모양의 납작복숭아 수요 급증 당도 높고 과즙 많은 ‘대극천’ 대표적
천도계열 ‘신비’ 복숭아도 인기 폭발 알레르기 걱정 없고 백도 장점만 ‘쏙’
여름 과일 가운데 복숭아처럼 매혹적인 과일이 또 있으랴. 아기의 볼처럼 화사한 선홍빛을 띠는 데다 한입 베어 물면 달짝지근한 과즙이 입안 한가득이니 무더위의 불쾌함을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을 것만 같다. 우리네 선조도 신선이 먹는 과일, 불로장생의 길로 이끌 과일이라며 복숭아를 귀하게 여겼다. 최근에는 ‘납작복숭아’나 <신비> 복숭아처럼 새로운 품종이 나오면서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품종별 맛과 형태부터 다양한 활용법까지 ‘여름 과일의 여왕’ 복숭아의 세계에 풍덩 빠져보자.
●털의 유무, 과육의 색깔에 따라 분류=복숭아는 털의 유무, 과육의 색깔을 기준 삼아 구분한다. 표피에 털이 있으면 유모계, 없으면 무모계로 분류한다. 과육 색깔은 황색과 백색으로 나뉘는데 황육계와 백육계가 각각 해당된다. 유모계와 무모계 모두 황육계와 백육계가 있으니 복숭아는 크게 4종류로 구분할 수 있겠다.
과육이 단단하냐, 무르냐에 따른 분류도 있다. 과육이 단단한 것은 ‘경육종 복숭아’라고 하는데 <유명> <대월> 같은 품종이 인기 있다. ‘용질성 복숭아’는 물렁물렁하고 과즙이 많은 것이 특징인데 <미홍> <유미>가 대표적이다. 보통 시장에선 경육종 복숭아를 ‘딱딱이’, 용질성 복숭아를 ‘말랑이’라고 부른다.
황도
복숭아 유통시장에서는 편의상 백도·황도·천도로 나누기도 한다. 백도는 표면이 하얀색 바탕에 약간의 분홍빛을 띠는 게 특징이다. 표면이 노란색인 황도는 과육 역시 불그스름한 노란색이다. 천도는 대표적인 무모계 복숭아다. 표피는 털이 없어 매끈하고 기본 바탕이 붉은색이라 언뜻 보면 자두 같기도 하다.
백도
품종마다 천차만별이긴 하나 대략 당도는 황도·백도·천도 순으로 높다. 과육이 단단한 정도로는 천도가 첫번째고, 백도·황도가 그 뒤를 잇는다.
탕수육 소스를 ‘부어 먹느냐, 찍어 먹느냐’ 논쟁을 하는 것처럼 복숭아도 ‘물렁한 게 좋으냐, 딱딱한 게 좋으냐’를 주제로 갑론을박하기도 한다. 기자는 씹을 때 소리가 날 정도로 단단한 경육종을 선호하지만 역시 취향 따라 먹는 게 정답이다.
납작복숭아 ‘대극천’
●납작한 복숭아, 속이 하얀 천도도 있다?=국내 복숭아 품종은 200종이 넘는다. 워낙 변이가 많이 일어나는 과일인 데다, 지방자치단체·농업기관은 물론이고 종자회사들도 소비자 기호에 맞는 품종을 개발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서다.
이 가운데 ‘납작복숭아’가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모양은 도넛이나 미확인비행물체(UFO)처럼 일부러 손으로 누른 듯 납작하게 생겼다. 당도가 높고 과즙도 풍부해 젊은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사는 김은실씨(38)는 “유럽여행 때 처음 맛보고 반한 납작복숭아를 3∼4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구할 수 있어 매년 사먹는다”며 “모양도 특이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한국형 납작복숭아’라고 불리는 <대극천> 복숭아도 신품종 대열에 합류했다. 납작복숭아와 똑같진 않지만 테니스공 크기만 한 복숭아를 위에서 살짝 누른 형태다. 과육이 단단한 편이고, 당도는 백도보다 살짝 높다.
천도계열 ‘신비’
<신비> 복숭아도 빼놓을 수 없는 인기 품종이다. 겉보기에는 천도와 비슷한데 속은 백도처럼 하얗다. 신맛은 일반 천도의 3분의 1 수준이고 단맛은 백도와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 보통 6월 중순부터 출하되는데 맛볼 수 있는 기간은 2주 정도로 짧다. 권정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과수과 농업연구사는 “털이 없어 알레르기 걱정이 없고 껍질째 먹을 수 있는 단단한 천도, 당도가 높은 백도의 장점을 합쳐놓은 게 바로 <신비>”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신비> 복숭아와 유사한 품종이 시장에 더 많이 나올 듯하다. 권 연구사는 “올해 신맛을 줄이고 단맛을 강화한 <옐로드림>이 첫 수확을 앞두고 있다”며 “앞으로 <스위트퀸> <이노센스> 같은 비슷한 품종도 출시를 앞두고 있어 18%대에 머무는 천도의 시장점유율이 점차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소화 돕고 피로감 낮춰주는 여름 과일=복숭아는 맛으로도 먹지만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가까이하는 게 좋다. 먼저 복숭아는 소화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중간 크기의 복숭아에는 2g가량의 식이섬유가 들어 있는데 이것이 규칙적인 배변활동에 도움을 준다.
비타민이 풍부한 복숭아는 여름철 피로감을 낮춰주고, 강한 햇빛에 손상된 피부를 회복시켜준다. 한의학에서는 복숭아를 약으로 여긴다. 복숭아를 꾸준히 섭취하면 여성의 생리통이나 가래·기침을 낫게 해준다고 한다.
다만 당뇨병 환자라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 경희대학교 국제동서의학대학원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복숭아의 혈당지수는 56.5로 배(35.7)나 사과(33.5)와 견줘 20 이상 높다. 복숭아를 섭취하면 혈당수치가 상대적으로 빨리 올라간다는 뜻이다.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가려 먹어야 한다. 알레르기가 심한 사람은 목이 붓거나, 항체 면역반응의 일종인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할 수도 있다.
첫댓글
저는 복숭아매니아예요. 사진만 봐도 군침 돌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