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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님,안녕? >
W. ZEAL
00
- 사랑은 강의실에서 -
쾅쾅쾅- 쾅쾅쾅쾅-
열심히 건이네 집 현관문을 두드리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소은은 빨리빨리 문을 열지 못하는 건이 답답할 뿐이다. 아무리 벨을 눌러봐도 대답할 기미가 안보이는 그녀의 오랜 소꿉친구 최건. 금요일 밤을 불지르고 드러누운 것일까. 소꿉친구라는 녀석은 잠의 노예가 되어버렸나 보다.
" 건아! 건아! 나 붙었어!! 붙었어!! 붙었다구!! "
사실 자고 있는 건이를 깨울 만큼 건이에게는 중요한 사항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소은이에겐 중요하다. 그러므로 이 행복과 기쁨을 9년지기 건이는 의무적으로 함께 나눠야 한다. 하지만 술병에 걸리기라도 한건지 도무지 일어나지 않는 건이때문에 자그마치 30분동안 벨을 누르고 문을 두드리던 소은은 빨개지다 못해 꽁꽁 언 손을 거두고는 한숨음 푹 쉬었다. 합경 통보를 알리면 제일 먼저 기뻐해 줄게 분명하다 확신하고 합격 통지서를 받자마자 부리나케 달려왔는데……, 그렇게 가슴에 합격 통지서를 껴안고 돌아서려는 찰나.
삐리릭- 삑-
열렸다.
" ……신소은……아침부터……뭐야……. "
어젯밤 마셔 마셔, 달려 달려, 죽어 죽어를 한게 분명하다. '저 어제 과음했어요'를 연상시킬 정도로 천장을 뚫을것만 같은 닭벼슬 머리를 하고 색이 누렇게 바랜 반팔티에, 고등학교 체육복 반바지를 입고서 이불을 둘러매고 등장한 건. 그런 건을 소은은 한심하단 눈빛으로 훑어 봐주고는 왜 이런 녀석에게 자신이 이른 아침부터 달려왔나…하는 생각을 했다.
친구놈 기뻐하는게 눈에 훤해서 이렇게 달려 왔건만, 괜한 짓을 한것만 같은 기분이 번쩍 들게 만드는 저녀석. 하지만 기왕 여기까지 행차한거 목적이나 이루자 하는 마음에 가슴에 품고 있던 합경 통지서를 건의 눈앞에 떡하니 들이댔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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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어어어어어억!!!!!!!!!!!!! 장하다 소은아!!!!!!!!!!!!!!!!!!!!!!!! "
눈 앞에 떡하니 보이는 ' 한국대학교 경영학과 합격 ' 이라는 글자. 그리고 그 밑에는 자랑스럽게 '신 소 은'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드디어 자신의 친구가 대학교에 그것도 그가 재학중인 학교에 다니게 된다.
재수도 아니고 삼수도 이니다. 소은은 무려 사수라는 타이틀을 가진 스물셋 12학번이 되는것이다. 하……. 눈물 겨운 투쟁을 끝내고 드디어 이 꼬맹이같은 녀석이 대학생이 된다니……. 군대에서 휴가를 나올때에도 눈길조차 주지 않고 공부에만 매진하더니 드디어 소원을 이루었구나, 녀석. 하지만 니 녀석이 그동안 나에게 모질게 대했던 행적들은 학교에서 두고두고 갚아줄 것이야. 그렇게 소은 몰래 음흉한 미소를 짓는 건. 하지만 그 미소는 오래 가지 않았다.
찰싹-!
" 저리가! 최건!! 술냄새나!! "
" 아, 어제 애들하고 오랜만에 달렸더니 "
" 오랜만은 무슨, 흥! 나 이제 집에 갈꺼야. 너무 오래 있었어. "
" 뭐? 벌써 가게? 들어갔다가 가 "
" 싫어. 건이 너, 청소 안한거 다 알아. 분명히 냄새 날꺼야. 확실해 "
" 야! 신소은! 냄새는 무슨! 캡왕짱 럭셔리한 향기 나거든? 장난하냐! "
" 흥!! 넌 개똥도 향기롭다 할 애야! 됐어! 나 갈꺼야! "
그렇게 매정하게 건이의 품속에서 나와 합경 통지서를 다시 손에 쥐고 유유히 떠나는 소은. 그런 소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건은 곧 온몸을 휘감는 추위에 떨어트린 이불을 줍고는 다시 몸을 감쌌다. 쳇, 대체 무슨 냄새가 난다는거야? 사실 이번에 청소좀 안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내 후각을 완전히 장애인 취급하고 있어 저녀석이. 내가 너의 9년지기 단짝친구라지만 학교에선 너보다 한참 위인 09학번이라는 말씀. 어디 두고보자고 신소은.
하지만 건이의 바람따위는 하늘이 들어줄 가치가 없다고 느낀 것일까? 두고보자던 건이 앞에 불씨가 떨어졌다. 상상도 못했던 장애물이 그의 앞을 가로막은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개학 후 소은을 골려줄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한 건이 인지라, 그저 얼른 개학만을 바랄 뿐. 훗날의 일은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건이다.
" 나…나… 떨려 건아, 어떡해. 응? 응? "
" 떨리긴 뭐가 떨리냐. 야야, 그리고 이것 좀 놔라, 쫌! "
" 그…그치만…. 건아……떨리는걸 어떡해 "
스물 셋이라고는 전혀 믿기지 않을정도로 스무살과 맞먹어도 전혀 뒤쳐지지 않는 동안의 종결자 소은이 옆에 서있는 건의 팔을 꼭 붙잡고서는 바들바들 떨고 있다. 그런 소은이 마냥 귀여운 건은 괜시리 소은이 잡고 있는 팔을 흔들며 유세를 떤다.
오늘은 드디어 한국대가 12학번들을 맞이 하는 날. 대한민국에서 소위 최고라 불리우는 대학의 위엄을 드러내듯 개학을 맞이하여 등교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남다르다. 웹폐이지에서 대학생을 상대로한 사전 설문조사 결과, 한국대는 공부만 하는 학교라 인식되기 쉬운 학교 1순위이지만 더불어 반전이 있는 학교 1순위에도 뽑혔었다. 그래서 그런지 더 매력있고 더 호감있는 이미지를 갖고 있고, 모든 입시생들이 진학하고 싶어하는 대학 선호도 1순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하지만 소은이 사수를 해서까지 이곳에 진학하고 싶은 이유는 단 하나. 단지 돌아가신 엄마의 모교에 당당히 입학하고 싶었을 뿐. 소은이 열 네살 때, 그러니까 그녀가 중학교에 입학할 당시에 그녀의 어머니는 교통사고를 당하셨다. 갓 중학생이 되어서 기쁜 딸을 축하해 주려고 저녁 만찬을 준비하기 위해 장을 보고 오시다가 사거리 신호등에서 상을 당하신 것이다.
' 오늘 일찍 들어오렴. 엄마가 우리 소은이 좋아하는 꽃게탕 만들어 줄게 ' 라며 엄마는 강당에서 꽃다발을 전해주시고는 교실 뒷문에서 조용히 웃으시며 말씀하시곤 집으로 돌아가셨다. 자신이 좋아하는 꽃게탕을 해놓겠다고, 그러니 일찍 들어오라고. 입학식이라 그런지 수업은 일찍 끝났었다.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날은 집으로 일찍 들어갔고, 마침 엄마는 장을 보러 나갈 준비를 하시고 계셨다. ' 조금만 기다리고 있으렴, 엄마가 요앞에 싱싱한 꽃게 사가지고 올게 ' 찰랑거리는 자신의 단발 머리를 쓰담으시곤 분주히 나가시던 엄마의 뒷모습. 그리고 일찍 들어오시기만을 바라며 쇼파에 앉아 티비를 켰다.
한시간, 두시간, 세시간….
어느덧 저녁 준비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PM 6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안좋은 기분, 하지만 아닐꺼라 애써 위로했다. 그때 울리던 전화 벨소리. 받고 싶지 않았다. 아니, 받으면 안될 것만 같았다. 어쩌면 그때부터 예감 했을지도 모른다. 담담한척 예상하지 않은척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들었다. 아빠의… 아빠의…….
" 야! 신소은!……. 소은아…?!! "
3년을 바라본 대학에 입학해서 그런지 엄마 생각이 났다. 하지만 멍한 소은을 흔들어 대는 건이 덕분에 소은은 현실로 돌아와 어느덧 건이와 함께 도착한 경영학부 건물에 도착했다. 건이 덕분에 수강신청은 어렵지 않았다. 덕분에 수월하게 시간표를 짤 수 있었고 3월 2일, 엄마의 기일날인 오늘은 일찍 집에 들어갈 수 있다.
오늘 첫 강의는 전공 필수 인 [ 경영학 원론 ]. 경영학과에 첫 발을 내딛는 소은에게 가장 중요한 강의라고 할 수 있겠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그보다는 잠을 이기지 못한 덕에 OT를 가지 못했던 터라 아직 소은에겐 과 친구가 단 한명도 없다. 아니지, 건이도 경영학과니까 학과 친구가 되는구나! 또한 재수강을 한다고 건이도 경영학 원론을 수강신청했으니, 수업도 같이 들으면 되겠구나!!
" 건아, 여기 맞지? "
" 보면 모르냐? 경영대 304호실. 경영학원론 독고현 교수 "
" 맞네, 늦진 않았겠지? 빨리 들어가자, 빨리 빨리! "
" 뭐가 그렇게 급해.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신소은!! 릴렉스- 릴렉스- "
하지만 소은은 뒤를 따라오며 연신 릴렉스를 외쳐대는 건이를 무시하고 교수님과 눈을 마주칠 수 있고 강의를 가장 잘 들을 수 있는 가운데에서 세번째 자리에 착석했다.
" 야, 뭐 이렇게 앞에 앉냐? 좀 뒤로가자. 어? "
" 싫어. 난 우리 엄마 아빠한테 자랑스러운 딸이 되겠어. "
" 뭐래 "
" 모든 과목을 꼭! A플러스를 받겠단 말이지! 두고봐!! "
가방을 무릎에 올려놓곤 불끈 주먹을 쥐며 다짐하는 소은을 보던 건은 어이가 없는 나머지 그저 실소를 터트렸다. 저게 A쁠 맞는게 쉬운 줄 아나. 그래, 어디 한번 죽어라 해봐라. 한번 고생을 해봐야, 너도 이자리가 지겨워 질꺼란걸 알꺼다.
" 어? 건이 선배!! "
" 뭐? 건이 선배? 어머, 선배님!! "
소은이와 건이가 들어올때만해도 강의실 안엔 학생들이 별로 없었는데, 수업 시간이 가까워 질수록 학생들이 물밀듯이 몰려왔고, 대부분의 여학생들이 건이를 보며 선배님~ 선배님~ 하면서 꼬리를 흔들어 댔다.
" 건아, 후배야? "
" 어? 어. 넌 OT안나와서 모르겠지만, 얘네들 다 12학번이야. 너하고는 차원이 다른 파릇파릇한 스무살이지."
" 파릇파릇? 쳇, "
괜시리 세살어린 동생들이 미워 보인다. 꼭 말을 해도 저렇게 얄밉게 말을 해요. 쳇, 자기는 뭐 나이 안먹었나. 그렇게 뾰루퉁해 있는 소은은 메모장과 볼펜을 꺼냈다. 하지만 소은만 느끼지 못한 걸까. 학과생 모두들 OT때는 보지 못했던, 그것도 건이 선배의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소은을 예리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남학생들은 먹이를 눈앞에 두고 접근하지 못하는 눈빛으로, 여학생들은 그저 부러운 눈빛으로, 그렇게 소은을 바라보고 있었다.
" 이야, 신소은 인기 좋네 "
" 왜, 또. 무슨말을 하려고? 흥! "
" 뭐야, 너 삐졌냐? "
" 췟, 삐지긴 누가 삐져? 저리가. 개똥냄새나 "
" ㅁ…뭐? ㄱ…개똥? 야, 너 죽을래? "
" 으잇!! 개똥냄새 나는 얼굴 저리 치워!!!! "
' 우와, 신기하다 ' , ' 건이 선배와 어떻게 아는 사일까? ' . ' 여자친구아냐? ' , ' 몇살이지? ', ' 근데 개똥냄새는 뭐냐? ' 등……. 다양한 반응이 주위에서 쏟아졌다. 하지만 모두들 추측만 하고 있을 뿐, 아무도 다가가서 물을 생각은 안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용기있는 여학생 한명 등장이오!! 소은보다 뒤에서 두칸 멀리 떨어져 앉아 있던 한 여학생이 또각또각 구두굽 소리를 내며 소은에게 접근을 시도했다.
" 저기……. "
" 네?? 저…저요?? "
" 네. 혹시…. 경영학과 12학번이세요? "
" 네. 맞아요! "
" 아, 그래? 12학번 이구나. OT때 안나왔지? 반가워, 나도 12학번이야. 한유경이라고 해 "
소은이 12학번이라 대답을 하자마자 싱긋 웃으며 손을 내미는 유경. 하지만 소은의 나이를 예상하지는 못했는지 동갑이라 생각한 나머지 말을 놔버렸다. 그리고 그런 유경을 보며 마주 웃곤 소은도 손을 잡았다. 나이차가 있을꺼라고 이미 예상은 하고 있어고 이 모든걸 감수하고 사수를 봤다. 또한 어색한 공간에서 내게 먼저 손을 내밀어준 친구가 아닌가.
하지만, 친구를 맺기 전에 집고 넘어가야 할게 있었으니.
" 만나서 반가워, 유경아. 근데 난 스물셋 12학번이야. "
" 어?? "
" 들은대로야. 스물세살이야. 이름은 신소은.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
그건 바로 명칭.
어렵게 생각할것 없이 일단 세살이나 어린 동생들 한테는 언니,누나라는 소리는 들어도 되겠지?? 소은이 유경을 바라보며 마주 웃으며 악수를 했다. 동시에 소은의 발언에 강의실 안은 모두 얼어 붙었고, 유경은 덩달아 얼떨떨한 표정을 짓게 되었다. 어…어….그러니까……. 나랑 손잡고 있는 이사람이…….나보다 세살이나 많은… 사수생 언니……. 흐어업!!!!!!
" 어머, ㅇ… 언니! 죄송해요!! "
" 어? 죄……죄송하긴…. 난 괜ㅊ…… "
" 제가 초면에 실례가 많았어요. 바로 말 놔서 기분 나쁘셨죠. 정말 정말 죄송… "
" 에이, 됐어. 됐어. 앞으로 그냥 언니~ 라고해. "
" 그…그래도…. 너무 죄송해서…."
유경은 거의 흐느끼듯 죄송하다 말했다. 자신들과 또래라고 해도 믿어지는 얼굴인데, 무려 세살이나 많았다니! 더군다나 저렇게 웃으면서 얘기하는 소은의 모습은 유경의 입장에선 너무도 섬뜩했다. 분명 저 얼굴은 본래 모습을 숨기려고 하는 가면일꺼야. 확실해. 아직도 소은의 손을 맞잡고 있는 유경의 손은 소은이 느낄 정도로 무척 떨고 있었다. 그런 유경을 보며 소은은 또다시 씨익 웃었다. 흐업. 저 언니… … 우… … 웃는게 너무 무서워… .
사실 소은이에겐 무서움이라는 단어는 거리가 멀다. 158cm밖에 안되는 작은 체구에 마른 몸은 누가봐도 보호본능을 일으키기에 충만한 조건이다. 또한 싱글생글 누구에게나 잘도 웃는 소은은 누가봐도 호감형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는 조련에 능숙했다. 그녀는 무작정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면서 위엄을 보이는것이 아니라 웃으면서 그녀의 위엄을 보였다. 그 결과 소은의 조련에 농락당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최 건!
그런 소은을 알기에 웃으면서 유경에게 할말 다하나는 소은을 보며 건은 한쪽 턱에 손을 괴고는 둘을 바라보았다. 저러다 애 울겠네, 울겠어.
" 죄송할꺼 없데두? 그렇게 죄송하면! 나랑 친구하면 돼!! "
" ㅇ…에???? "
" 사실, 내가 OT때 안나와서 친구가 없거든. 건이도 물론 친구지만, 난 너희들하고도 친해지고 싶어. "
이제 소은은 유경을 넘어서 강의실 전체를 훑어보며 말했다. 모두가 숨죽이며 유경과 소은의 대화를 주시하고 있던터라 강의실안에는 소은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울렸다.
" 저어… 그럼… "
" 응? 이제 우린 친구야!! "
아직도 유경의 손을 놓치 않고 있던 소은은 세차게 다시 한번 다른 손으로 유경의 손을 맞잡고 악수를 했다. 덩달아 유경도 다른 한쪽 손으로 소은의 손을 마주 잡았다. 분위기가 묘하다. 뭔가 이언니…… .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싫지 않아. 뭔가 먼저 말걸기 잘했다는 느낌이 든 유경은 그제서야 방긋 웃게 됬다.
그런 둘의 모습을 보던 강의실은 모두 박수를 쳐주기 바빴고 옆에서 지켜보던 건도 피식-하고 웃을 수 밖에 없었다. 하여간 저녀석은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다니까.
하지만 모두가 평화롭고 화목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강의실에 누군가 찬물을 끼얹은 사람이 있었으니….
" 뭐가 이렇게 소란스러운거야? "
족히 180cm가 넘을것이 분명한 키에 균형잡힌 몸매는 강의실안에 있는 모든 여학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더군다나 저 얼굴은 누가봐도 40대 아저씨는 아니다. 게다가 30대 흔남도 아니다. 그는 누가봐도 이시대 훈남으로 인정할 만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4,50대 늙은 교수들만을 생각하던 학생들에게 한줄기 빛과 같은 어린교수가 등장한 것이다. 더군다나 저 당당함.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당당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그는 표정과 분위기 만으로 강의실 안을 제압했다.
현은 누가 봐도 '나 짜증났소' 하는 표정을 드러내며 둔탁한 교재를 교탁위에 올려놓고선 강단에 섰다. 그리고 강의실 주위를 둘러 보았다. 학생들 또한 소은과 유경이 악수를 나누었을 때보다 더 숨죽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동경의 눈빛, 선망의 눈빛.
선배들로부터 말로만 듣던 경영학과 최연소 교수가 바로 눈앞에 있는것이다.
아…… . 황홀한 그대여… … .
" 어이, 거기 둘. 이산 가족 상봉하는 것도 아니고, 뭐하는거지? "
" ㄴ… … 네?? "
서있는 유경과 앉아있는 소은이 맞잡고 있던 두손을 주시하며 현이 입을 열었다. 차갑다. 차갑다 못해 얼어 붙을 것만 같다. 안그래도 싸늘한 강의실인데 그의 말로 인해 강의실 안의 체감 온도가 급속도로 내려갔다. 그에 당황한 유경은 얼른 손을 뺐다. 하지만 소은은 아무말없이 그저 유경이 손을 뺐음에도 불구하고 악수하는 자세 그대로 그를 쳐다 보았다.
아…… .아… … .
" 학생 자리가 거기인가? "
"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
매의 눈으로 주시하고 있는 현을 향해 유경은 죄송하단 말을 남기고 얼른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곤 친구의 팔을 꼭 잡았다. 친구또한 유경이 가여웠는지 괜찮다고 토닥여 주었다. 유경이가 제자리에 돌아가서야 뭔가 강의실 안이 정돈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돌아간 학생의 손을 잡고 있던 다른 학생은 아직도 벙찐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뭐야… . 저 기분 나쁜 반응은…. 그리고 그의 표정이 드러났는지 그 모습을 본 건이 소은을 흔들었다.
" 야, 뭐해! 교수님이셔. 몸 똑바로 해, 얼른! "
" 어?…… 응…… "
뭐야. 분명 이 강의는 1학년 전필과목인데, 그럼 저 둘은 벌써 CC라는 건가. 아님, 재수강을 듣는 CC인가.…… . 잠깐, 이럴때가 아니지. 내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 거야. 그때 남학생이 여학생을 흔들어 깨운 덕에 여학생은 몸을 단정하고 그를 주시했다. 한동안 눈이 마주쳤다. 피하지 않는다. 저건 또 뭐하자는거야. 왜 저렇게 빤히 쳐다보는거지? 기분 탓인가. 괜히 그렇게 느끼는건가.
애써 무시하며 칠판으로 몸을 튼 그는 분필을 잡고 칠판 정 중앙에 글을 새겼다. 학생들 모두 숨죽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 독고 현 ]
칠판에 글을 쓴 현이 몸을 돌렸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강의실 전체를 훑어 보았다. 강의할 때 방해를 할만한 행동을 할 학생들은 없겠군. 하지만 가운데로 시선을 향하던 그는 조금 전만 해도 갖고 있던 생각을 변경했다. CC로 보이는 여학생이 자신을 다른 학생들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똘망똘망하게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잘은 모르겠지만, 왠지 저 학생은 조심해야 할 것만 같다.
" 보다시피 [경영학 원론]이라는 강의를 맡게 된 독고 현이다. "
현이 입을 열었다. 강의실 안 여학생들은 박수를 치기 바쁘다.
" 강의는 내가 들고 있는 이 교재로 할 계획이고, 모두 참고해서 다음 강의 시간까지 준비하도록. 선배들한테 익히 들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못들은 사람들을 위해서 말한다. 말투가 맘에 안들 수 있다는거 안다. 하지만, 노력은 하고 있으니 너무 강요하지는 말도록. 만약 듣기 싫다면 수강신청취소를 하면 된다. 다른 교수님 강의를 찾아서 들어도 좋다는 말이다. 선택은 너희들에게 있는 것이니, 나 또한 강요는 하지 않겠다. "
교수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말투는 전혀 고쳐지지 않고 있다. 그가 이 학교에 처음 왔을때가 서른살. 열아홉에 조기 입학을 했던 터라 남들보다 군대도 빨리 갔다왔고, 매년 계절학기를 들어서 그런지 그의 나이 스물네살에 대학을 졸업을 하게 되었다. 그 길로 미국으로 유학을 가 석사, 박사 학위를 땄다. 집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터라 어려운 길은 아니었다. 근 5년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현은 자신의 모교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았고 아버지 또한 회사 경영을 하기 전 교수로도 한번 일을 해보라 하셨기에 흔쾌히 승낙했다.
현이 서른살이 되던 해. 그러니까 처음 강단에 섰을때. 물론 그도 사람인지 무척 떨었었다. 하지만 그는 처음 강단에 섰음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강의를 보여주었고,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교수님으로 뽑히기까지 했다. 물론 그의 빠지지 않는 외모와 체격조건도 한 몫 했을것이 분명하지만, 그의 강의는 정말 명쾌한 해석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그가 강단에 선지 2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기 강의 TOP5에 들었다.
" ………점수는 이렇게 반영될 꺼다. 레포트가 많기로 소문난거 안다. 하지만 점수를 짜게 주는 편은 아니니 긴장풀도록. 자, 질문 "
대략 강의 계획을 설명하고서 다시한번 강의실을 훑어 보았다. 처음 그가 들어섰을때 보단 학생들의 긴장감이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사실 그는 그의 강의에 있어서 매우 엄격하다. 과제, 레포트, PT발표 등에서 엄격한건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지각과 결석에서 만큼은 더더욱 엄격하다. 현은 사회생활을 할 때 가장 필요한 덕목을 신뢰라 생각하는 사람이다. 믿음이 있어야 약속도 하는것이고 게약도 성립되며, 무엇보다 그사람에 대한 신뢰가 쌓여야 더욱 중요한 임무를 맡길 수 있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인성적으로 보다 나은 사람이 되길 바란다.
물론 학생들은 현의 의도를 모른다. 이유는 그가 한번도 말해 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현은 강의시간동안 불필요한 말은 안하는 타입이다. 굳이 고등학생이 아닌 대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해 줄 필요도 없고, 스스로 깨우쳐 알아 가는 것이 대학생의 능력이라 믿기 때문이다.
드디어 OT가 끝났다. 다들 교재 준비도 안되있고 강의 계획만 설명하다보니 일찍 강의를 마치게 되었다.
" 자, 질문 없지? 그럼 다음 강의 시간에 볼 수 있도록. "
" 수고하셨습니다! "
학생들이 소란스럽게 뒷문을 통해 나간다. 현도 교탁에 올려져 있는 교재를 챙겨 나설 준비를 했다. 빨리 돌아가 다음 강의를 준비해야한다. 하지만 그때 누군가 현을 불렀다.
" 저…… 교수님!! "
고갤 들어 그를 부른 학생을 보았다. 어……. CC다. 이 녀석은 아까 멍때리던 녀석인데……. 뭐지, 혹시 조금전 소란에 대해 죄송하단 말을 하려는 걸까.
하지만 현의 예상은 빗나갔다. 학생은 눈이 부실 정도로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 교수님, 교수님! 저 신소은이에요! 신.소.은!! "
" 그래서? "
요즘 학생들은 학점을 잘 맞으려고 교수들한테 이름을 알리려고 한다던데, 이 학생도 그걸 노리는건가. 그 덕에 뭔가 순수할 것만 같이 생긴 학생에 대한 이미지가 사라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현의 예상은 빗나갓다. 어찌나 크게 얘기하던지 강의실을 빠져 나가던 학생들 모두 그들을 쳐다보았다.
" 에이, 곧 교수님 여자친구 될 사람 이름정도는 알아두는게 좋죠!!!!!! "
" 뭐……? 여자친구… ????? "
소란스럽던 강의실이 한순간에 정적이 됬다. 더불어 현은 뒷골이 땡겨오기 시작했다. 잠깐, 지금 얘가 뭐라고 한거지? 평소 이성을 잃은 적이 없던 현에게 비상 경보가 작동했다. 처음 눈이 마주 쳤을때부터 이녀석은 경계 대상이었다. 방심한 자신이 문제였다.
하지만 소은의 발언에 경악한 사람은 현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바로……
" 야…!!!!!!!!! 시…… 신소은…!!!!!!!!!!!!! "
그녀의 9년지기 소꿉친구, 최 건.
건이었다.
* 훈캉 作 *
너무너무 늦었지면 염치 불구하고 돌아왔어요. 반겨주시리라 믿어요.
그동안 많은 일들이 벌어 졌었는데, 다 변명처럼 들리실꺼에요ㅠㅠ
변명이라면 변명이죠. 정말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하지만
저를 격하게 반겨주세요.
늘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ZEAL입니다. 흐규규귝흐규귝
그럼, 반응봐서 돌아올게요. 조금만 기달려주세요!!!!!!!! ♥.♥
[ 업쪽 = 댓글다는 정성을 보여주시는 人 ]
ㅎㅎㅎ 소은이 넘 귀여워요 웬지 교수님이랑 잘될꺼 같은 예감이..팍팍팍
완전 재밋어요ㅋㅋㅋ언제쯤 올라올까하고 기다리고 있엇는데ㅋㅋㅋ아 넘 재밋어요ㅋㅋ담편도 기대할게요!업쪽 보내주셔야돼요!
웃기네요~ㅋㅋㅋ 오랜만에 재미있는 소설 볼거같아요~~ 업쪽 보내주시고~ 빨리 다음편 업뎃해주세요`ㅋㅋㅋ
저런 귀엽고 당돌한 모습 좋네요 소은이+_+ 의히힛! 담편기대할게요!
ㅋㅋ 완전 귀요미네요 ㅋㅋ 막 귀여운척 하는 여주가 아니게 제일 좋아요 ㅋㅋ
아 완전 기대된다능 ^^ 담편 기다릴께용
와우! 대담한 소은양ㅠㅠ 부러워요!!! 왠지 교수가 꽉 잡혀살듯??? 담편 기대할께요!
와 진짜 솔직한 모습이 좋네요. 당황하는 교수님이라! ㅋㅋ. 생각만 해도 웃긴... 앞으로 전개가 궁금해지네요. ㅋㅋㅋ.
잘봤습니다^^ 다음편 기대할게요~~~!!
담편도 기대할께요 ㅎㅎ
다음편도 기대하게써요 ㅋㅋㅋ
옹야 ㅋㅋㅋㅋㅋㅋ 사수해서 갈 이유가 있는 대학교였네요. 근데 건이는 그럼 머리가 엄청나게 좋다는 건가요? 한 번에 붙었네 건이. 그나저나 조련하는 소은ㅋㅋ 어리게 생겨가지고는 당돌하고 조련까지 잘해요. 그리고 사수해서 머리도 인정받고! 앞으로 캠퍼스 생활 잘 그려주세요~
ㅠㅠㅠㅠㅠㅠ독고현같은교수님이계시다면 저야말로 사수를 해서라도 가고싶네요..아 친구도 왠지 좋고 다 좋습니다 좋구요!!!!!!
우워, 소은이 뭔가 존경스러운데욬ㅋㅋ 이런 교수님, 학생 요런 장르를 좋아하는지라 벌써부터 기대되네욬ㅋㅋ
재밌어요!!
재밋어욬ㅋㅋㅋ
아!!완전 재밌어요!!!!담편보러바로가야겠어요!!
와~~ 제친구가 바로 "신소은"이라는 친구가 지금도 자주 만나면서 친한 그 친구를 ....후후후 +_+ 반가운!!!
여기서 이렇게 소설로 보니 너무 반가운것같아요 ㅎㅎ 왠지 전 단방에 끌릴것 같은 예감이 팍팍 들면서~!!!!
작가님의 글 재미있게 시청하겠습니다 ^ㅡ^ 첫편 빵빵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요~~~ 추천도 함께 남기고 갑니다 ~~슝슝!!! ㅎㅎ
잘 보구가요~ 다음편 쭉쭊 달리러 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