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교리상식] (54) 제7계명 - 도둑질을 하지 마라
제7계명 '도둑질을 하지 마라'는 소극적 측면에서는 다른 사람 재산을 부당하게 빼앗거나 착복하는 일 또는 다른 사람에게 재산상 손해를 끼치는 일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적극적 측면으로는 현세 재물과 인간 노동의 결실에 대해 소유한다기보다 관리한다는 차원에서 정의와 사랑을 실천하라는 것입니다. 이는 경제정의를 실천하는 것과도 관계됩니다. 「가톨릭교회교리서」(2401-2463항)를 따라 제7계명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봅니다.
재물의 보편적 목적과 사유재산
재물과 관련한 교회 기본 가르침은 '재화의 보편적 목적', 곧 모든 재화는 원래가 온 인류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교회가 사유재산권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교회는 사유재산권을 옹호합니다. 하지만 사유재산을 존중하고 사유재산권 행사를 존중한다 하더라도, 재물의 보편적 목적이 무엇보다도 우선합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사목헌장에서 "재화를 사용하는 사람은 합법적으로 소유하는 외적 사물을 자기 사유물만이 아니라 공유물로도 여겨야 한다"(69항)고 천명합니다. 한 마디로, 재산 소유자는 자신이 하느님의 관리자로서 그 재산을 관리하는 것으로 여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상 재화는 만인을 위해 곧 공동선을 위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정치권력은 공동선을 위해 소유권의 정당한 행사를 규제할 권리와 의무를 지고 있습니다.
인간과 재물에 대한 존중
도둑질은 타인의 재물을 부당하게 빼앗는 행위입니다. 비록 국가 사회가 정한 민법 규정에는 어긋나지 않는다 해도 부당함이 보이면 제7계명을 거스르는 것입니다. 빌린 재물이나 습득물을 일부러 간직하는 일, 장사할 때 속임수 쓰는 일, 부당한 품삯을 지불하는 행위, 타인의 무지 등을 틈타서 부당하게 물건값을 올리는 행위들이 그러합니다.
나아가 자신의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 투기, 매수, 탈세, 위조, 과도한 지출과 낭비는 물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과 공공기물을 함부로 파손하는 행위, 정당하게 맺은 계약을 임의로 파기하는 행위 역시 제7계명에 위배되는 잘못들입니다. 부정하게 내기를 하거나 노름에서 속임수를 쓰는 행위는 중죄에 해당합니다.
제7계명은 또한 인간과 피조물 전체에 대한 존중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인간을 노예처럼 부리거나 상품처럼 취급하는 행위는 모두 인간 존엄성과 기본권을 거스르는 죄입니다. 또 동물이나 식물, 광물뿐 아니라 생태계와 자연환경 전체가 전 인류를 위한 것임을 깨달아 미래 세대까지 물려줄 수 있도록 잘 관리해야 합니다.
인간 노동과 경제 활동
인간의 노동은 하느님 창조사업을 계속하라는 명령을 이행하는 것입니다. "일하기 싫어하는 자는 먹지도 말라"(2테살 3,10)는 말씀처럼, 노동은 권리일 뿐 아니라 의무이기도 합니다. 노동을 통해 인간은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며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실현합니다. 나아가 노동의 수고를 견디어냄으로써 어떤 의미로는 하느님 구속사업에 동참하며, 자신을 성화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또 세상일에 그리스도 정신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노동을 통해 자신과 가족의 삶에 필요한 것을 마련하고 인류 공동체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노동이 사람을 위해 있으며 사람이 노동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님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경제 활동에 있어서는 사회정의가 요구됩니다. 기업 책임자들은 이윤 증대뿐 아니라 인간의 선익도 유념하면서 자신들의 활동에 대한 경제적 생태학적 책임을 져야 합니다. 취업과 직업 선택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되며, 노동의 대가로 적정한 임금이 보장돼야 합니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
물질적으로나 영적으로 궁핍한 이들을 돕는 것은 참으로 사랑의 행위입니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은 복음의 요청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신앙인들은 가난한 이들에 대한 자선과 희사를 아끼지 말며 그들의 이웃이 돼 줘야 합니다.
이는 국가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유한 나라들은 발전 수단을 스스로 확보할 수 없거나 비극적 사건들로 인해 제약을 받고 있는 나라들을 도와 줘야 할 도덕적 책무가 있습니다.
이것은 연대성과 사랑의 의무입니다. "부유한 나라들이 누리는 복지가 공정한 대가를 치르지 않은 자원으로 얻어진 것이라면, 정의를 실천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교회는 가르칩니다.
그뿐 아니라 자연재해나 질병 등으로 고통을 겪는 나라들에 대해 국제사회가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응급 구호 외에도, 부유한 국가들과 국제사회는 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나라들을 뒷받침해 줘야 한다고 교회는 강조합니다.
[평화신문, 2009년 3월 29일,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