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소식은 궁금한데
설을 쇠고 나니 코로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이미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수치인 2만 명을 넘어섰다. 자차를 운전하지 않는 나는 대중교통 이용이 머뭇거려져 이동에 제약을 많이 받는다.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갈 일이 없지만 교외로 나가는 산책을 위해서라면 시내버스나 열차를 타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어 갑갑하다. 집에서부터 걸어갈 수 있는 산책 코스만 맴도는 처지다.
코로나가 닥쳐오기 전에는 나는 한겨울에도 피어나는 들꽃을 찾아나서는 호사를 누렸다. 근동에서 그런 들꽃이 어디에 피는지 훤하다. 용추계곡을 들어가 진례산성 동문을 넘어 평지 임도를 걸어 진례 송정으로 나가기도 했다. 얼고 녹고 하던 묵정밭에 자란 냉이를 캐면서 광대나물이나 봄까치가 피운 꽃을 봤다. 진례 면소재지에서 버스를 타면 장유에서 환승해 창원으로 돌아왔다.
소한 무렵 북면 양미재를 넘어 산정마을 주막에서 농주를 들고 칠월 무기로 내려가 돈담마을 볕바른 자리에 피는 봄까치꽃도 보기도 했다. 그보다 더 이른 새해가 오기 전 묵은해 연말에 핀 봄까치꽃도 봤다. 함안 군북역 남향에서도 봤고 남강이 낙동강 본류에 합류하는 대산 장포 마을회관 곁 거름무더기에서 해맑은 꽃잎을 펼치고 있었다. 오가는 이들이 없어 혼자 봐 미안했다.
마산역으로 나가 진북으로 가는 농어촌버스를 타면 서북동 종점까지 갔더랬다. 봄날이면 산나물을 뜯느라 가끔 들린 심심산골이다. 한겨울에 그곳으로 가면 가야사와 구원사로 오르는 임도를 따라가면 남향 볕바른 자리에 피어난 광대나물꽃을 보기도 했다. 진동 버스환승장에서 남파랑길을 걸어 장기에서 선두로 가는 뒷개에서도 광대나물이 피운 자주색 꽃을 봤던 적이 있었다.
1번 마을버스를 타면 동읍 주남저수지를 둘러 낙동강 강가 신전마을 종점에 닿는다. 거기서 창원시민들의 식수를 공급하는 대산정수장 근처로 나가면 꽃다지가 피운 앙증맞은 꽃을 보기도 했다. 무를 뽑아간 밭이랑에서 모래먼지를 덮어 쓰고도 노란 꽃을 피웠다. 북면 화천리에 국밥집 담벼락에는 한겨울인데 냉이가 좁쌀 같은 꽃을 피웠고 곁에는 봄까치도 꽃을 피워 있기도 했다.
지난 몇 해 대한에서 입춘 사이에 진동 다구리로 나가 일찍 피던 매화를 보고 온 적도 있다. 1002번 지방도를 따라 해안선을 돌아가는 마을 뒤에 임진왜란 당시 순절한 의병장 제말 장군 무덤이 나온다. 그 무덤 아래 묵정밭에 전정을 제대로 하지 않은 매실나무에서 분홍색으로 점점이 피던 매화를 보기도 했다. 창원 근교에서 피는 매화로는 가장 먼저 봤던 꽃으로 기억이 남아 있다.
올해도 한겨울에 핀 들꽃을 보긴 봤다. 대한 이후 버스를 한 번 더 갈아타 북면 외감마을로 나가 동구 밖 묵힌 논으로 흘러드는 수로에 절로 자란 미나리를 걷어왔다. 그걸로 아파트 맞은편 상가 주점에서 전을 부쳐 안주로 삼아 봄내를 맡았다. 그날 미나리를 걷어 수로를 따라 나오니 광대나물이 자주색 꽃을 지천으로 피워 있었더랬다. 안담마을 분재원 축대에 핀 영춘화도 봤다.
코로나 감염 우려가 없다면 버스나 열차를 타고 어디로든 떠나 겨울에 피는 들꽃이나 매화를 볼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해 답답하게 지낸다. 그마나 한 가지 위안이라면 지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올려둔 매화를 봐 다행이다. 지인이 사는 곳은 기장으로 그곳 동해남부 해안은 매화가 일찍 피는 동네였다. 벌써 열흘 전 만개한 매화 사진을 블로그에 올려 향기까지는 맡지 못해도 반가웠다.
설을 쇤 음력 초이튿날 집에서부터 걸어 산책을 나섰다. 미세먼지가 뿌옇게 끼고 볼에 스친 바람은 차가웠다. 그럼에도 봄소식이 궁금해 퇴촌삼거리에서 사림동으로 건너가 창원의집에 들어섰다. 보름 전에 봐둔 토담 앞 홍매화망울은 그새 조금 더 도톰해져 있었다. 그래도 꽃잎을 펼치려면 날짜가 며칠 더 흘러야 될 듯했다. 창이대로 주택지 남향에서 본 홍매화망울도 마찬가지였다. 22.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