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대 피로·건망증·정력감퇴·신경질 이유는?
매경신문
대기업 부장 A씨(48). 대화중 상대방에게 말을 되묻는 일이 잦아졌다. 상대방 발언이 몇분째를 넘어가면 어김없이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한참 보고서를 읽다가 첫 장으로 돌아가는 일은 부지기수다. 분명 눈으로는 읽었지만 머리는 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공식회의 같은데서 한마디 할때면 중간에 논지가 흐트러져 대충 말을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다. 요점과 핵심을 포착해 표현하기가 벅차게 느껴진다. 일의 순서를 정하기도 어렵고 계획한 일을 마무리 하기도 힘들다.
노화방지전문 병원 `AG클리닉`의 권용욱 원장은 "여성보다는 남성, 특히 업무 부담이 많은 50대 남성 CEO.임원들이 활력감소를 이유로 많이 찾아온다"며 "이들은 대부분 예전에는 며칠씩 밤새워 일해도 끄떡 없었는데 요즘은 쉽게 피로해지고 정신집중이 안된다고 호소한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 몸도 늙고 정신력도 쇠퇴한다. 그 요인중 하나로 지목되는 것이 성장호르몬이다.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되는 성장 호르몬은 성장기 아동의 키를 자라게 한다. 그러나 어른이 돼서도 성장호르몬은 계속 분비가 되는데 성장판이 닫힌 후 성장호르몬 기능은 `노화방지`다. 단백질 합성을 통해 우리몸의 근육과 뼈, 피부, 장기를 팽팽하게 유지시켜 주는 것이다. 신체 활력은 물론 정신의 민활성을 유지하는데도 성장호르몬은 중요한 기능을 한다. 20대에 정점에 달한 성장호르몬은 30대부터 10년마다 14.4%씩 감소해 60대가 되면 20대의 3분의1 수준으로 줄어든다.
평균보다 훨씬 더 빨리 성장호르몬 분비가 줄어든다면 `조로(早老)`를 경험하게 된다. 신체변화로는 피부콜라겐이 감소해 주름이 늘고 머리카락이 가늘어진다. 복부지방이 두드러지는 대신 근육은 감소한다. 남성의 경우 성욕과 발기력이 감퇴한다.
`성인 성장호르몬 결핍증 진단 체크리스트`는 25가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그 중에는 △글을 몇번씩 읽어야 머릿속에 들어온다 △쉬운 일을 하는데도 힘이 많이 든다 △종종 말하려는 요점을 놓친다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다 △기억력이 떨어진다 등의 항목이 포함된다. 한마디로 `활력감소에 의한 업무능력 감퇴`로 요약할 수 있다. 일의 성과가 곧 인생의 성패로 이해되는 현대사회 구성원들에게 업무능력 감소는 어쩌면 발기부전보다 더 심각하다.
성장호르몬 부족여부는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진단결과 현재의 신체적.정신적 무기력함이 성장호르몬 부족에 기인한다고 결론내려진다면 이를 보충해 주는 치료법이 쓰인다. 성장호르몬의 보충은 주사제로만 가능하며 아직 경구용 제제나 바르는 약품은 개발되지 않았다.
보충요법의 최소 치료기간은 6개월이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효과는 활력증가, 불면증 개선 등 정신적 변화다. 이후 피부 탄력성 증가, 성욕회복, 복부비만 개선, 시력개선 등의 신체적 변화로 이어진다. 권용욱 원장은 "치료를 받은 사람들중에는 골프 비거리가 늘어났다고 좋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근육량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장호르몬 보충요법의 대표적 부작용으로는 손발과 얼굴이 붓는 부종을 들 수 있다. 치료초기에 약 15%의 환자에게서 부종이 나타난다. 몸살과 두통 등도 나타나지만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성장호르몬 보충요법은 아직 일부 부유층의 `웰빙치료` 차원에 머무르고 있다. 성장호르몬의 월 치료비용은 50만원을 훌쩍 넘어서고 일반 질환처럼 `완치`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효과를 유지하려면 계속 주사를 맞는 수밖에 없다.
경희의료원 내분비내과 김성운 교수는 "흡연, 음주, 스트레스 등은 모두 성장호르몬 분비를 저해하는 습관"이라며 "반면 규칙적 운동과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은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