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木會 단풍맞이 南道旅行 ( 2013.10.28 ∼29 )
~~가을엽서를 날리며~~
‘10월의 어느 멋진 날’ 이라는 노래 흥얼거리며 월목회는
가을 단풍 나들이를 떠난다. 가을이 짙게 내려앉을 때,
1박 2일 여정으로 훌훌 마치 구름에 달 가듯
그림자 가듯 나그네가 되어….
아마 그 산에서는 단풍이 사운대고, 혹시 갈바람 휘날리며
낙엽비가 꽃비처럼 내릴지도 모른다.
가을엽서 부치듯이 말이다.
9명은 안항(雁行)되어 남녘으로 가는 기러기 떼처럼 날갯짓한다.
어쨌거나 긴 여행이나 짧은 여행이나 어른이나 아이나 여행길 떠남은 설렌다.
이번의 길라토비는 어김없이 시우, 모범운전기사는 규형, 기선, 시우다.
회장은 당연히 장기 집권하는 상호이고, 자칭 성의학박사 석기,
해양생태해설사 정웅, 약초채집사 원명,
강화문화해설사 재혁, 그리고 촛짜 숲해설사 영인이다.
하여간에 이번 여행 진영은 대단하다.
차 안에서는 성의학박사 석기의 질펀한 강의가 배꼽 잡는다.
대개가 ‘~그라형’ 강의다.
이번에는 강의교재연구는 두툼한 수첩에다 깨알 같은
글씨로 가득 채워 왔다. 너무 웃어 허리가 아프다.
불쏘시개·담뱃불 같은 일흔 줄의 늙은이들이 양기가 입에
올라 다들 한 마디 추임새까지 넣는다.
세계가 다 아는 성인군자(聖人君子) 회장도 한 마디 거드니,
타락(墮落)은 금방이다.
지금 ‘~그라’ 없이 현역병으로 ‘씽씽’ 달린다는 J만 가소롭다는 표정을 짓는다.
겉으로 비아냥거리지만 내심으로는 부러운 눈치가 역력하다.
성의학 사자성어(四字成語) 퀴즈에 내가 가장 많이 맞춰
군계일학(群鷄一鶴)이 되었으나, 이젠 한물간 퇴물영감태기다.
사방 가을이 짙게 내리고 가을걷이가 거의 끝났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산에는 “오메, 단풍들것네!”라는 말이 저로 나온다.
단풍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것이 틀림없다.
자연송이의 고장 봉화(奉化)에서 벼르고 벼르던 점심상을 맞는다.
이번나들이 기획은 눈맛·입맛·코맛·귀맛 골고루 기획하였다.
자연송이 덮밥을 다들 난생(卵生)처음 먹어 본다.
그저 향(香) 기막히다고 귀동냥으로 들어 살살 저며 펴 올린 송이를 먹는다.
더구나 올해는 태풍이 없어 자연송이가 흉년이라 금송이가 되었다고 한다.
나는 그저 문외한이라 짚세기 냄새가 나는 것 같다. 1능, 2송, 3표라고 했던가?
아마 버섯최고의 음식거리가 되기에 틀림없다. 진시황이 그리도 구하던
불로초(不老草) 영지(靈芝), 서양 최고의 요리 송로(松露),
그리고 상황(桑黃)버섯까지….
차는 내달려 청량산(淸凉山) 청량사(淸凉寺)의 주차장에 닿는다.
걸어서 1.3㎞,폭은 1.5m 정도. 산행 길은 흙길 오솔길 정도지만 포장으로
뒤덮힌 어느 둘레길보다 더 정겹다. 요즈음 둘레길,
오솔길들은 너무나도 친절한 산행길을 만들어 놓았다.
계단에 난간, 밧줄 등. 친절한 배려는 어떤 때는 올리가고
내려가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자연을 보러 온 사람들에게 인공을 덕지덕지 쳐 바르는 것도
등산하는 사람들에겐 과잉친절일 수 있다.
그리 힘든 코스는 아니지만 허우적허우적 산따라 구불구불 올라간다.
나이 든 굴참나무 두툼한 껍질은 너와집 짓기에 안성맞춤이다.
애기단풍이 곳곳에서 우릴 반긴다.
단풍산이 울긋불긋, 형형색색(形形色色) 아웃도어를 입은 알록달록 사람들!
아기단풍, 패션단풍이 가을 길을 수놓는다.
몇 년 전에 갔던 강천산과는 또 다른 단풍이 골짜구니마다 이어진다.
청량사는 산등성이에 둥지를 튼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사찰이다.
서쪽에는 우뚝 솟은 암봉(巖峯)이 자리잡고 있다. 내가 본 절간 중에 가장 고즈넉하다.
산속에서 바라보는 가을하늘은 시리도록 청량(淸凉)하다.
‘하늘마음’이 절로 생긴다. 하늘 같이 ‘맑고, 밝고, 넓고, 고요한 마음이 생긴다.
절의 4개 사물(四物)인 범종, 법고, 운판, 목어가 사바세계(裟婆世界)의
찌든 인간에게 깨달음을 전해준다.
불교의 불전 사물(佛殿 四物)은 아침, 저녁 예불 때 치는
불구(佛具)로 범종(梵鐘), 법고(法鼓), 목어(木魚), 운판(雲版)있다.
이 사물을 치는 순서는 법고(法鼓) → 범종(梵鐘) → 목어(木魚) → 운판(雲版)
순으로 친다고 한다.
법고는 땅에 사는 중생을 위하여, 범종은 천상과 지옥 중생을 위하여,
목어는 수중에 사는 중생, 운판은 하늘에 사는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울린다고 한다.
숲해설 초짜인 나는 또 쳇병이 도져 아는 체를 한다.
“3신5고7단9당이니라.” 잎이 세 갈래로 갈라진 것은 신나무요,
5개로인 것은 고로쇠나무, 7개인 것은 단풍나무, 9개인 것은 당단풍나무이니라!“
하여간에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 했으니 내가 그 꼴이라.
식자우환(識字憂患)이다. 그래도 다들 단풍 구경 잘 왔다고 한다.
안동에 들려 안동댐 월영교(月映橋)를 거닐고,
안동의 명물 ‘헛제사밥 고등어 정식’을 먹는다.
배고픔을 달래기 위한 일명 가짜 제삿밥이다. 규형이는
탕국이 맛있다고 서너 그릇을 먹는다.
하기야, 제사 끝난 다음에 먹는 다시마와 무와 쇠고기를
넣어 푸욱 끓인 탕국은 별미다.
상가(喪家)에 가서 전혀 음식을 먹지 않는 기선이는 좀 찜찜한가 보다.
여기서 난생 처음 상어고기인 돔베기를 먹어 본다.
전라도 지방에서는 제사상에 홍어가 올라가듯
경상도에서는 문어와 돔베기가 제사상에 올라간다고 한다.
“이제 제삿밥을 받아먹었으니, 다음부터는 제사 받을 생각은 아예 말어!”
누군가 말한다.
우여곡절(迂餘曲折) 끝에 친절한 아줌마 모텔에서 푹 자고서,
아침에 시원한 황태 해장국으로 속을 푼다.
다들 북엇국이 시원하다고 이구동성(異口同聲)이다.
영주 부석사에 다다라 한국 최고(最古) 목조건축물인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에 기대본다.
천년의 풍상(風霜)이 뱃살을 트게 하였건만, 세계적인 백미(白眉)이다.
물론 착신현상 공법이겠지만 통나무에 먹줄을 퉁겨 일일이 자귀로
다듬어 배흘림기둥을 만든 조상의 손놀림이 눈에 선하다.
거기다가 배흘림기둥 밑 자연석 주춧돌에 밑기둥을 절묘하게
깎아 세운 그렝이공법은 다시 한 번 쓰다듬어 보게 한다
먹통에서 먹줄을 길게 잡아 당겨 나무 끝에 먹줄꼭지
바늘을 꽂고 튕겼을 그 당시를 생각해 본다.
또 목재나 석재에 먹칼로 그어 다듬던 솜씨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높은 경지에 도달한
목수만 할 수 있다고 요즈음 한옥 짓기를 배우는 정웅이가 귀띔한다.
석양을 앞 보며 가을밤 초저녁에 인천에 닿는다.
두부만두전골에 막걸리 두어 순배로 뒤풀이를 마감한다.
인생의 저문 길,
이런 나들이를 몇 번이나 더 갈 수 있을지 가늠해 본다.
어려웠으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유년시절을 지나,
이젠 하나, 둘 지워야 하는 인생의 노을 길에 선 우리는
가끔 김선희의 「그 옛집」 시구처럼,
“이 가을/
감잎만큼만/
물들일 수 있다면….“//
누가 그랬다.
‘친구란 공유(共有)하는 경험을 넓혀가는 사이라고….’
- 文霞 鄭永仁 -
Serenade To Spring / Secret Garden
2013 . 11 . 7 oshew
oshew45@hanmail.net " target=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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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월목회, 배흘림기둥에기대서다
너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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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1.09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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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모아서 수필집 내셔야 겠습니다. 삶의 깊은 가을에 우정의 향기가 참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가을 깊은 산사의 향기. 버섯의 향기 ....... 거기에 멋진 음악의 향기에 잠겼었어요, ^^ ^^
예전에 읽었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도 생각나고, 갑자기 성함이 가물거리는 박물관장? 하셨던 분이 지으신
'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인가요?
그 책도 생각났구요, 감사합니다. 멋진 글 많이 쓰세요.
@@@그렇습니다 @@@
전 국립박물관장을 했던 '최순우 박사'가 쓴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라는 책입니다.
출판사는'학고재'고요.우리나라 문화재에 대해 아주 해박하게 쓴 글입니다.
제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이 가을이 또 갑니다.
친구들과 일주일에 두 번 만나고, 춘추로 나들이도 떠납니다.
나는 <던버의 수>를 좋아합니다. 1-15-150 이라는 수을, 너무나 스마트한 세상이라 오직자기만 들여다
보는 것 같습니다.
아...이 가을 친구들과의 여행 넘 좋았겠어요..
이틀간의 여정이 담긴 글도 잘 보았습니다.
@@@ 던버의 수가틀렸네요 @@@
* 던버의 수 : 5 -15- 150
* 5 : 가장 친한 친구
* 15 : 좋은 친구
* 150 : 적절한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