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전화가 있지만 잘 받지 않는다. 쓸데없는 광고 전화가 대부분이다. 각자핸드폰이 있어서 불필요한 집 전화를 없애자고 성화를 부려도 남편은 반대를 한다. 마을에 어르신들이 많다보니 용건이 계시면 집전화로 하기 때문이다.
마당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집전화가 울린다. 울리다 말겠지 했는데 한참을 끊어지지 않고 벨이 울린다. 가끔 시누이나 딸아이가 집으로 전화를 하는 경우도 있고 오랫동안 전화벨이 울릴 경우 급한 전화일거 같아 허겁지겁 달려와서 받았다.
“케이블 방송인데요. 티브이 보시는 거 바꾸시라고요.”
뚝, 끊었다. 허겁지겁 달려온 보람이 없다. 이곳은 충청방송에서 유선을 달아 티브이를 보고 있다. 굳이 잘보고 있는데 귀찮게 바꾸고 싶지 않다.
농사일을 마치고 마을형님과 운동을 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대전번호가 떠서 혹시 큰형님께서 전화하신 줄 알고 받았다. 역시 티브이 방송을 케이블로 바꾸라는 전화다. 화가 났다.
“저기요. 저희 티브이는 야구밖에 안 나와요. 그래서 바꿀 맘이 없으니 전화하지 마세요.”
하고 끊었다.
옆에서 통화내용을 듣고 계신 마을형님께서 웃으신다.
“무슨 소리야. 그 집 티브이는 야구밖에 안 나와?”
“네, 하루 종일 야구밖에 안 나와요.” 하니 의아해하며 바라보신다.
우리 집 티브이는 정말 야구밖에 안 나온다. 남편이 집에 있을 때는 하루 종일도 부족해 밤새 야구만 틀어놓는다. 드라마나 뉴스는 볼 수가 없다. 가뭄에 콩 나듯 멜로드라마에 꽂혀 볼라치면 불안에서 못 본다. 드라마가 재미있어 웃고 있으면 다른 채널로 얼른 돌려버린다.
‘식상하다나 어쩐다나.’
한곳을 오래 시청 하지 않고 리모컨으로 자꾸 채널을 바꾸는 남편 때문에 티브이를 끊었다. 하루 종일 남편이 어떤 채널을 시청하던 신경쓰지 않는다. 그 뒤로 우리 집은 평화가 흐른다.
티브이 리모컨을 신체일부인양 붙들고 사는 남편. 밥 먹을 때는 국그릇 옆에 두고 잠잘 때는 한손으로 붙들고 잔다. 한 팔을 뻗어 손으로 쥐고 언제든 티브이 전원을 누를 준비가 되어있다. 분명 코를 드르렁 골며 자길래 쥐고 있던 리모컨을 살짝 빼서 티브이를 껐다. 자다가 깜짝 놀란다. 그러면서 보는데 왜 티브이를 껐냐고 한다. 그리곤 바로 켠다. 남편은 도대체 자는 건 무엇일까? 그리고 자면서도 본다는데 무슨 초능력자인가. 알 수 없는 습관이다.
농번기는 야구만 틀어대고. 겨울이 되면 할 일이 없어지니 아줌마처럼 아침드라마에 빠진다. 나는 아침드라마에 관심이 없다. 전에는 출근했기 때문에 더욱더 그랬다. 저녁에 퇴근하고 돌아오면 식탁에서 줄줄 3방송 아침드라마를 꿴다.
‘어쩌고저쩌고..’그럴 땐 우리남편의 모습은 주부 같다. 확! 그냥, 막~ 아줌마라고 부르고 싶다.
“이봐요. 태순씨 그러지 마세요.”
나의 남편은 태현 이다. 가끔 아줌마처럼 드라마얘기를 해댈 때면 태순씨 라고 부른다.
야구만 틀어대면 함께 야구를 보면 되지 않느냐고 하시겠지만 난 아줌마라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다. 고등시절 작은오빠를 따라 동대문운동장(예전에는 서울운동장)을 야구구경 가자고 해서 따라간 적이 있다. 나는 야구경기가 끝날 때까지 관중석에서 왔다갔다만 했다. 전혀 스포츠에 관심이 없다.
남편은 부지런한 성격때문에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그래서 몸이 바짝 말랐다. 아무리 먹고 또 먹고 자다 일어나 시간을 불문하고 먹어도 배가 등에 붙었다. 그런 남편을 딸과 나는 부러울 따름이고 선망의 대상이다. 시누님들은 어떡하든 남편을 살 좀 붙게 하라고한다. 방에 가둬두고 꼼짝 못하게 하란다.
“그러다 나가고 싶어 더 살이 빠지면 어떻게 해.” 하면 딸은 그런다.
“뭐 걱정이야. 방에다 티브이 설치하고 야구를 틀어주면 되지”한다. 정답이다!
매일 야구 경기하는 소리만 들으니 나도 모르게 집안을 돌아다니며 항상 하이라이트로 나오는 음악을 흉내를 낸다.
“우~후후. 우~후후.” 반복수업이 무섭다. 나도 모르게 입에 배어버렸다.
“우~후후~우~후후~~”하고 다니는 나를 보고 빙그레 웃는다.
리모컨을 자기 몸처럼 붙이고 사는 남편이 얄미울 때가 있다. 그럴 땐 남편이 일찍 잠이 들면 티브이 코드를 빼어 놓는다. 간만에 야구경기소리를 듣지 않으니 집안에 고요가 흐른다. 그것도 잠시, 남편이 잠에서 깨어났는지.
내 핸드폰으로 문자가 온다.
“거실 티브이 코드 좀 꼽아줘.”
나는 자는척하며 남편의 문자를 씹는다. 그러면 내가 자거나 말거나 핸드폰으로 전화를 한다.
“거실 티브이 코드 좀 꼽아줘.”
그 뒤로 나는 티브이 코드를 절대로 뽑지 않는다. 나만 손해이니까.
이 방법은 처음 내가 아이들에게 자주 써먹은 방법이다. 침대에 누워 귀찮으면 아이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엄마 자게 엄마방문 좀 닫아줘. 불꺼줘.”
그러면 아이들은 문자를 받고 내 방문을 닫아주곤 하였다. ‘귀차니즘이’ 나에게 문자를 보내라고 시킨 것이다. 이것을 배워서 남편은 나에게 자주 써먹는다.
지금 거실에선 야구경기가 한참이다. 아마도 리모컨을 들고 티브이를 향해 팔을 뻗으며 자고 있을 것이다. 직접 보지 않아도 항상 그 자세였으니까. 마을사람들이나 친척들이 오면 거실의 티브이가 너무 작다고 바꾸라고 한다. 나는 절대 그럴 생각이 없다. 왜냐고? 야구만 나오기 때문이다. “우~~후후..우후후..~
첫댓글 남편이 야구를 무척 좋아하는군요. 남자들은 대체적으로 야구를 좋아하지요. 여자들 가장 싫어하는 것이 남자들 군대이야기라고 하는데, 더 싫은 것은 남자들 군대 가서 축구한 이야기라고 하지요. 어쩌면 그것보다 더 싫은 것이 남자들 군대가서 야구한 이야기가 될 것 같군요. 하기야 야구는 잘 하지 않으니 그럴 염려는 없지만. 아무튼 울지 않고 야구 보고 잘 놀고 있으니 다행으로 생각하십시오.
샘의 댓글이 명답입니다. 은근 유머가 있으세요. 책보고 있는 지금도 거실에서는 아나운서가 열성적으로 야구중계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저 정도면 질려서 토 나올 거 같은데 아마도 음악소리로 듣나봅니다. 남편이 매일 책보는 저를 이해 못하는 거나 같은 거겠지요.
ㅎㅎㅎ^^제밋게 사십니다^^부럽네요~~ 더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가정적인 남편도 없을테니까요~~^^
다음생애에는 조금은 덜 부지런한 남편으로 야구보다 드라마를 함께 보고 대화를 할 수 있는 남편으로..
난 다음생애는 그냥 태어나지 말아야지.
@수연 서문순 ㅎㅎㅎ 꼭 다시 태어나 남편과 역활을 바꿔서 살아 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그렇게 되거던 아내분과 같은 바향으로 가시기 바랍니다^^
야구를 좋아 하시는 분이 계신 가 봐요.
잘 감상하고 갑니다.
아마도 스포츠는 야구밖에 없는 줄 아는 거 아닐까요. 항상 변함없이, 꾸준히 야구만 보기도 어려울 거 같은데 말입니다. 오늘 점심식탁에도 반찬 접시 틈으로 리모콘을 놓았길래 "리모콘도 반찬으로 먹으려고."하고 물으니 국 그릇 옆으로 옮겨놓더라고요. 제가 리모콘도 반찬으로 내놓은 줄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보관은 상할까봐 식사를 끝내고 반찬통에 넣어서 냉장고에 넣어야 겠지요?
우리집과는 정반대군요. 허 허
우리는 안사람이 자나깨나 티비를 켜 놓으니 성가실 때가 많은데..바깥분은 야구 광팬이군요.거기에 드라마까지?
야구팬보다는 열혈 티비팬시시네요. 서상에.저도 야구를 좋아하여 가끔은 보지만 어쩌면 그리도 빠지실까...^^
참 이젠 담배를 안 태우시니 살이 조금은 오르지 않으셨을까? 대부분 남자들은 담배 끊으면 살쩌요.
세상엔 이해 안 가는 일이 참 많아요. 참고 살자니 부아가 치밀 때도 있지요. 그래도 우린 고상한 문학인이잖아요. 긍정적으르 보시며 사세요. 그게 수연님 자신을 위한 길이기도 하잖아요... 괜한 잔소리?....허 허
전 도인이 되어서 부아는 치밀어 오르지 않습니다. 더 나뿐 " 얼마를 산다고 하고싶은데로 살아라."하며 방치를 하지요. 제 속도 남편 속도 항상 편합니다. 담배요? 줄기차게 핍니다. 술.. 하루도 안빠지죠.. 한번은 그랬습니다. "집에 자기 속썩이는 사람있어. 아니면 살기가 힘들어. 그것도 아니면 자식들이 못살게해" 왜? 하나뿐인 자기몸을 스스로 학대하는 지. 하지만 마음은 비단결입니다. 넘 부지런한 것이 단점입니다.
@수연 서문순 엇 얼마 전에 담배를 끊으셨다 했잖아요. 그렇구나. 하긴 전혀 쉬운 일이 아니지..^^
집마다 부부간에 취미가 다르니 .... 한평생을 같이 살아도 하나로 되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그러니 통일도 힘들수밖에 ... 잘 읽었습니다.
그럼요. 각자의 개인이 세상의 기본일 수 없으나 내마음도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사는데 남을 움직이는 것보다 자기 자신이 변하는 것이 더 빠르지요.
무엇을 말하고자 함인지, 도무지....
어찌보면, 캐이블 전화의 무용론을 말하는 거대한 담론인 성싶기도 하고, ... ... ...
그냥 우리집 티브이는 야구만 나오는 이상한 티브이라고요. 그리고 웃자고 쓴 것데.. 죽자고 덤비는 건 아니지요.
@수연 서문순 글쿤요. 저는 무선 전화에 대한 단상쯤으로 알고..... 그러니까 말하자면 4 혹은 5차원의 글로 여기고.....
이건 이렇다 치고, 새끼고양이에 대한 연재 글은 언제쯤 후속을 눈에 넣을 수 있을까요? 바늘 같은 것으로 눈을 후벼 파 참을 수 없는 진통이 오더라도 꾹 참고 읽겠슴돠. 참, 고양이는 개와 달리 제놈이 본 변은 흙을 파서 묻는 습성이 잇어요. 아주 영악한 동물이죠.
@한이발 썼는데 또 김홍곤샘께서 또 수연이는 고양이 얘기만 쓴다고 테클 걸까봐 써놓고 묵혀두고 있어요. 저도 생선과 고기를 훔쳐가는 고양이를 아주 싫어했어요. 그런데 마음아픈 건 제가 지나치지를 못해요. 제가 상처가 많아서요. 사랑결핍상처..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 강하게 살아야했고 마음의 상처가 많았죠. 그래서 이런부분을 그냥 흘려버리지 못하는 것이 단점이지요. 우리 대빅이는 절 많이 의지해요. 고양이 같지 않게 밤을 무서워하고 샘 말씀듣고 길고양이라 강하게 기르려고 지금은 훈련을 시키지요. 밤에는 현관에서 재워요. 자기집에서 아주 밤새 잘 자요.
@한이발 그리고 마당에 모래상자를 놨어요. 한쪽 귀퉁이에다 제가 쫌 지저분 한걸 못참아해서 자주 옮겨 대박이는 보물 찾기에 나서지만.. 무튼 밤에 현관문을 조금 열어두면 거기가서 볼일을 보고 다시 현관에서 자요. 낮에는 마당에서 놀지요. 우리가 있으면 뜀박질, 숨기 벌레랑 놀기 우리가 집으로 들어가면 무서워서 어딘가로 숨어요. 강하게 길러야지요. 샘 말씀처럼 보호만 하면 아마도 얻어맞게지요. 저도 강하게 자랐거든요..부모 그늘이 없다보니..
부지런한 분들이 배려심 좀 부족 한건가? 뭔 tv 리모콘을 그토록....
개성 대로 사는 겁니다.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편하게 편하게.... 인생 삶이 다~ 그런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