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수리상이 있는 동네_ 신용목(1974 ~ )
버스 정류장 옆 만물수리상은 찢어진 고막처럼 유리가 깨어
져 있다
손님이 들지 않는 낡은 소파에 앉아
귀 먼 주인은 언제나 고장난 라디오처럼 잠들어 있었다
한 날 그 앞을 지나다 나는
건너편 건물의 날에 목인 베인 해가
유리창에 걸려 찢어진 채 주인의 얼굴에 비치는 것을 보았다
늙은 얼굴 위에서 바늘에 자주 찔리던 저녁 해,
그는 이마의 주름을 한 올 한 올 풀어내 찢어진 햇살을
소리 없이 기워내고 있었다
손님이 들지 않아 유리를 갈 수 없었던,
ㅡ햇살을 깁기 위해 잠들고 잠들기 위해 귀가 먼 만물수리상
주인의 노동이여!
버스 정류장 옆에서 저녁이 상처를 여미고
흉터처럼 노을을 남기고 사라져갈 때
주인도 팽팽해진 얼굴을 하고 골목의 허리에 몸을 감았다
골목 어딘가 다 써버린 주름을 다시 채워줄 그의 집
주름살을 도매하는 집들이 노을 속에서 귀 멀고 있었다
[2004년 발표 시집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에 수록]
《Reminiscent, 회상》
이루마(1978 ~ ) 2011년 작곡, 그의 연주곡입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평안한 하루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