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커피 자판기가 한 대 있었다
다른 자판기들에 비해 크기도 작았고 겉의 모양도
요즘 나오는 자판기들같이 색색깔로 화려하지도 않게,
단지 예전에 한번 입혀주었던 나무 몇 그루 서 잇는 그림뿐이었고..
그 자판기 주변에는 지저분하게 흘러내린 커피 땟국물이 흥건이 있었다.
그 끈적거림때문에 어떤 누구도 이 자판기에 등을 기대거나 그 자판기를 응시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또한 그 자판기는 다른 자판기들하고는 틀리게
종류수도 많지가 않았다.
커피하고 코코아.단지 두개..
물론 밀크커피니 일반커피니 하고 버튼이 2-3개로 종류수를 나누어놓긴 했지만
그것들은 단지 똑같은 , 커피 원액 나오고 우유를 사칭한 허여멀건 한 물,
그리고 뜨거운 물이 나오는 "자판기 커피"일뿐이었다.
그래도 이 자판기 커피는 처음 들어섰을때부터 200원이어서
사람들이 끊이질 않고 , 그렇다고 해서 붐비거나 하진 않지만
꾸준히 사람들이 그의 몸을 만져주었고 그 자판기는 그 사람들을 위해서
몸을 항상 일정 온도 이상으로 달구고 있었다.
물론 이 자판기도 다른 자판기하고는 틀리지않게.아니 조금은 더 자주
애꿎게 아무이유 없이 자기 정강이를 걷어차이기도 했고
그런 구타때문에 어쩔수 없이 돈이나 커피따위 질질 흘리곤 햇다.
덕분에 정강이 부분은 시커멓게 멍이 들었지만 자판기는 그런 멍따위가
오히려 더 사람들이 다가올수 있게 만드는거라 생각하며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 자판기는 자기가 많지 않은 돈으로서 사람들을 따뜻하게 해줄수 있고
그래서 모든 사람이 자기를 편안하게 생각하고 부담없이 찾아와준다는 것이 고마웠고
기뻤다.물론 그도 다른 자판기처럼 좋은 옷을 입은, 큰 덩치를 가진 자판기들이
부럽기도 했었지만...가끔은..정말로 아주 가끔은..
그런데 이 자판기에겐 위와 같은 이유인지 무수한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유난히 자판기가 자기의 커피를 더 흘려주곤 하던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는 자기의 지저분한 몸에 기대어 아랑곳하지 않게
커피를 자주 마셨었다.가끔은 자신의 촌스런 사진을 응시하기도 했고..
그는 그런 그녀의 마음이 고맙고 이뻐서
컵이 가득 넘쳐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보다는 커피를 좀 더 주곤 하고 , 또 가끔은 눈치봐서
100원만 넣어도 몰래 자신의 커피를 주곤 했다.
물론 그가 사람들처럼 말하고 움직이고 그랬다면
달랐겠지만 가만히 서서 움직일수도 말할수도 없는 그로서는
이정도 밖에 할수 없었다.
물론 그 커피는 다 먹지 않고 컵에 그득한채로 버려질 때가 더 많았지만
그래도 자기가 줄수 있는 것을 그 사람이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을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