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DEO (저기 동영상에서 보이는 크기의 함선들은 최소 대형함/초대형함들입니다. 일반 유저들은 다 점입니다!!!!)
EVE Online에서 일어난 B-R5RB 전투는 온라인 역사상 가장 거대했던 전투로 기록되어있습니다.
21시간 동안 양 측에서 모두 7,548명의 유저가 참전했으며,
이때 파괴된 전함의 숫자만 1324 척에 이릅니다.
그들의 가격을 모두 합치면 11,000,000,000,000 ISK (ISK는 이브 온라인의 화폐단위입니다.)
당시 PLEX (게임 한달 구독권, ISK와 현금 두가지로 구매가 가능하며,
게임 속에서 PLEX가 아닌걸 현금 거래하면 계정 차단당합니다. PLEX를 사서 게임속 물건들을 사야하기에
실질적으로 ISK와 함께 화폐단위이기도 합니다.) 환율에 따르자면
30만 달러에서 33만 달러 사이입니다.
당시 환율로는 3억 2천만 원에서 3억 5천 6백만 원 사이고요.
이것은 또한 앞서 말했듯, 손실된 전함의 제작비에 불과합니다.
건조에 필요한 수개월에서 년에 가까운 시간들과, 주둔지 유지비용, 통신을 위한 인터넷 회선비, 탄환값
그리고 승무원들 월급 (게임 속 가상 승무원들과, 실제 길드원들의 '월급' 모두!)등을 포함하면,
전투에서 손실되었을 뿐만이 아니라, 소비된 '전비'만 해도 상상을 할 수 조차 없는 수준입니다.
운영사는 저곳에 영구적 기념물인 티마노마키 (Titanomachy)를 설치했고,
팬들은 전투와 그 전투까지의 권력 암투와 술수를 다룬 하드커버 책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킥스타터를 통해 모금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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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우주는 Northern Coalition (줄여서 N3)와 Pandemic Legion이라는
두 거대 연합 (Coalition, EVE 온라인의 사회공동체 단위의 최고단위)의 연합체인
N3/PL이 남부를 지배하는 상황이었고.
북부를 지배하는 Russia Coalition (줄여서 RUS) 또는 Halloween Coalition
(N3/PL과 전쟁을 선포한 할로윈 전쟁 시기부터 구성원들이 확립되기 시작한 집단이여서 이렇게도 부름),
그리고 RUS의 동맹인 Clusterfuck Coalition (CFC)가 한참 전쟁 중인 시기였습니다.
EVE Online에서의 길드전은 아주 신사적인 항성계 공성전입니다.
물론 온갖 눈속임과 첩보가 난무하지만, NPC 집단인 CONCORD의 협조가 있는 이상,
그 지역을 가지고 전쟁하겠다는 전투선언을 먼저하고,
수성측이 준비할 시간을 공식적으로 준다음, 전투에 돌입하게 되어있었습니다.
아 물론 이번에는 Pandemic Legion 소속 동맹 (Alliance, Coalition보다 한단계 작은 단위의 모임)
Nulli Secunda 소속 구성원이 이 사건을 일으켰습니다.
CONCORD에게 주둔지 월 주둔비를 지불하는걸 깜빡해버린 것이었습니다.
B-R5RB 항성계는 Pandemic Legion에게 있어서 대규모 주둔지 중 최남단에 속하는 전략적인 지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실수 때문에 CONCORD의 서비스가 증발하여, 일반적인 필드와 비슷해진 상태가 됬습니다.
Territorial Claim Unit(TCU)라는 함선을 보내여 8시간만 버틴다면 다시 지배권이 인정되겠지만,
적이 당장 들이닥치면 아주 골치 아플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RUS/CFC는 진짜 왔습니다.
둘의 전력은 비슷한 상태여야 했지만,
주둔지의 기능이 마비되는 덕에, N3/PL은 병력 동원 자체가 늦어졌으며
이미 병력을 모아온 RUS/CFC에 비해, N3/PL은 완벽히 기습당해 외부로부터의 함대를 기다리는 꼴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RUS/CFC는 이미 소형함 분견대를 주변 항성계로 이어지는 골목에 배치하여
증원군을 최대한 늦추고 괴롭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주둔지 자체를 공격하기 위해 주둔지에 도착한 본함대의
대형함 숫자는 양측이 비슷했습니다. 또한 주둔지에서 연락 받고 접속하여 N3/PL 진형으로 합류하는
인원들도, 비록 몇몇은 격추당했지만 늘어나기 시작했었습니다.
시간조차도, 당장은 러시아 유저들에게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시간이 좀더 흐른다면, 더 숫자가 많은 미국인 유저들이 증원을 올것이 분명했기에,
양측은 서로 자신의 승리를 점치고 교전을 시작했습니다.
초대형함인 타이탄과 드레드노트, 슈퍼캐리어, 이 세가지 병종을 어느쪽이 더 잘 시켜내냐가 중심이 됬는데요.
N3/PL은 비록 중소형함의 숫자는 기습덕에 부족했지만
기존에 RUS/CFC를 박살낸 슈퍼캐리어 집단과 베테랑 파일럿들이 있었습니다.
함재기는 무상성이라고 불릴 정도로 어떤 함선을 상대하던지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슈퍼캐리어와 캐리어 병종에는 크나큰 제약이 있었으니,
바로 함재기를 운용할 엄청난 숫자의 파일럿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파일럿들은 애석하게도 무인 CPU 드론들이 아니라, 현실의 플레이어 한 명씩이어야했습니다.
미국의 근무시간에, 기습이 겹쳐버리자 이 점은 오히려 N3/PL의 발목이 잡는 요소가 되고 말았습니다.
N3/PL은 또한 타이탄과 드레드노트 운용에 있어서도 실수를 범했습니다.
초대형함 타이탄은 비록 한 방이 강하여, 방어력이 압도적인 다른 타이탄을 격추시키는데 효율적이고,
그 아랫급이자 주력 전함 중 가장 큰 드레드노트도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었으나,
주포의 장전시간이 매우 길기에, 드레드노트 보다는 초당 평균 공격력 (DPS)가 모자랐습니다.
따라서 N3/PL은 그들이 기존에 했던 방법대로 이번 전투에서도 드레드노트를 줄이는데
초반 교전에서의 타이탄 주포들을 낭비해버렸습니다.
이것은 전투가 장기화 될 수록, 적의 타이탄을 노리는 전략을 택한 RUS/CFC가 유리해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최후의 실책은 N3/PL측의 지휘관 Vince Draken이 적의 지휘체계를 무력화 시키기 위해
RUS/CFC측 지휘관 Sort Dragon의 타이탄 기함을 노린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유효한 선택이었고, Sort Dragon을 격추시켜 그를 전장에서 이탈시키는데 성공했지만,
이 타이탄 하나가 침몰하는 동안 이미 모자란 N3/PL의 타이탄은 다섯 척이 추가로 격침되었습니다.
결국 N3/PL측은 주둔지를 포기하기로 하고 후퇴를 시작했으며,
양측에 뿌려진 워프 방지 거품 (동영상에 보이는 거품 같은 것, 여기 안에서는 워프를 할 수 없어 후퇴가 불가능함)
밖으로 조금씩 특정한 대형함을 불러서 워프 시키기로 했습니다.
내부의 첩자들에 의해 그 지정함들이 노출되어 괴멸적 피해를 입었다는 슬픈 사실이 더해지지만요.
다만 전략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지역을 포기하는 대가로, N3/PL은 주둔지에 쌓아놓았던 대부분의 물자를 돌려받을 수 있었으며
그들은 다시 러시아 연합을 상대로 전투를 벌여, 다시 천하양분지계에 들어갔습니다.
총결산을 하자면
RUS/CFC 함대:
3670척 타이탄 143척 슈퍼캐리어 273척 드레드노트 817척 캐리어 233척 그외 그보다 작은 함선들 (일반 전함, 지원함, 함재기... 등등)
손실:
타이탄 16척 슈퍼캐리어 2척 드레드노트 106척 캐리어 5척 그외 함선 약 1900척
N3/PL 함대:
1616척 타이탄 72척 슈퍼캐리어 172척 드레드노트 355척 캐리어 414척 그외 그보다 작은 함선들
손실:
타이탄 59척
슈퍼캐리어 12척
드레드노트 259척
캐리어 112척
그외 함선 약 1250척
http://killboard.solar-fleet.ru/index.php?op=related&name=1273768
에서 손실된 함대와 인원들에 대한 자세한 목록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전투의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으며,
다른 게임에서도 이 것을 뛰어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참고글 및 출처:
http://www.inven.co.kr/webzine/news/?news=103651
http://killboard.solar-fleet.ru/index.php?op=related&name=1273768
http://en.wikipedia.org/wiki/Bloodbath_of_B-R5RB
http://www.themittani.com/news/b-r5rb-biggest-battle-all-eve
https://mirror.enha.kr/wiki/EVE%20%EC%98%A8%EB%9D%BC%EC%9D%B8#s-5.8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이것도 인간의 역사가 아닐까 싶어서 한번 이상할지 몰라도 올려봤습니다ㅋㅋ. 또한 클릭미스로 일어난 아사카이 (Asakai) 전투는 당시에는 엄청난 충격이었지만, 이 전투에 비하면 아주 소규모 교전이었죠. 그때 타이탄 하나 날아갔다고 서버 전체에서 충격이 가시지 않았지만, 여기서는 70척이 넘는 타이탄이 침몰했으니까요.
와 저런게임이 있었나요 ㅋㅋㅋ 검은사막비슷한겜인가
엄청 유명한겁니다.ㅇㅇ
검은사막은... 명함도 못내민다고하네요? 한 1/1000수준?
전세계인이 단 하나의 서버에서 우리은하 크기의 오픈맵상에서 플레이하는거니...
@리히텐슈타인 와 하나의 세계를 만든거군요 하 옛날부터 그런겜하고싶었는디
아 이거 진짜 해보고 싶은데 영어가...
게임이 왜 여기에 있나 했더니.. 규모가 보통이 아닌가 보군요.ㅁ.
가상이지만 '스페셜한 역사' 이니까요 ㅇㅂㅇ!
근데 이해가 안 되는게, 어쨌거나 가상의 게임이지만 전쟁 한번 하려면 실제 돈이 억 단위로 날아가는데, 이러면 전쟁 자체를 거부하지 않을까요?
리니지도 그렇지만 지역을 점령하면 그곳의 경제활동으로 생기는 ISK가 길드에 수금되고 그러면 다시 현금이 되죠.
@하히해 음.. 그러면 군비경쟁-자신의 능력을 초과하는 함 보유(수입<유지비를 포함한 각종 지출)->군사는 많은데 돈이 없고, 이대로 가면 망하겠네? 전쟁이닷!-> 전쟁으로 인하여 군사 파괴-> 유지비 절감-> 유지비도 줄었고, 다시 군대를 키워볼까?
왠지 이 사이클의 반복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인 이브 온라인은 필수품과 공산품과 사치품과 군수물자가 세분화되있는 거대경제체제라 그렇게 단순화하긴 힘듭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타이탄 군비경쟁에서 N3/PL이 캐리어도배라는 새로운 방식을 끌고왔고, 모든 적대세력들이 그걸 보고는 손잡은게 할로윈 전쟁의 원인중 하나라..
@The Count of Gelre 음? 뭔가 거함거포시대에서 항모시대로 넘어간 느낌이 ㅎㅎㅎ 그나저나 괜히 경제학자가 고용되어서 일하는게 아니군요. 왠지 영어만 된다면 읽을만한 흥미로운 자료가 많아보일듯 하네요.